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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2/01/31 20:14:48수정됨 |
Name | 私律 |
Subject | (19금)1. 우禹의 구정九鼎 |
자네, 공자가 죽은 뒤 그 제자들이 3년상을 치른 까닭을 아나? 그야 스승은 아버지와 같으니 그런 거 아닙니까?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 지도 모른다더군. 공자가 숨긴 걸 찾으려 했다는군. 공자가 뭘 숨겨요? 공자가 무슨 보물 같은 건 없었을텐데요....공자의 가르침도 무슨 비밀스러운 게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게 이야기가 참 긴데... 우禹까지 거슬러 올라가네. 우가 임금이 되기 전, 그 때는 각 방邦에 있는 제사장들이 우두머리던 시대였다지. 그런데 해마다 되풀이 되는 홍수가 큰 재앙이었나봐. 몇번이야 누가 잘못을 했네, 제사지낼 때 너희 정성이 부족했네하고 넘어갔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지. 결국 홍수를 막지 못한 제사장들은 입지가 좁아졌고, 치수에 성공한 우는 득세했네. 그런데 우는 능력만큼 욕심도 컸던 모양이야. 요순과는 다른 길을 갔지. 우가 구주九州에서 청동을 모아 구정九鼎을 만든 건 잘 알려졌지? 그런데 주권을 상징하는 뭔가를 만들려면, 화씨벽으로 전국새를 깎듯 그냥 만들면 되지, 왜 굳이 전국에서 청동을 그러모아, 다른 것도 아닌 솥을, 하나도 아닌 여럿 만들었을까 생각해본 적 있나? 그러게요? 청동이 모자라서 그랬을리는 없고, 면류관이나 검도 아닌 솥으로 주권을 상징한다는 게 이상한데요? 우가 각 방邦에서 청동을 모을 때, 그냥 대장간에서 아무거나 주는대로 받아왔겠나? 그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뭔가를 가져왔겠지. 그게 그 시대엔 청동으로 된 제기祭器였던 솥이었다더군. 문제는 왜 솥이 제기의 으뜸인가야. 제사상의 향로나 국그릇 쯤의 구실이었다면 좋겠지만, 그랬다면 솥은 그냥 뭇 제기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겠지. 그 때는 인신공양이 난무하던 시절ㅡ어쩌면 제의祭儀의 핵심은 인신공양이었을 가능성이 크네. 하긴...아조我朝에서도 선황들께서 붕어崩御하시면 비빈들을 순장했으니까요. 그 시절엔 오죽했겠습니까. 인신공양이 핵심인 제의에, 그 제의의 상징적 존재인 솥. 그게 뭘 뜻하겠나? 그럼 그 솥에...!! 하긴 춘추시대만 봐도 흔한 일이었군요. 후대의 누구처럼 전국에서 걷어들인 걸 동인銅人이란 전혀 다른 상징으로 창조한 것도 아니고, 실용적으로 낫과 보습을 만든 것도 아니야. 가져온 솥을 그대로 쓴 것도 아니고 굳이 녹여서 다시 솥으로 만들었어. 그런데 솥의 전 주인인 제사장들은 우가 절대권력이 되는 걸 축복하며 기꺼이 자기 권위의 상징을 내놓았을까? 아니네. 당연히 우에게 필사의 저주를 걸었겠지. 하지만 결과에서 알 수 있듯 모두 실패했고. 그러면 여기서 잠깐. 간장과 막야가 어떻게 만들어졌나? 간장은 명검을 위해 가장 사랑하던 막야를 쇳물에 던졌네. 천몇백년 뒤에 한낱 공장이 그냥 왕명에 따라 칼을 만들 때도 그랬는데, 인신공양이 넘쳐나던 시절 무가지보無價之寶를 그냥 만들었을리 있겠나. 그...그럼? 그래. 우는 아홉번에 걸쳐 방해세력을 모두 격파했고, 그 때마다 제사장들과 그들의 제기는 모두 솥이 되어버렸지. 구정에 중화 최강의 술법과 가장 영험한 제사장들의 원혼들이 봉인된 게야. 하긴 그 쯤은 되어야 처음으로 태어나는 나라의 상징에 어울리겠지. 그렇게 구정으로 중화의 모든 주술과 아홉 원귀군까지 부리게 된 우. 더는 거칠 것이 없었네. 구정에 마지막 반대자들을 삶는 의식을 치르며 하夏를 개창하지. 그렇게 해서 무시무시한 형벌이자 주술의 수단인 구정은 중화의 주권의 상징이 되네. 생각해보게, 주권이 뭔가. 바로 권력 아닌가? 지금도 형벌은 권력 그 자체야. 주술은 지금이야 미신이지만, 그 시절엔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모두를 지배하는 더 무서운 권력이었겠지. 구정보다 더 주권의 상징으로 어울리는 게 있을리가. 구정에 봉인된 법술과 원혼들을 부리는 비법은 연산ㅡ바로 하를 상징하는 경전이 되네. 세월이 천몇백년 흘러 구정은 상을 거쳐 주로 넘어갔고, 연산도 귀장을 거쳐 주역으로 되었네. 제사장은 권력과 무관한 일관日官으로 되면서, 구정은 그냥 주권을 상징하는 커다란 제기로만 인식되지. 하의 제의祭儀나 구정에 새겨진 명문銘文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주역은 도대체 뜻을 알 수 없는 글에 불과했던 것처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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