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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10/18 14:54:07
Name   向日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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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마치츄카町中華




일본에선 흔히 중국요리나 중식당을 줄여서 츄카中華라고 부릅니다.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는 대중적인 중식당은 마치츄카町中華라고 부르는데, 명확한 정의가 있는 건 아니고 다소 모호하게 쓰입니다만 일반적으로는 노포, 가성비, 추억의 맛, 개성있는 점주, 이런 키워드들을 공유합니다.

이런 가게들은 진짜 중국요리라기보단 라멘을 비롯해 현지화된 요리들이 주력인 경우가 많고, 카레 같이 엉뚱한 요리를 팔기도 합니다. 마치 한국 중식당이 짜장, 짬뽕을 주력으로 삼으면서 제육볶음을 팔기도 하는 것처럼요. 제가 자주 다니던 가게도 이름만 츄카일 뿐 중국요리는 몇 종류 있지도 않았고, 온갖 요리를 다 파는 식당이었습니다. 제가 즐겨먹었던 건 카츠카레, 치킨라이스, 히야시츄카, 쟈쟈멘, 카츠동 등이었는데 하나 같이 정통 중화와는 거리가 있는 물건들이죠.

점주는 동북지방 출신의 영감님과 그 부인으로 가게 위에서 딸과 사위, 그리고 손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일본어 제대로 하지도 못하던 외국인을 꺼려하지 않았던 건 어쩌면 사위가 외국인이어서일지도 모르겠네요(이쪽은 백인이긴 합니다만) 낯선 타향에서 음식 주문하는 것조차 버거웠던 저에겐 이 가게가 가장 마음 편히 들락날락 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가게의 티비로 노부부와 함께 고시엔이나 스모를 보면서 한두마디씩 주고 받기도 하고요. 여름철 종이 한 장 붙어있지 않은 채 일주일 넘게 셔터가 내려가있어서 안절부절 못하다가 여름휴가였던 걸 알고 난 뒤 한숨을 내쉬기도 했었죠.

그렇게 20개월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저는 도쿄를 떠나 요코하마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게 작년 3월 무렵의 일인데요, 직장은 거리가 꽤나 있었고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한 번도 가게를 찾지 않았습니다. 다른 동네로 이사 간다고 인사까지 했는데 다시 들락날락하기도 좀 미묘했고요. 코로나 때문에 가게가 없어지진 않았을까, 어르신들 정정하시려나 그런 상념이 가끔 드는 정도.

그러다가 오늘 야간당직 끝나고 퇴근하는 길에 문득 생각이 나는 겁니다. 전직하기로 해서 이제 도쿄 올 날도 며칠 안 남았는데, 오랜만에 가볼까? 그렇게 불쑥 찾아갔습니다. 빨간 노렌이 걸려있는 게 그렇게 반갑더군요. 콘니치와를 외치면서 들어가자 아라 하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주방에서 재료 손질하다 나온 할아버지도 활짝 웃습니다.

귀국한 줄 알았다, 일본에 계속 살면서 결혼하고 그새 애도 생겼어요, 반지 보고 결혼했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애까지 생겼다니 축하할 일이 둘이네, 지금은 아내 고향에서 살고 있어요, 일본어도 많이 늘었네, 아내 덕에 조금 늘었죠, 떠나지 않고 일본 눌러앉는 거야, 내년 즈음에 일본으로 귀화할 거에요, 뭐 그런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주문을 합니다. 오늘의 선택은 매주 먹었던 카츠카레, 그리고 치킨라이스. 보통은 하나를 골라서 곱빼기로 먹었지만 오늘은 둘 다 먹어야겠어요.

본격적인 점심시간이라 손님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대화가 끊기고, 묵묵히 접시를 비워나갑니다. 달고 기름지고 자극적인, 그럼에도 따뜻한 맛. 그리웠어요. 혹시나 예전처럼 맛있지 않으면 어떡하나 두려웠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다 먹은 뒤 계산하려는데 할머니가 슬쩍 다가와 속삭입니다. 오늘은 결혼 축하하는 의미로 돈 안 받을게. 대신 다음에도 꼭 와야돼. 애기도 데려오고. 알았지? 그럼요. 꼭 다시 와야죠. 잘 먹었습니다ごちそうさまでし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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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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