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8/24 13:42:25
Name   세인트
Subject   그때의 나는 뭐랄까... 쓰...쓰레기?
*1 원래는 영화 타짜에서 유해진 배우님의 "그 뭐랄까... Sheep색기?" 를 쓰려다가 제목이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바꿨습니다.



홍차넷에 사람이 바뀐다 안바뀐다로 요며칠 핫(?)했더군요. 일주일 짜리 현장업무 승선해서 보내느라 뒤늦게 뒷북으로 글을 보고 나니, 왠지 몰라도 한 마디 거들고 싶어졌습니다 (싸움이야 나도 끼어야지 아냐 틀려).

제 입으로 제 흑역사를 말하고 또 긍정적으로 미화(?)까지 해야되려다 보니 몹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람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제 이야기를 곁들인

아무튼 각설하고.


...............................................


전 타지 않는 쓰레기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학 마지막 무렵에요.
거의 10년 가까이 다녔어요.
실제로는 알바나 하면서 마치 번듯한 직장인인 척 거짓말로 스스로 포장하고 그러니까 허세랑 허언만 늘어가고.
그러면서 속으로 열등감은 더 심해지면서 성격은 더 뒤틀리고 비뚤어졌죠.
속으로 남 욕 계속 하고 뒷담화 하고.
믿었던 친구 가족들 뒤통수나 치고 다녔죠.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요.

나중에는 그게 심해지니까 길을 가는 생판 모르는 남들까지 전부 제 욕을 하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었을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더더욱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자취방에서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그랬어요.
온라인에서는 개쩌는 와우저였거든요.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알바하거나 골드 팔아서 푼돈이라도 생기게 되면 이성을 꼬셔서 어떻게 해볼까 생각밖에 없는
근데 화술도 능력도 몸매도 그 어떤 것도 없으니 허언과 거짓말만 하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든 오늘 밤만 같이 보내면 된다 막 이런 생각이나 하고
그러니까 정작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는 그런 진짜 쓰레기중의 상쓰레기 같은 인간이었어요.

그랬다가 정말 이제 친구도 하나도 주변에 없고 막장 오브 막장에 다다랐을 때 쯤에 집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리셨죠.
뭐 정말 저를 아껴서 그랬다기엔 제가 그 모양 그 꼴인 것 자체에 관심이 전혀 없으시다가
알자마자 바로 그래버린 거 보면 아직도 모르겠습니다만 ㅎㅎ;;

아무튼 그렇게 배를 탔습니다. 뭐 정식으로 해기사나 이런 과정을 거쳐서 배를 탄 게 아니에요.
정말 그냥 배에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거기서도 밑바닥부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래 어떤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게 두들겨맞는 것이건, 극한의 무언가가 되었건간에
강한 인풋으로 사람이 바뀔 수 있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그 전까진 오늘의 할 일은 내일로 미루고 내일 할 일은 결국 안 한다는 인간이었거든요 진짜.
(몸무게도 100kg을 훌쩍 넘겼었고...)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개막장 시절까지 다 보고도 결혼해준 아내느님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아 결론이 이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막 쓰다보니 또 기승전팔불출로...

뭐 아무튼 말 나온김에 횡설수설 써보는 부끄러운 자기고백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인생 리셋하고 싶으시면 배를 타보세요. 정말 염라대왕님 얼굴 흐릿하게 보이는 정도까지 갔다오면
사람이 바뀐다니까요??? ㅋㅋㅋㅋ



17
  • 뱃사람은 추천
  • 나도 배를 타야 하는 건가.
  • 웰치스사겠습니다
  • 모범 쓰레기생.
  • 배를 탈 때인가...


흑마법사
그럼 저는 애들을 새우잡이배에 팔아야.........(틀림)
4
세인트
몇주 후 뚜루루루(전화소리)
흑마법사님: 여보세요?
???: 아니 새우잡을 사람을 보내랬지 배에 새우를 다 먹을 사람을 보내면 어떡합니까!!
뚜-뚜-뚜-뚜
???: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1
흑마법사
일단 웰치스좀 박스로 사고....
1
윤지호
저는 글쓴이님과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제 인성의 밑바닥을 마주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나름 합리적이고 모두를 위한 최선의 주장을 한다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타인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오롯이 제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주장이었던 거죠. 근데 그걸 깨닫기 전까지는 저는 그게 이기적인 생각인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제 자신까지 속이는 나를 마주하고, 그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정말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의 저는 내적으로 정말 ... 더 보기
저는 글쓴이님과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제 인성의 밑바닥을 마주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나름 합리적이고 모두를 위한 최선의 주장을 한다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타인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오롯이 제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주장이었던 거죠. 근데 그걸 깨닫기 전까지는 저는 그게 이기적인 생각인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제 자신까지 속이는 나를 마주하고, 그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정말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의 저는 내적으로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항상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의심하고 경계하는 게 습관이 되었고 제 자신에게 좀 더 엄격하도록 바뀌게 되었죠. 적어도 저 경험을 하기 전보다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된 것 같긴 합니다.
2
맥주만땅
안타는 쓰레기?
1
세인트
그러니까 영양가 높은 홈런을...(이게 아닌데)
헬리제의우울
쓰레기가 아니어야 쓰레기였던 글을 쓸 수 있는 것
4
세인트
지금도 사람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ㅠ_ㅠㅋㅋㅋㅋ
조지 포먼

원래 그렇게 자기자신까지 속이다가 극한상황 겪어가는 중에 자기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 제대로 파악하고서 탈바꿈 하죠
2
세인트
솔직히 말해서 X도 없는 자신을 직시하는게 겁이 났던거죠. X도 없다는 걸 인정하고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노오오력할 생각은 않으면서 허세만 부렸던 게 딱 저 때의 제 모습이었습니다. ㅠㅠ
켈로그김
객기부리다가 진짜 무서운 엉아들 만나고 나서는 분노조절잘해가 되었읍니다.
저 멀리서 염라대왕님 실루엣 살짝 보였다능 ㅋㅋㅋ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046 음악[팝송] 메이지 피터스 새 앨범 "You Signed Up For This" 김치찌개 21/09/04 4091 2
12045 일상/생각인터넷에서 뻘글과 싸움은 왜 해야만 하는가 17 rustysaber 21/09/04 4241 1
12044 요리/음식예식장 뷔페는 왜 맛이 없을까? 60 Cascade 21/09/04 8065 1
12043 경제나의 주식투자 실패기 4 syzygii 21/09/03 4150 1
12042 음악[팝송] 원리퍼블릭 새 앨범 "Human" 2 김치찌개 21/09/03 3118 1
12040 일상/생각생일 4 lonely INTJ 21/09/02 3779 0
12039 음악[팝송] 처치스 새 앨범 "Screen Violence" 4 김치찌개 21/09/02 4567 2
12038 정치[뉴스버스] 윤석열 정치공작 의혹 보도 내용 요약 5 매뉴물있뉴 21/09/02 4030 0
12037 방송/연예골 때리는 그녀들에 대한 생각 6 순수한글닉 21/09/02 4427 6
12035 정치이준석의 실수 (ft. MBC) 17 Picard 21/09/02 5855 1
12034 일상/생각마초이즘의 성행 그리고 그 후행으로 생긴 결과 8 lonely INTJ 21/09/02 4835 2
12033 일상/생각군대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사람 28 Vinnydaddy 21/09/01 5219 7
12032 기타남자바지3종(청바지,검은바지,베이지면바지) 입는방법에 대한 연구 16 흑마법사 21/08/31 5885 13
12031 음악당신은 천사와 홍차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 9 바나나코우 21/08/30 3422 6
12030 기타장경동 목사, 이낙연 지지 선언 14 Picard 21/08/30 4078 0
12029 일상/생각d.p.를 보고 떠오른 추억들 9 J_Square 21/08/30 4424 3
12028 기타경기지사가 설마…세금이니까 '2000억 펑크' 별 거 아닌가요 17 Profit 21/08/30 4689 8
12027 일상/생각사랑하는 소년 5 아시타카 21/08/29 3128 20
12026 스포츠아스날은 왜 몰락해가는가. 6 joel 21/08/29 5381 5
12025 게임던지면 어떠냐 19 호타루 21/08/28 4480 9
12024 요리/음식맥주 조금만 더 비싼 거 마셔보기 12 알탈 21/08/28 4888 3
12023 요리/음식맥주 조금만 더 천천히 마시기 - 2 30 알탈 21/08/28 4737 7
12022 요리/음식맥주 조금만 더 천천히 마시기 - 1 21 알탈 21/08/28 5337 11
12021 철학/종교설문조사 결과 발표 (두둥) 9 매뉴물있뉴 21/08/27 4164 4
12019 역사과거를 도려낸 나라의 주민이 사는 법. 15 joel 21/08/27 4553 2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