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0/07 14:49:55
Name   王天君
File #1   anger_of_an_attoney.jpg (1.77 MB), Download : 3
Subject   [무스포] 성난 변호사 보고 왔습니다.


전혀 추천할 수 없는 작품이네요. <끝까지 간다>의 성공을 바라보고 급하게 기획한 티가 납니다.

"변호를 받던 의뢰인이 재판 도중 없는 죄를 자백한다" 는 아이디어가 이야기 전체로 잘 확장되지 않습니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만 왜 저렇게 사서 고생을 할까 하는 의문만 남습니다. 훨씬 더 간단한 길을 놔두고 돌아가는 인상이 강해요. 때문에 인물들은 위기를 자초하고, 그 위기를 빠져나가는 과정 역시 치열하거나 영리하지 않습니다. 보다 보면 왜 이건 안하지, 왜 저렇게 하는 걸까, 저게 말이 되나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인물들이 빠져있는 딜레마가 비현실적이고 치명적이지도 않으니 이야기를 굴리는 동력도 없어요. 자기들끼리만 열심입니다.

법정 추리극이지만 법정 공방도 거의 없고 추리극으로서 지적 쾌감도 없습니다. 사건 해결은 주인공의 상상력과 설명으로 단번에 끝나버리고, 사건의 전모를 밝혀가는 과정 역시 이렇다 할 게 없어서 플롯 대신 캐릭터 묘사가 분량을 잡아먹습니다. 주인공이 변호사여야 할 이유가 없어요. 뭔가 유창하고 논리적인 척 하지만 대단한 것도 아닌데 으시대는 걸 보고 있으면 얄팍함만이 더 들어옵니다. 반전이 있긴 하지만 그럴 줄 알았어 아니면  저게 말이 돼?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액션이라고 있는 장면은 스케일이나 속도감이 어정쩡합니다. 주인공에게 닥친 퀘스트의 난이도가 높은 것도 아니고, 주인공의 대처 역시 매우 쉽거나 비논리적입니다. 자기들끼리 속고 속이는 게 아니라 관객을 속이는 전지적 기만극에 가깝습니다. 불필요한 감정 표현으로 위기감을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걸 다들 알고 있으니 외려 낯뜨거워요.

이동진 평론가의 표현을 빌리면 인물들이 하나같이 다 "납작"해서 전형적이고 뭔가가 과잉되어 있습니다. 주연인 이선균씨부터 해서, 캐릭터의 개성이나 입체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건 당연히 시나리오의 탓이 큽니다. 이선균씨의 날라리 연기가 어색한 건 본인의 체질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어 보이네요.

앞으로 한국 영화 시사회는 어지간하면 제껴야겠습니다.

스포 있는 후기 링크입니다.
http://extmovie.maxmovie.com/xe/index.php?mid=review&document_srl=8604032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75 과학/기술기생충에 대한 또다른 인간의 방어법 IgE 8 모모스 15/10/05 11016 0
    1176 정치메세지가 좋아도 메신저가 이따위면 말짱..... 29 양웬리 15/10/05 8651 0
    1178 일상/생각나 자신 13 절름발이이리 15/10/05 7687 0
    1182 영화영화 소식들 짧게: 10/06 27 kpark 15/10/06 8676 0
    1184 육아/가정다빈이 첫 분유를 구매했어요 11 종이컵 15/10/06 8126 0
    1185 기타선조의 음식, 나폴레옹의 음식 11 마르코폴로 15/10/06 6741 0
    1187 IT/컴퓨터태블릿 & 노트북 종결자. 마소의 서피스 북이 공개되었습니다 17 Leeka 15/10/07 9988 0
    1189 음악Ich liebe dich - L. v. Beethoven 4 표절작곡가 15/10/07 10356 0
    1192 IT/컴퓨터통신비가 줄었다는 방통위의 현실 2 Leeka 15/10/07 7320 0
    1194 영화[무스포] 성난 변호사 보고 왔습니다. 9 王天君 15/10/07 7369 0
    1195 일상/생각'아몰랑'이 뭐길래 100 kpark 15/10/07 11644 0
    1452 기타11월 첫주에 풀어보는 장기 묘수풀이 (댓글에 해답있음) 17 위솝 15/11/04 10795 0
    1202 일상/생각10월 7일 세계 한 편의 모습 16 눈부심 15/10/08 7158 0
    1203 음악음악, 그리고 언제나 연상되다 11 눈부심 15/10/08 7717 0
    1204 생활체육스포츠 중계와 현장음 7 kpark 15/10/08 6552 0
    1205 기타니캅 이해하기 34 눈부심 15/10/08 10980 0
    1206 방송/연예장기하 - 아이유 열애 22 NightBAya 15/10/08 8462 0
    1208 영화(약 스포주의) 마션 - 리들리 스콧의 유쾌하고도 묵직한 메시지 6 레이드 15/10/08 6088 0
    1451 영화스파이더맨은 왜 소니에서 알바를 뛰고 있나?... 12 Neandertal 15/11/04 12848 0
    1209 과학/기술코끼리는 왜 암에 잘 안 걸릴까 18 눈부심 15/10/09 10807 0
    1210 IT/컴퓨터아이폰 6s, 6s plus의 한국발매 날짜 및 가격이 나왔습니다. 17 Tikas 15/10/09 7055 0
    1268 정치용인 캣맘 사망 사건 용의자 체포 11 레지엔 15/10/16 7355 0
    1217 IT/컴퓨터엘지, 삼성, 애플의 패블릿 대결과 가격 6 Leeka 15/10/10 8281 0
    1216 영화(약 스포주의) 지맞그틀 - 발칙하고 솔직한 홍상수식 미연시 2 레이드 15/10/09 10575 0
    1218 일상/생각나이가 들면 할 수 없는 운동들 17 까페레인 15/10/10 893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