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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4/18 00:06:46
Name   오쇼 라즈니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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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연결감에 대하여




갑자기 그가 조명이 켜진 탱크 속 물고기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제야 비로소 평화롭게 네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더는 너를 먹지 않을 거야." 바로 그때부터 그는 철저한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 프란츠 카프카, 베를린 수족관에서의 일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이성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감성일 것입니다. 반박시 주식 초고수.
피터 싱어처럼 철저하게 이성적 사고에 기반해서 채식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채식주의자의 논리에 일부 수긍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래도 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육식을 줄이지 않습니다.

한편 이성적 판단과 상관 없이 감성 즉, 동물과 연결감을 느끼고 고기를 더 이상 입에 대지 못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대단한 돼지 에스더'일 것입니다.

미니피그인 줄 알고 속아서 식용돼지를 기르게 된 실제 커플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클리셰대로 흘러갑니다.
돼지 에스더와의 일상을 SNS로 공유하고, 둘은 채식을 하게 되며 하던 일을 그만두고 농장을 사서 생추어리를 운영하게 되죠.

에스더는 SNS에서 일약 스타가 되고 둘은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도 많이 받습니다. 한 번은 이런 사연이 올라옵니다.

남편이 마트에서 돼지고기를 집어들더니 갑자기 더 이상 돼지고기를 못 먹겠다는 거에요.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에스더 때문에..." 라고 말하더랍니다.
주인공 커플은 이 사연을 보고 눈물이 왈칵 터졌습니다.

https://www.facebook.com/plantbasednews/videos/the-witness-with-eddie-lama-a-film-by-jenny-stein/1793715210881575/
위 링크는 the witness 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뻔한 내용입니다. 주인공 남자는 관심 있던 여사친에게 잘 보이려고 고양이를 위탁받게 되고, 채식을 하게 되고, 모피산업 반대 운동을 펼치게 되고... 영화는 재미 없으니 안 보셔도 됩니다.

그럼 왜 이 영화 얘길 꺼냈느냐. 고양이 기르시는 분이라면 공감할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고양이 뒷다리(아킬레스건쪽)를 만지는데, 그 힘줄의 느낌이 치킨 힘줄이랑 똑같더라는 거죠. 그날부터 주인공은 치킨을 먹지 못하게 됩니다.

한편 모든 사람이 동물과의 접촉을 계기로 채식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대부분은 살던대로 고기를 먹습니다. '고기로 태어나서' 는 채식 블로그나 SNS에서 자주 인용되는 르포 에세이입니다. 노동자로 잠입해서 한국 농장의 현실을 고발하는 책이죠. 하지만 저자 한승태는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습니다.

공감과 교감, 연결감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도 더 쓰고 싶지만 도발감수성이 부족한 저로서는 본의 아니게 이용정지를 먹을 생각은 없으니 남의 사례를 늘어놓는 선에서 이 정도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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