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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1/24 01:27:28수정됨
Name   간로
Subject   홍콩의 화양연화 번외편 - 그 남자의 '밀당'

 



香港的 花樣年華


홍콩의 화양연화 번외편


- 그 남자의 ‘밀당’ -



                                

주모운 (周慕雲, 배우: 양조위) 



아, 이게 아니지;

다시 시작!



모운이라는 남자에 대하여-


주모운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남자다. 아마도 소려진(蘇麗珍, 배우: 장만옥)의 제안에서 시작되었을테지만, 서로의 배우자 사이의 만남이 어떻게 시작되었을지를 연기를 통해 알아보려는 장면에서 려진은 남편이 그런 말투가 아니라며 여러모로 번민하는 동안 모운은 다만 누가 먼저 만나려했든 그게 중요한가라고 담백하게 반응한다. 만약, 그가 려진을 처음부터 욕망하고 있었다면 그게 무에 중요하진 않겠지.


이 남자는 자기 욕망을 마구 떠벌리는 친구 아평처럼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욕망과 로맨스를 향해 차근차근 다가간다.




그의 밀당 1



모운은 밀당을 했는가. 

먼저 눈에 띄는거 하나, 

첫번째 역할놀이 이후 그때의 연기처럼 진짜로 만나기 시작하는 둘.

모운은 려진이 일하는 사무실에 전화를 했나보다. 그래서 려진이 전화했냐 묻자,

“당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려진의 표정 ㄴㅇㄱ



영화를 다시 볼때, 나는 이 장면에서 매번 빵터진다. 

벙찐건지, 심쿵한건지 알 수 없는 저 표정. 려진은 그토록 딱 맞는 치파오 매번 입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철저한 여자다. 그런데 여기서 그의 돌직구에 이미 표정관리에 실패하고 있다. ㅋㅋㅋㅋㅋ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화양연화에서 가장 커여운 장면이라 생각한다. 더 귀엽게 보이는 건 다시 표정관리에 들어간 뒤, 남편도 그렇게 말하곤 했었다며 츤츤대는 모습이다. 아 너무 웃곀ㅋㅋ

장만옥이라는 배우에게서 흔히 보기 어려운 표정이기도 하다.




그의 밀당 2


며칠뒤 택시에서는, 려진이 묻는다. 왜 오늘은 전화가 없었냐며.

이 남자, 매일 전화하다 그날만 안한거다. ㅋㅋㅋㅋㅋ

그러자, 모운은 말한다.

“귀찮아할까봐.”


“그런적 없어요.”라는 려진의 말은 이렇게 들린다. 

‘귀찮지 않으니 전화 좀 계속해줘요.’


이 남자, 아주 여자 마음을 들어다놨다 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손만은 거부한다.





그의 밀당 3


글을 쓸 장소를 찾았다면서 글쓰는 작업을 도와달라고 은근히 둘만의 장소에서 함께 데이트하자는 말에 려진은 완곡하게 거절한다. 택시에서 손을 내어주지 않은 것처럼.

이 남자, 그대로 단념을 안한다. 아예 직장까지 며칠 째고 은둔행 ㄱㄱ

려진이 직장에 전화를 해도 모운은 아예 안나왔다 하고 려진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안달복달 할 수 밖에 ㅠㅠ 

그때 즈음해서 모운은 승부수를 던진다. 나 아픈데 전에 너가 거절한 거기로 좀 와주셈?? 이제 내가 전화 ㄱㄱ

 

완곡히 거절한 기억도 못한채 려진은 그대로 달려간다. 


저 눈빛이 보이는가??? 다급한 저 표정과 전에 거절한 그 곳으로 가고 있다는 초조함.

그렇다, 이 여자는 전에 자신이 정한 ‘선’을 스스로 넘고 있는거다.


그래서 도착해서도 몇번을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주저주저하지만


결국 모운을 보고자… 노크를 한다.

콩, 콩… 문을 두드리는 려진의 소리에-


모운의 의미심장한 미소…

(후훗… 계획대로)

이 남자 완전 밀당고수아니냐???


그렇게 괜찮냐고 여자는 남자에게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또 온다고 한다.


밀당작전 대성공!

이후 둘은 이곳, 2046호에서 밀회를 이어나가게 된다.

이제 여기서 글도 쓰고, 노래도 하고, 같이 밥도 먹고, 완전 꿀데이트!


아, 그래. 연애에는 밀당이 중요하구나!


나도 밀당을 잘해서 미녀에게 사랑받는 연애의 고수가 되겠어!

그러고서 거울을 본다.

?????



아아… 그렇다, 일단 잘 생겨야 되는 것이다ㅠㅠㅠ

(밀당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야ㅠㅠ)


크흠… 다시 화양연화로 돌아가자(…)




그의 마지막 승부수


꿈같은 시간도 잠시였고... 집주인의 핀잔에 려진은 당분간 만나기 힘들다 하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사회가 지정한, 부인으로서의 그 자리의 역할로.

당시 사회에서 어차피 둘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

그걸 모운은 못 만난 시간동안 느낀 것 같다. 

이 남자, 고뇌한다…

어떡하지?


재회에서 그는 말한다.

싱가폴을 가기로 했다고.


우리만 결백하면 되는것 아니냐는 려진의 말에…

(그렇다, 이들의 로맨스는 시종일관 ‘역할놀이’와 ‘실제’간의 줄타기였다. 함께 취미를 공유하고 배우자 간의 불륜을 연기해봤을 뿐, 진짜 사랑을 느끼는건 아니었다고 둘 모두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있었던 것. 그래서 우리는 그들과는 다르다고 누누히 언급한다. 이런게 아니었다면, 둘 모두 사회가 금지하는, 서로에 대한 로맨스를 드러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모운은 처음엔 그런 감정이 아니었지만 차차 바뀌어 갔다며-

“날 사랑했다는 말인가요?”라는 려진의 말에

“나도 모르게…”라며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는 시종일관 역할놀이이자 취미공유였을테지만. 사람의 진짜 마음이란 의식 아래 자기도 인지하지 못하는 저 깊은 곳에 있는 것일지도.)


그리고 ‘이별 연습’

감정을 터뜨린 그녀는 그와 함께 있고 싶다고까지 이야기를 하지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노래하는 화양적연화를 들으며 둘은 헤어졌음을 실감한다.


모운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다시는 전화않겠다는 그의 말과 달리, 울리는 그녀 사무실의 전화.

“티켓이 한 장 더 있다면, 나와 같이 가겠소?”


그러나… 그녀는 결국 오지 않는다.


그가 떠난 2046호에서 눈물을 흘리는 그녀…


“내게 자리가 있다면… 내게로 올건가요?”

그녀의 본심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거다.


그러나 이게 온전히 끝은 아니었다.


1963년.

결국 마침내 그녀는 싱가폴을 방문한다. 그가 있는 그곳으로…


4편에서 이야기한 식으로 말하자면, 그의 밀당은 시종일관 그와 그녀를 가로막는 사회적 질서라는 장벽을 넘어 욕망과 로맨스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었을 거다. 


그의 밀당의 결말은 과연..? 5편에 계속





 



 



———————————————————————————————————————


5편을 쓰려다가, 모운이라는 인물이 흥미로워 보여서 번외편으로 휘갈겨 씁니다. ㅋㅋㅋ

화양연화에서 왕가위가 자신이 말하고 싶은 바를 투영한 인물은 모운이겠죠. 


5편에서 나오는 내용을 말하려고 이 ‘홍콩의 화양연화’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거 같습니다. 


예정대로면- 아마 다음 5편이 마지막 편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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