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1/24 00:50:25수정됨
Name   오구
Subject   아플 때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은 살면서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읽으시기에 앞서 이 글은 특정회원 저격글이 아닙니다.
그저 그분이 부러워서 쓰는 푸념글일 뿐이고 결국에는 제 인생을 설명하는 글일 뿐입니다.
생각의 흐름따라 글을 썼기에 객관적인 태도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시정권고나 태클은 달게 받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학교에서 욕을 한바가지 먹고 퇴근했습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힘든 날이였습니다.
한번은 30분을 전화기 붙잡고 이러한 절차가 있어서 민원인께서 요청하시는 것을 할 수가 없다고 친절하게 설명해드리려고 진땀뺐지만 결론은 넌 됐고 교장 나오라는 것이였습니다.
그런데 학교로 직접 찾아오겠다고 하시던 분이 구청의 민원 담당 공무원께는 5분만에 승낙하시고 모든 것을 인정하셨습니다.

그래서 화장실 가서 전화기 붙잡고 있었던 시간인 딱 30분동안 울고 다시 일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노트북을 키고 당장 모레까지 제출해야 할 레포트를 4과목 훑어봤습니다.
오늘도 밤 12시 넘어서 잘 것 같습니다.

여기 처음 가입해서 글을 쭉 읽어보다가 꾸준히 비슷한 글을 계속 올리시는 한 회원님을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글 올리신 것 보니 글을 올리신지 올해로 2년 정도 되었더군요.
가입인사 올리신 것부터 이름검색해서 전부 읽어봤습니다.
아니..........솔직히 쓰자면 글 몇 개는 비슷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스킵한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랬던게 정말 많은 분들이 그분이 쓴 글마다 고견을 달아주셨더군요.
진심어린 칭찬도 있었고 위로도 있었고 질책도 있었고 조언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무엇보다 2년이라는 그 긴 기간동안 꾸준히 한 분을 설득하시는 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태어나서 그런 광경은 처음 봤네요;;

저는 올해 33살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은 24살이었습니다.
올해가 정신과 진료를 받은지 10년이 되고, 심리상담을 받은지는 5년이 됩니다.
정신과 진료 비용으로만 수백만원을 쏟아부었고, 심리상담 비용으로는 수천만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이건 결코 자랑이 아닙니다. 그만큼 제 상태가 심각했다는 뜻입니다.

청소년상담센터에서 고위험군 청소년으로 진단받아 처음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신분열증이 의심된다는 증상을 처음 받았고, 치료가 시작됐습니다.

심리상담은 채팅심리상담을 먼저 받았는데, 저는 대면심리상담이 더 맞을 것 같다고 소개해줘서 그대로 실천에 옮긴 것 뿐입니다.
채팅심리상담 병원에서 안 알려줬습니다. 그런데 채팅심리상담은 어떻게 알았냐구요?
병원에서 심리검사 받을 때 검사지 귀퉁이에 짤막하게 '상담'이라고 써있던 걸 봐뒀다가 폰으로 검색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지능검사 결과는 95로 나왔습니다. 보통 지능이라고 했습니다.
언어적 지능이 약간 높게 나오긴 했지만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결과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날로 그냥 잊었습니다.

정신과 병원에서 규칙적으로 약을 타먹고 진료를 받으면서 참 외로웠습니다. 대면심리상담을 받으면서도 외로웠습니다.
어차피 그들도 저에게 의료적인 서비스와 심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 뿐이니까요.

가족들은 제가 돈은 안 모으고 인생에 하등 쓸데없는 심리상담에 수천만원 쏟아부었다고 질책만 했습니다.
진료비랑 상담비가 어째서 그렇게 많이 들었는지는 관심이 전혀 없으셨고 그저 저는 입닥치고 조용히 있으라고만 하셨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당시 직업이 없었고 연락하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더불어서 집안 형편도 그때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일단 시작했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원망도 해봤지만, 그래도 일단 시작했습니다.

병원 진료와 심리상담 오래 받은거요. 아직도 정의 내리긴 힘듭니다. 저는 관련 전공자가 아닌 환자라서 더더욱요.
어쩔땐 치료받는 도중에도 만감이 교차해서 힘듭니다.
그러나 건강만 지키려는 태도는 안 좋지만 아플 때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은 살면서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후 오늘도 12시 넘어서 자네ㅜㅜ



1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185 경제서울전세 18년 8개월, 전국매매 17년 6개월만에 최대치 기록 6 Leeka 20/11/30 3719 0
    11184 게임지표로 보는 LCS의 지배자들 2 OshiN 20/11/29 4845 2
    11183 경제신용대출로 집을 사는것에 대한 규제가 내일부터 시행됩니다. 5 Leeka 20/11/29 4250 0
    11182 일상/생각사유리의 선택과 부작용 17 토끼모자를쓴펭귄 20/11/29 4772 2
    11181 사회코로나시대, 아이폰으로 방문시 입장 QR코드 손쉽게 불러오기 8 Leeka 20/11/29 4706 4
    11180 일상/생각장애인의 결혼생활에 대한 짧은 생각들 10 오구 20/11/28 4802 4
    11179 의료/건강심리 부검, 자살사망자의 발자취를 따라간 5년간의 기록 4 다군 20/11/28 4720 4
    11178 정치저는 보이는것보다 조국이 더 폄하받고 윤석열이 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69 토끼모자를쓴펭귄 20/11/28 5756 4
    11177 경제부린이 특집 2호 - 집 매매시 주담대는 얼마나 나올까? Leeka 20/11/27 4860 10
    11176 창작괴물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4) 1 메아리 20/11/26 3700 4
    11175 창작괴물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3) 1 메아리 20/11/26 3230 2
    11174 창작괴물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2) 1 메아리 20/11/26 3881 2
    11173 창작괴물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1) 3 메아리 20/11/26 3693 3
    11172 꿀팁/강좌사진 편집할때 유용한 사이트 모음 6 LSY231 20/11/26 4925 1
    11171 일상/생각모 바 단골이 쓰는 사장이 싫어하는 이야기 6 머랭 20/11/26 3755 25
    11170 게임지표로 보는 LEC의 지배자들 4 OshiN 20/11/25 4308 4
    11167 IT/컴퓨터pdf 번역하는법 4 사이바팡크 20/11/24 3797 0
    11166 경제1인가구 내집마련 - 보금자리론 활용하기 2 Leeka 20/11/24 3620 10
    11165 일상/생각아플 때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은 살면서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3 오구 20/11/24 4091 16
    11164 철학/종교보증 서는 것에 대한 잠언의 이야기 2 아침커피 20/11/23 4381 6
    11163 일상/생각고향에 가고 싶어요. 9 2막4장 20/11/22 4295 7
    11162 일상/생각아마 저는 죽을때까지 고민할 것 같습니다. 3 오구 20/11/22 4043 11
    11161 창작계절은 돌고 돌며 아이코스도 돌고 돌아. 3 심해냉장고 20/11/22 4272 7
    11160 여행유머글을 보고 생각난 플 빌라 이야기 7 맥주만땅 20/11/22 4343 3
    11158 게임지표로 보는 LPL의 지배자들 3 OshiN 20/11/21 5381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