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01/23 20:02:11
Name   사슴도치
Subject   고소하면 제가 돈을 받을 수 있나요?
1. 들어가며

- "고소하면 돈을 받을 수 있나요?" 라는 질문은 법률상담을 하다보면 꽤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동시에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하나 싶은 생각도 들구요.
그래서 이와 관련된 글을 써볼까 하다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마침 원래 하던 모바일게임도 지워서 시간이 살짝 나서 아는대로 몇자 써봅니다.

2. 민사와 형사의 구별


- 법을 크게 구분하자면 공법과 사법으로 구별됩니다. 공법과 사법의 구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학설들이 있으나 대체로 국가와 관련되면 공법, 일반 개인과 관련되면 사법으로 이해됩니다. 그렇게 따지면 개인간의 채무관계를 주로 다루는 민법의 경우엔 사법이, 국가 공권력의 행사로 범죄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형법 및 형사소송법적 절차는 공법에 해당하게 됩니다.

- 그런 면에서 민사와 형사는 서로 그 규율영역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의 단서가 되는 "고소"는 그런면에서는 민사에서 규율되는 영역이 아닌 것이죠.

- 앞서 언급했다시피 사법에 해당하는 민사에서는 원고와 피고간의 법률적 다툼이 생기고 그에 대한 권리의 공권적 확인을 통하여 일방이 다른 타방에게 이행해야 할 의무의 존부를 확정짓게 되지만, 형사에서는 피의자/피고인과 이를 소추하는 국가권력의 대리인인 검사 양자간의 관계가 성립되는 것일 뿐, 피해자는 단지 고소인이자 형사재판의 참고인의 지위를 가질 뿐이지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3. 고소하면 제가 돈을 받을 수 있나요?


- 그렇지만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범죄에 피해자가 되는 경우에 직면하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맞아서,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나의 명예를 훼손해서, 누군가가 나의 돈을 편취해서. 그런 상황에서 우선 생각이 드는 건 공권력의 힘을 통하여 나의 침해당한 권리를 구제받으려는 생각을 먼저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가장 손쉬운 것이 고소를 통한 어떤 권리구제방안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다시피 형사재판에서 검사가 승소한다 하더라도 - 주로 유죄판결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 그로 인하여 결정되는 것은 피고인이 유죄인지 여부와 해당 범죄사실로 인한 형의 범위일뿐 피해자에게 얼마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오지는 않습니다. 즉 형사판결에서 유죄를 받은 것만으로는 어떤 법적인 의무를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즉 고소한다고 해서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그렇기 때문에 범죄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하여 자신의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물론 소송외적으로 손해를 피의자/피고인이 배상해주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범죄피해자가 된 상황에서 이런 것을 기대하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겠죠.

  - 그렇다면 이와 같은 범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성립시키는 법은 어디에 있을까요? 민법 제750조에서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피의자/피고인의 범죄행위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에 해당하게 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죠.

  물론 형사판결이 있기 전에도, 피고(민사에서는 피고,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라고 합니다)의 행위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임을 입증할 수 있다면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겠으나, 재판을 통하여 확인된 형사판결만큼 확실한 증거도 없다보니 유죄의 형사판결문이 이를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는 것이죠. 실무에서는 형사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도 검찰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여 첨부하기도 합니다만, 대부분 형사판결이 확정될 때를 기다려 기일을 추정(추후 정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형사판결에서 피해자의 피해에 대해서 언급은 되지만, 얼마의 손해를 입었는지는 명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로 인한 손해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들을 갑호증으로 제출하게 됩니다 - 사기당한 경우에는 사기당한 계좌의 통장 사본, 상해의 경우에는 치료비 영수증 등. 정신적 손해로 인한 위자료의 경우에는 대부분 주장하는 정도에서 그치며 액수가 과도하면 법원에서 적당히 감액해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서 원고가 승소하게 되면 원고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기화로 하는 이행청구권이라는 집행권원을 갖기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즉, 형사재판과는 별개로 민사재판을 진행해야 손해배상청구권을 공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재판외에서 합의라든가, 피고가 자발적으로 손해 상당액을 배상해주는 것도 가능은 합니다. 만약 이렇게 피고와 합의가 되었거나 자발적 배상한 사실이 있음에도 피해자인 원고측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피고는 이와 같은 사실을 들어 항변할 수도 있겠죠.


4. 소결


다시 원래 글 제목으로 돌아가 봅시다. "고소하면 제가 돈을 받을 수 있나요?" 아니요, 다만 고소를 통하여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나온다면 손해배상청구를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정도가 적당한 답변일 듯 싶습니다. 사실 애초에 고소와 손해배상은 서로 다른 평면위에 존재하는 개념이라서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것이 보다 정확하겠지만요.

5. 보론1 : 그런데 돈을 안갚는 채무자들을 사기죄로 고소하는건 왜죠?

채무불이행자에 대해서 사기죄로 고소한다는 사건도 꽤 많습니다. 아니 돈을 갚고 안갚고는 민사문제인데 왜 고소를 하나요? 라는 질문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 형사재판을 통하여 일방이 타방에 갖는 채무를 이행시키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형사재판에 얽히게 되면 피의자/피고인은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됩니다. 채권자가 채무자를 고소하는 건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를 이유로 고소하는데 위 조문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돈을 갚을 의사가 없음에도 있는 것처럼 채권자를 기망하여 돈을 빌려가서 재산상 이익을 취했음"이라는 논리로 사기죄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죠. 민사재판 통해서 받을수도 있으나, 형사재판을 통한 사실상 심리적인 압박을 통하여 더욱 빠른 채권채무관계의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죠.

이처럼 형사재판이 민사상 채무이행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논의가 있습니다만 여기에서는 이런 구조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넘어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6. 보론2 : 그렇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사와 형사의 구별은 단지 개인의 권리구제에서만 유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 여기저기에서 논의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이슈도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형사적 제제는 국가 형벌권의 행사로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민사는 개인간의 법적 분쟁에 해결에 촛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단순한 것이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징벌적 손해 배상은 민사와 형사 중간 지대에 놓여있는 규정이라고 볼 수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를 인정하게 되면 이것은 형벌과의 관계성을 고려할 때 '이중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죠. 징벌적 손해 배상은 물론 형벌은 아닙니다. 또한 이는 절차상 민사 소송에 의하여 부과되므로 형사 제재와의 형식적으로 구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 배상이 실질적으로 제재의 성격을 갖고 있고, 또 특히 이것은 주로 벌금형을 부과할 수 밖에 없는 기업과 같은 법인을 주된 대상으로 하므로 사실상 이중 처벌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하여 절차상 보장되는 피고(인)의 권리가 문제되기도 합니다. 즉 민사 소송에서는 적용 법역이 다르기에 형사 절차에서 피고인에게 주어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진술 거부권 또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 등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 배상이 제재적 성격을 가지며 통상 형벌에서의 벌금보다 더 많은 액수가 부과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권리 보호의 부재는 법적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부과된 배상액이나 벌금액을 고려하여 징벌적 손해 배상액을 산정함으로써 이중 처벌 가능성을 배제시키고, 법률에 배상액의 상한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전문 법관에 의한 재판을 통해 배상금의 과 잉 산정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징벌적 손해 배상금의 액수를 산정하는 기준은 상한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되, 성문법에 구체적 액수를 명문화하 여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것 보다는 그때 그때의 사안에 맞 게 전문가들과 사회 여론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법원이 나 법관이 재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재량권의 범위를  확장시켜주는 방식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만 해봅니다만 입법이 어떻게 될런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7. 맺으며

 가볍게 범죄피해로 인한 손해배상에 대해 적어보려고 했는데 생각이 가는대로 적다보니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조금은 무거운 주제까지 건드리게 된 것 같습니다. 최근에 합의금을 과도하게 뜯어내는 명예훼손 고소건도 있었고, 민사와 형사가 혼재된 질문들에 대해 상담을 해주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혼돈속에 빠져있구나 싶어서 피상적으로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들은 이와 같은 문제에 얽히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맺어볼까 합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2-06 09:09)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5
  • 정성과 전문지식이 가득한 글은 언제나 추천입니다.
  • 법관련 꿀팁은 추천!
  • 빨리 하나 더 안 하시면 님 고소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51 기타고소하면 제가 돈을 받을 수 있나요? 14 사슴도치 17/01/23 6164 15
333 기타육아일기 - 아이와 나눈 대화 8 까페레인 16/12/28 6164 5
716 역사 고대 전투와 전쟁 이야기 - (4) 무기에 대하여 1 16 기쁨평안 18/10/15 6163 4
940 역사오늘은 천안함 피격 사건 10주기입니다. 23 Fate 20/03/26 6162 39
948 일상/생각아싸, 찐따, 혹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11 이그나티우스 20/04/17 6158 17
452 일상/생각숙제 무용론 국딩의 최후 11 Homo_Skeptic 17/06/14 6157 7
746 기타홍차넷 아바타 온천 - 2 11 温泉卵 18/12/21 6155 12
867 여행몽골 여행기 2부 : 숙박(게르) / 음식 / 사막 7 Noup 19/09/28 6153 7
170 일상/생각일상 속의 차별: EBS와 CBeebies를 중심으로 13 기아트윈스 16/03/13 6152 7
780 일상/생각'그럼에도'와 '불구하고'의 사이 8 임아란 19/03/12 6150 64
681 일상/생각나는 술이 싫다 6 nickyo 18/08/18 6146 28
770 체육/스포츠[사이클] 랜스 암스트롱 (1) - It's not about the bike. 12 AGuyWithGlasses 19/02/17 6144 9
432 창작5월이면 네가 생각나. 3 틸트 17/05/14 6142 9
685 기타못살 것 같으면 직접 만들어보자. 핸드백제작기 22 Weinheimer 18/08/19 6140 18
872 역사국내 최초의 이민자, '하와이 한인'들에 대해 -하- 10 메존일각 19/10/03 6139 17
223 일상/생각3600마리의 닭, 360개의 엔진, 30명의 사람. 6 켈로그김 16/06/25 6139 14
802 일상/생각30대 기획자. 직장인. 애 아빠의 현재 상황. 15 아재 19/05/12 6138 37
874 일상/생각 사람이 죽음을 택하는 진짜 이유 / 미뤄주세요 8 Jace.WoM 19/10/14 6134 25
604 일상/생각인권과 나 자신의 편견 1 Liebe 18/03/18 6131 11
959 일상/생각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에 대한 반성, 무식함에 대한 고백 18 메존일각 20/05/16 6129 49
833 일상/생각청혼에 대한 기억... 28 o happy dagger 19/07/20 6123 27
663 여행어두운 현대사와 화려한 자연경관 - 크로아티아 12 호타루 18/07/15 6122 21
846 일상/생각혼자서 애 키우던 시기에 대한 추억... 41 o happy dagger 19/08/16 6117 55
961 과학고등학교 수학만으로 수학 중수에서 수학 고수 되기 11 에텔레로사 20/05/22 6115 7
842 정치/사회한일간 역사갈등은 꼬일까 풀릴까? 데이빋 캉, 데이빋 레헤니, & 빅터 챠 (2013) 16 기아트윈스 19/08/10 6111 14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