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6/12/03 03:18:42
Name   나쁜피
Subject   ISBN 이야기(2)
* 'ISBN 이야기(https://kongcha.net/?b=3&n=4284)'에서 이어집니다.

0. 타이밍
'ISBN 이야기'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다 하지 못하고 올려야 했어요. 저는 바코드 님의 타임라인 글(https://kongcha.net/?b=31&n=11321)이 잊히기 전에 최대한 빨리 글을 올리고 싶었고, 글의 완성도는 어느 정도 포기했거든요. 출판물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책은 완성도보다 시점이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2012년 7월, 안철수가 유력한 대권 주자로 떠올랐죠. 그리고 7월 19일에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대담집이 출간됩니다. 그런데 안철수 측에서 출판사에 원고를 넘겨준 시점이 7월 16일이에요. 그러니까 교정과 교열, 편집, 디자인, 출력, 인쇄, 제본이 3~4일 만에 이루어졌다는 거죠. 보통 책 한 권이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4~6개월인 걸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속도였어요. 그리고 책은 말 그대로 찍는 대로 다 파는 수준으로 흥행했죠. 여러분, 출판도 인생도 연애도 타이밍이에요. 명심하세요.

이 분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1. 복습
지난 시간에 배운 ISBN을 다시 살펴볼까요? 이번엔 제가 좋아하는 이석원 작가의 『보통의 존재』입니다. ISBN... ISBN을 보자!!


978-89-93928-03-7
1. 978(접두부): 도서는 978, 979라고 배웠습니다.
2. 89(국별번호): 한국은 89. 979일 땐 11입니다.
3. 93928(발행자번호): 이 책은 '달' 출판사에서 나왔어요.
4. 03(서명식별번호): 발행순서대로 출판사에서 부여한다고 했죠? 달 출판사의 세 번째 책이겠군요.가 아니라 00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네 번째 책이 되겠습니다. 댓글로 지적해주신 솜사탕님께 감사드려요(__)
5. 7(체크기호): 요상한 계산법에 따라 생성된다고 했지유?


2. 부가기호
근데 ISBN 바코드 옆에 작은 바코드가 하나 더 있어요. 다시 볼까요?


03800이란 숫자가 있네요. 이건 부가기호예요. 한국 도서 번호는 ISBN에 이 부가기호가 붙어서 구성됩니다. 이것도 하나하나 뜯어보죠.
1. 0(독자대상기호): 0은 교양, 1은 실용, 7은 아동, 9는 전문. 이런 식이에요. 이 책은 교양이군요.
2. 3(발행형태기호): 0은 문고본, 3은 단행본, 4는 전집, 7은 그림책·만화. 요렇게 판형이나 형태가 기록돼요.
3. 80(내용분류기호): 책의 주제 분류에요. 80은 문학 일반이군요.
4. 0(예비번호):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아요. 모든 책이 다 0이죠.

이 부가기호는 출판사가 임의로 부여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예전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어요. 개정되기 전 도서정가제에선 교양 도서와 달리 실용도서는 정가제 예외 대상이었거든요. 그래서 일부 출판사들이 문학이나 경영서를 실용도서로 분류함으로써 도서정가제를 우회해 마구잡이로 할인한 거죠. 지금의 개정된 도서정가제에선 실용도서도 정가제 대상이기 때문에 이런 꼼수가 불가능해졌습니다.


3. 인쇄 사고
출판을 하다 보면 정말 일어나선 안 될 일들이 일어나곤 해요. 안 돼... 생각만 해도 끔찍해ㅠㅠ 은근히 사고가 많이 나는 부분이 ISBN이에요. 규모가 크거나 숙련된 편집자들이 있는 출판사에서야 ISBN 때문에 사고가 날 일은 거의 없겠죠. 하지만 ISBN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편집자나 디자이너가 있는 작은 출판사에선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예전에 작업했던 표지 파일로 작업하다 이전 책의 ISBN이 남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ISBN의 마지막 자리는 체크기호라고 했잖아요? 이 체크기호를 계산해주는 프로그램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생겨요. ISBN이 10자리일 때의 옛날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틀린 체크기호를 가지게 되는 거죠. 그 외에도 띠지와 표지의 ISBN이 다르다든가... 참 다양한 사고들이 일어납니다. 만약 책의 바코드 부분이 스티커로 붙여져 있다면 인쇄 사고를 의심할만 해요. 일일이 스티커 붙이느라 얼마나 고생들 했을까요...


ISBN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는데, 급하게 쓴 첫번째 글을 많이들 읽어주셔서 애프터 서비스를 해보았어요. 다음에 또 도서관이나 출판 쪽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ㅎvㅎ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12-12 11:19)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0
  • 우왕!!!!
  • 전문적인 이야기 감사합니다.
이 게시판에 등록된 나쁜피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33 기타육아일기 - 아이와 나눈 대화 8 까페레인 16/12/28 6244 5
323 기타딸바보와 바보딸 28 민달팽이 16/12/16 6708 26
318 기타아직도 이불킥하는 중2병 썰, 20 마투잘렘 16/12/06 8182 16
316 기타마, 얼굴만 봐도 알겠네! 너지! 26 Azurespace 16/11/29 10100 17
315 기타ISBN 이야기 17 나쁜피 16/12/02 5927 15
314 기타ISBN 이야기(2) 20 나쁜피 16/12/03 5409 10
302 기타서원철폐 21 피아니시모 16/11/16 5886 4
296 기타만 4세, 실존적 위기에 봉착하다. 56 기아트윈스 16/10/31 7224 21
287 기타당연한 육아는 없답니다 16 밀크티티 16/10/20 6687 22
270 기타채식주의자(The Vegetarian)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씨 만난 썰 39 기아트윈스 16/09/27 6513 1
267 기타[마르크스 사상사 시리즈] 1. 맑스?마르크스? 29 nickyo 16/09/21 7440 5
266 기타양자역학 의식의 흐름: 더 퍼스트 어벤져 37 Event Horizon 16/09/16 6710 13
265 기타니코틴과 히로뽕 이야기 5 모모스 16/09/15 9733 6
264 기타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왜 "추석 차례 지내지 말자"고 할까 9 님니리님님 16/09/13 5923 5
252 기타후장식 드라이제 소총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7 모모스 16/08/19 10206 3
251 기타"국왕" 대신 "국가와 조국" 위해 싸운 나폴레옹의 프랑스군 8 모모스 16/08/18 7875 3
250 기타반사 21 기아트윈스 16/08/14 5688 7
247 기타원어민도 못푸는 수능34번 문제? 34 Event Horizon 16/08/09 8191 12
242 기타홍차넷 자게 메타분석 45 기아트윈스 16/08/01 7626 16
231 기타올바른 '판단-해석'을 위하여 11 전기공학도 16/07/10 5720 6
230 기타종이모형을 아시나요? (데이터 주의!!!) 35 볕뉘 16/07/08 8888 13
210 기타아들이 말을 참 잘합니다. 37 Toby 16/05/30 6592 25
198 기타커피 이야기 - Caffeine (리뉴얼버전) 15 모모스 16/04/29 6780 3
182 기타[회고록] 그 밤은 추웠고, 난 홍조를 띠었네. 43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4/12 5789 10
181 기타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 되는가 22 Moira 16/04/08 8295 6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