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0/10/06 00:05:05
Name   머랭
Subject   그렇게 똑같은 말
괜찮아.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지 마. 충분히 해 왔어. 할 수 있고 나는 그럴 거라고 믿을 거야. 멀리서 생각할게, 잘 될 거라고. 우울해도 좋아. 너무 기가 죽으면 하늘을 보고, 나도 그걸 보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주로 제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해 주는데, 그러면 가끔 사람들의 눈이 글썽글썽해 져요. 그런것들을 보면 사람은 다르지 않구나. 그렇구나. 다들 외로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타로카드의 메이저 아르카나 카드 중에, 제가 좋아하는 카드가 있어요. 은둔자 카드에요. 은둔자 카드는 새장처럼 생긴 호롱을 들고 있어요. 그 안에서는 별이 빛나고 있죠. 아무도 은둔자를 찾지 않지만, 세상 사람들이 찾는 것은 그 호롱속에 있어요. 그런데, 은둔자는 때때로 그 사실을 몰라요. 간절하게 자신이 바라는 것들은 지금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은둔자 카드는 기다림의 카드에요. 아직 기다리세요. 당신은 괜찮아요.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죠. 당신 마음 속에는 별이 있어요. 그 별이 빛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사람들에게 닿지 않았네요. 때가 되면 당신은 스스로 그 문을 열게 될 겁니다. 그러면 별이 떠오르겠죠. 메이저 아르카나의 또 다른 카드, 별 카드가 있습니다. 이 카드는 희망을 의미해요. 내 가슴 속 꽁꽁 닫았던 어떤 갈망들이, 이제 하늘 위로 떠오르는 거예요. 이름 모를 별들이 여전히 하늘 위에 있죠. 어느날 우리는 그 별을 발견합니다. 저건 어디서 왔지? 하지만 그 별은 그 자리에 늘 있었어요. 빛날 떄가 되어야 우리는 그걸 발견합니다. 은둔자는 그 날을 기다려요. 계속해서요.

그러니 너무나 쓸쓸하지 않겠어요. 별은 보일듯말듯 반짝이는데, 그 빛이 딱 나에게만 보이니. 그런 마음들이 제게는 참 와닿아요. 어디까지 가야할까. 버틸 수 있을까. 은둔자 카드에서 매달린 사람 카드로 넘어가 볼까요. 이 카드를 너무 간단하게 말하면 이래요. 달리 생각해 보세요. 그렇지만 전 그렇게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더 이상 매달리면 내가 너무 힘들어요. 내려놓으세요. 괜찮아요. 시간이 흐르면 그 별빛을 모두 알아보게 될 거라고.

타로카드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상냥하다면 상냥하고 단호하다면 단호하죠. 하지만 거기서 아주 따뜻한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따스하고 조그만 구석들을 찾을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어떤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횡재수같은 건 모두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고. 그게 사람을 불행으로 이끌기도 하죠.

홀로 앉아있는 은둔자를 보고 생각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런 말을 하죠. 별이 영원히 거기에 갇혀있지는 않을 거라고. 어떤 카드라도 아주 따뜻한 구석이 있어요. 탑 카드를 떠올려볼까요? 탑 카드는 보통 사람들이 무서워하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재난을 의미하니까요. 그렇지만 거기서도 한 조각을 찾아낼 수 있어요. 번개입니다. 고통스럽죠. 힘들죠. 하지만 번개가 내 안의 고뇌들을 가져갑니다. 그 시간들이, 모든 것을 사라진 거기서 나의 길을 찾게 해 줄 거라고. 저는 좀 더 해석을 덧붙여요.

타로카드 리딩을 해 주면서 많은 생각이 들어요. 힘들었구나, 그것말고도 나도 힘들었구나.
가끔은 내가 나를 달래기 위해서 리딩을 해요. 누군가 댓글을 달죠. 언니, 저 힘들었어요.
괴로운 사람끼리 모여있어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면 그건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은둔자들인 거예요. 별이 든 호롱을 들고, 나의 때를 기다리며 쓸쓸해 하곤 있죠. 그럴 때 손을 내밀어주고 싶어요. 저는 뭐 운명적인 엄청난 게 다가온다거나 그런 말은 못하겠어요. 하지만 그 말은 망설이지 않고 할 수 있어요.

괜찮아요,
언젠가 별이 떠오를 거잖아요.
힘들어 하는 것도 울어 버리는 것도 다 괜찮아요.
아주 먼 곳에서 내가 가진 것을 갖고 싶어서 우울해 하는 사람들이, 언젠가 그 별빛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괜찮다는 한마디 듣기가 사실 그렇게 쉽지는 않잖아요?
그러니 저라도 해야죠.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상황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꼭 나아져야만 한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괜찮아요.
그런 마음으로 일년째 타로리딩을 해 보고 있네요.
그 사람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저를 위해서기도 해요.

언젠가 내 호롱의 자물쇠가 열리면, 반짝이겠죠. 나도, 사람들도.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10-20 10:03)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7
  • 머랭님의 따뜻함에 위로받는 사람이 분명 많을거여요...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에게 해주시는 말이 아니라도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ㅠㅠㅠ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5 일상/생각그렇게 똑같은 말 1 머랭 20/10/06 5659 17
1014 기타30개월 아들 이야기 25 쉬군 20/10/05 6931 47
1013 일상/생각나는 순혈 오리지날 코리안인가? 50 사이시옷 20/10/05 7769 24
1012 문학토마 피케티 - 자본과 이데올로기 리뷰(아이티 혁명을 중심으로) 9 에피타 20/10/03 6672 21
1011 문화/예술여백이 없는 나라 13 아침커피 20/09/29 7399 36
1010 경제주식투자, 튜토리얼부터 레이드까지 37 기아트윈스 20/09/23 9244 28
1009 문화/예술초가집과 모찌떡과 랩실 7 아침커피 20/09/24 5661 17
1008 일상/생각나는 대체가능한 존재인가 15 에피타 20/09/23 6818 26
1007 일상/생각가난해야만하는 사람들 53 rustysaber 20/09/20 7866 25
1006 기타온라인 쇼핑 관련 Tip..?! - 판매자 관점에서... 2 니누얼 20/09/16 5382 12
1005 일상/생각어른들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착한 사람 되지 마세요. 27 Schweigen 20/09/07 8972 70
1004 철학/종교나이롱 신자가 써보는 비대면예배에 대한 단상 14 T.Robin 20/08/31 6323 6
1003 문화/예술한복의 멋, 양복의 스타일 3 아침커피 20/08/30 6053 5
1002 요리/음식토마토 파스타 맛의 구조와 설계 그리고 변주 - 1 21 나루 20/08/26 7294 14
1001 일상/생각타임라인에서 공부한 의료파업에 대한 생각정리 43 거소 20/08/25 10298 82
1000 일상/생각뉴스 안보고 1달 살아보기 결과 10 2020禁유튜브 20/08/18 7303 29
999 정치/사회섹슈얼리티 시리즈 (7) - 마이 리틀 섹시 포니 28 호라타래 20/08/18 8977 25
998 문화/예술술도 차도 아닌 것의 맛 7 아침커피 20/08/17 5686 19
997 요리/음식대단할거 없는 이탤리안 흉내내기. 15 legrand 20/08/16 6513 22
996 여행[사진多/스압]푸른 파도의 섬 - 울릉도 이것저것 23 나단 20/08/15 6207 18
995 일상/생각풀 리모트가 내 주변에 끼친 영향 16 ikuk 20/08/12 6307 30
994 철학/종교최소한 시신은 없었다 6 아침커피 20/08/10 6479 17
993 일상/생각설거지 하면서 세탁기 돌려놓지 말자 24 아침커피 20/08/06 7162 49
992 창작내 작은 영웅의 체크카드 4 심해냉장고 20/08/05 6762 16
991 문학사랑하는 법 26 아침커피 20/07/28 6702 36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