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20/03/20 00:07:48
Name   토끼모자를쓴펭귄
Subject   도덕이란 것이 각자 생각하기 나름인건데 그럼 왜 도덕을 지켜야하는걸까요?
도덕의 상대성이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A라는 행위는 a사람이 봤을때 옳은 행위이지만 b사람이 봤을때는 틀린 행위입니다. B라는 행위는 a사람이 봤을때 틀린 행위이지만 a사람이 봤을때는 옳은 행위이죠.

물리학에서 지구 표면에서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공기저항없는 환경에서 물체를 가만히 떨어뜨리면 9.8m/sec2의 중력가속도로 수직낙하할 겁니다. 이것은 이 물체를 보는 누구나가 인정하지요. 뭐 물론 옛날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르게 생각했을 것이고 뉴튼 이후 아인슈타인이 등장해서 중력이론을 바꾸어서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 설명한다 하여도 어쨌든 어떤 실험 결과를 보여줬을때 만인이 그 실험에 납득하기가 더 쉽다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가져오면 끝이니까요. 물론 단순화해서 말한 것이긴 한데 아무튼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꽤나 합의가 상대적으로 더 이루어지기 쉬운 영역입니다.

하지만 이 '도덕'이란 것을 논증하려면 결국 이런 형태를 띨 수밖에 없습니다. 'A는 옳은 일이야. 따라서 이에 비추어 봤을때 B도 옳은 일이어야 일관성이 있어.' 이렇게 이미 도덕적이라고 가정되어있는 어떤 명제에서 출발해서 이와 견주어보아서 다른 명제의 도덕성을 옹호해야 하지요. 논증구조가 굉장히 허약합니다. 도덕이란 것은 수학과 같이 공리로부터 출발해서 위로 쌓아올려나갈 수도 없는거고, 자연과학처럼 실험결과를 내밀면서 동의를 구할수도 없는겁니다. 결국 궁극에 궁극으로 가면 도덕은 그냥 그 사람 마음에 달린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라는 기본적으로 도덕적으로 보이는 명제조차, '전쟁시에는?' '안락사는?' 'AI시대에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기계는?' 등등 여러가지 의문점이 부분적으로 제기될 때가 있고요. 현대 미국인이 옛날 자기 조상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엄청 학살하면서 영토를 넓혔을때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메리카 원주민을 죽인 것은 나쁜 일이야'라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그래도 그 덕분에 큰 영토를 차지해서 미국이 강대국이 되었지'라고 생각할까요.  옛날 삼국지의 조조는 당대에 역적으로 욕먹었지만 현대에는 학살자로 더 욕을 많이 먹습니다.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그렇게 지고지순하게 지키고 싶어했던 많은 관념들은 현대에 그리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고 오히려 몇몇은 비웃음까지 당합니다.

민주주의적 현대자본주의적 도덕관념이 글로벌하게 전세계의 보편관념이 된지도 몇십년밖에 안되었습니다. 정말 짧게 잡으면 공산주의 패망한 1980년대 말부터 절대적인 패러다임이 된 것이구요. 따라서 지금 맞다고 생각하는 민주주의적 현대자본주의적 관념들이 먼 미래에는 틀릴 수 있겠죠.

도덕이란 게 사람마다 옳다고 믿는다는 게 다르고 시대가 변하면 또 달라지고 하는데 현재 이 땅의 도덕을 지켜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이 도덕을 지키면 현재 나에게 더 이득이 되니까' '도덕을 지키면 내 마음이 편하니까' 외에 다른 자신을 설득할 논리적인 명분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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