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19/01/04 22:55:35
Name   homo_skeptic
Subject   오이디푸스가 죽을 때 테세우스를 목격자로 세운 행동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책을 읽다 생긴 뜬금없는 궁금증이지만.. 검색으로도 나오지 않고, 이곳엔 답을 아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질문 남깁니다. 고대 그리스 비극은 물론 그쪽 신화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의문이 가는 점이 많네요.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죽을 장소로 가면서 테세우스 왕을 불러 그에게 아테네를 대대로 부강케 할 '보물'과 '비밀'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열린 대지 속으로 들어가 지옥으로 내려갑니다.

1. 여기서 오이디푸스가 말한 '보물'이나 '비밀'은 테세우스와 이후의 아테네와 그 왕들이 오이디푸스가 지옥으로 내려간 비밀로 지킨다면 얻게 될 간접적인 이익, 혹은 열린 대지 사이로 테세우스가 보았을 지옥의 모습 정도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나요? 혹시 다른 해석은 없나요?

2. 오이디푸스는 왜 자신이 죽은 장소를 그토록 비밀로 감춰두려고 했나요? 지옥과 연결된 신성한 장소라는 의미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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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1번은 죽기 직전에 비밀 같은 것에 대한 어떤 대가로 연결지어 해석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패륜으로 낙인 찍혀 모두에게 비난을 받아오던 오이디푸스를 마지막에 받아 준 것이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입니다. 죽기 전에 보답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아요
2번도 마찬가지로 지옥이 신성해서 비밀로 한 것이 아니라 영원히 고통받고 떠도는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심화하기 위해 그의 존재가 스러져 간 장소조차 알리지 않은 비극적 장치라고 보아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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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_skeptic
네, 아무래도 그 보물이라는 건 신라 문무왕의 유언처럼 자신과 딸을 보호해준 대가로 아테네를 지켜주겠다는 약속 정도의 의미가 맞는 것 같네요. 축약본에 가까운 번역본을 읽느라 놓친 행간이 있진 않을까 궁금했어요. 감사합니다.
아테네인들의 자부심 고취용 전설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3부작을 비롯해 관련 신화 자체가 테베가 몰락하고 아테네가 부흥한 걸 아테네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거거든요. 후백제를 세운 견훤의 탄생설화(지렁이 자식이라던가)를 고려의 역사책이 어찌 썼는지를 생각해보면 알만하죠.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강조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고요.

더 나아가자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 자체가 아테네인의 입장에서 많이 윤색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 예전에는 폴리스별로 모시는 신에 따라 같은 소재를 다룬 신화... 더 보기
아테네인들의 자부심 고취용 전설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3부작을 비롯해 관련 신화 자체가 테베가 몰락하고 아테네가 부흥한 걸 아테네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거거든요. 후백제를 세운 견훤의 탄생설화(지렁이 자식이라던가)를 고려의 역사책이 어찌 썼는지를 생각해보면 알만하죠.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강조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고요.

더 나아가자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 자체가 아테네인의 입장에서 많이 윤색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 예전에는 폴리스별로 모시는 신에 따라 같은 소재를 다룬 신화도 상이하게 기록했을 거예요. 개중 아테네가 오랜 시간 강성하며 많은 기록을 남겼는지라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많이 접할 수밖에 없고요. 아테나가 유독 굴욕 당하는 신화가 드물고 팔방미인인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같은 전쟁신인 아레스와는 참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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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_skeptic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이네요.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o happy dagger수정됨
아마 해석이 수없이 많을것 같은데요. 검색을 해보니 이게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http://www.oxfordscholarship.com/view/10.1093/acprof:oso/9780199672783.001.0001/acprof-9780199672783-chapter-2

abstract의 마지막이 이렇게 되어 ... 더 보기
아마 해석이 수없이 많을것 같은데요. 검색을 해보니 이게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http://www.oxfordscholarship.com/view/10.1093/acprof:oso/9780199672783.001.0001/acprof-9780199672783-chapter-2

abstract의 마지막이 이렇게 되어 있네요. 전체적으로 대강 훑어봤는데 테세우스와 오이디푸스와의 관계에 대한 꽤 재미있는 글인듯 합니다.
The figure of Oedipus as a xenos in Colonus reconciles the split between his identity as a polluted man and as a political protector. His incorporation and elevation to protector of Athens displays the Athenian ideal of the polis as the dwelling of all together (synoikismos), in which receptivity to the outsider and even to weakness becomes constitutive of the city’s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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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_skeptic
네, mime님의 가설과 비슷한 관점인 것 같습니다. 하이몬이 아버지 크레온에게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는 국가는 필요없다" 일갈하는 장면이 좀 이채로웠는데 아테네를 찬양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하면 더 잘 이해되네요.
오제 썼다 지웠는데 재밌으니까 저두,, 좀만 더 더해서 다시,,

1.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대체로 모든 일들은 인과관계가 있고 그것은 하나의 질서 그 자체이고, 저승으로 가는 것은 더욱 그래요. 디오뉘소스나 켈레오스도 하데스에게 이르기 위해 인간을 필요로 했고 거기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었죠. 인간들은 배삯을 내기 위해 동전을 하나씩 지니고 있어야 했고요. 아테네 신전의 무녀들도 두 명-보따리의 교환-밤에 지하신전으로의 방문의 의식을 거행하기도 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저 과정은 자체가 그러한 교환에 대한 아테네인들의 매혹을 ... 더 보기
오제 썼다 지웠는데 재밌으니까 저두,, 좀만 더 더해서 다시,,

1.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대체로 모든 일들은 인과관계가 있고 그것은 하나의 질서 그 자체이고, 저승으로 가는 것은 더욱 그래요. 디오뉘소스나 켈레오스도 하데스에게 이르기 위해 인간을 필요로 했고 거기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었죠. 인간들은 배삯을 내기 위해 동전을 하나씩 지니고 있어야 했고요. 아테네 신전의 무녀들도 두 명-보따리의 교환-밤에 지하신전으로의 방문의 의식을 거행하기도 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저 과정은 자체가 그러한 교환에 대한 아테네인들의 매혹을 드러내기도 하고(위에서 미메님이나 해피대거님도 말씀하셨지만 이건 아테네라는 장소와 큰 관련이 있어요. 전통적으로 아테네는 항상 내지였고 폴리스였던 특성을 생각하시면,,), 동시에 그들이 죽음을 묘사하는 아주 티피컬한 양식=강력한 전통이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읍니다.


2.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죽음을 의미하는 말로 젤 자주 쓰이는 말은 '가파른'이라는 말이었다고 해요. 그건 문단 아래로 떨어져 더이상 말해지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니 죽음이라는 건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삶이라는 빛과 영광에서 쫒겨나는 일일 수도 있고, 그건 리어왕도 그랬듯이 어떤 때에는 수치로 이해될 수도 있는 일이 아닐까여,,.?
그리고 오이디푸스 자체가 영웅이면서도 다른 영웅과는 꽤 다른 캐릭터니까요. ..

다만 다른 많은 신화들과는 다르게 그리스로마신화는 신성함과 연관된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위에 미메님 말씀처럼 그래서 정치처럼 지극히 인간의 일적인 관점에서 아주 쉽게 변형되었을 수도 있고, 다람쥐님처럼 문학적으로 읽어나가야할 수도 있고.. 해피대거님 말씀처럼 아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게 잼잇는 것 같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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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_skeptic
네. 전 그냥 알 수 없는 미래와 불행에 대한 대처법을 알려주는 인생학 교과서 정도로 이해했어요. 희곡 속 인간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건 겉으로 보기엔 신, 혹은 운명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 속의 두려움과 욕망을 이기지 못해 그 길을 가게 되더라고요. 신탁을 들은 라이오스가 아들을 미래의 성군이 될만하게 잘 교육시키고 자신이 살아있을 때 결혼을 시키고 왕위도 물려주었다면, 오이디푸스가 길을 막고 자신의 머릴 지팡이로 때리는 노친네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그 어떤 신탁이라도 그들을 불행에 빠뜨리진 못했을 테니까요.
알료사
으앙 재미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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