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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9/20 12:48:21
Name   cummings
Subject   총력취재 ‘의료대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https://m.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nNewsNumb=202410100011

⊙ 건강보험, 의약분업, 공공의료, 의료 카르텔 등이 얽힌 문제
⊙ 분만 중 태아에게 장애 생겼다고 의사에게 16억원 배상 판결… 의사들, “미용하지, 뭐”
⊙ “성남의료원 작년 적자 600억원… 지역의료원은 노조들의 밥”(우봉식 전 의료정책연구원 원장)
⊙ “시골 의사·의료기관 모두 포화 상태… 새로 개원할 자리 찾기 힘든 실정”(김창훈 전남 함평 한빛의원 원장)
⊙ “공공의대와 지방의료원은 좌파의 차세대 먹거리”(서울 모 의대 교수)
⊙ “윤 대통령이 현실 인식 잘못하고 있어”(노환규 전 의협회장)
⊙ 안상훈 국힘 의원, 홍석철 서울대 교수,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등이 ‘의료 개혁’ 추진자로 지목돼


수가가 낮은 이유

  수가를 두고 ‘수가가 낮다’ ‘수가를 올려야 한다’ 이런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수가는 어떻게 정해졌을까. 1976년 처음 수가를 책정하면서 당시 의료비에서 55% 인하한 가격으로 정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예를 들어 맹장염 수술을 할 때 원가가 100만원이라면 정부가 수가를 정하면서 ‘건강보험 환자들 치료비로는 55만원만 받아라’고 강제했다는 얘기다. 이때는 의사들이 가만히 있었다. 왜냐하면 그때는 건강보험 가입자 자체가 많지 않았다. 5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만이 대상이었다. 직장의료보험조합이다.

  건강보험 가입자가 아닌 일반 환자들에게는 1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일반 환자들 진료비로 보험 가입자들 진료로 본 손해를 메울 수 있었다. 정부는 의사들에게 ‘보험 가입자가 늘어나면 수가를 올려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십수 년이 지나도록 수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문제는 1989년에 일어났다. 차츰차츰 건강보험 가입 대상자가 늘어나더니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이 완성됐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건강보험 가입자가 됐다. 의사들은 더 이상 비보험 가입자들의 진료비로 손해를 메울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수가는 제자리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6년 낸 보고서를 보자.

  〈의과의 경우, 원가보전율이 최종 추정 결과 73.9%로 계산이 되었으며, 진료과별로는 소아과가 34.2%로 가장 낮았고, 치과의원의 경우 급여행위 원가보전율이 61.2%로 매우 낮게 나왔으며, 진료과별로 큰 편차를 보이지 않았음. 한의원의 경우 원가보전율이 92.7%로 계산되었으며, 특히 기본 진료 관련 의사 업무량과 진료비용이 낮아서 기본 진료의 원가보전율이 200%가 넘는 것으로 일차적으로 추계되었음.〉

  소아과의 경우 100만원의 원가가 드는 치료를 해도 진료비를 34만원만 받는다는 얘기다. 치료를 하면 할수록 소아과 의사는 손해인 셈이다.

  이후로도 수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22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뇌동맥류 수술의 수가 얘기가 나왔다. 뇌동맥류 수술은 수술 시간만 5~6시간 걸린다. 의사 여러 명에 간호사 여러 명이 달라붙어 대여섯 시간 수술하면 296만원을 받는다. 20분가량 걸리는 시력 교정 수술인 라식수술 비용과 비슷하다. 일본의 경우, 뇌동맥류 수술 수가는 1200만원, 미국은 6000만원 정도다. 똑같은 수술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하면 의사는 20배를 벌 수 있단 뜻이다. 296만원이면 반려견 수술 비용보다 낮다. 뇌 수술도 아니고 강아지 슬개골 탈구 수술이 서울 기준 200만~300만원 선이다.

  그러면 의사들은 어떻게 손해를 메워왔을까. 당시 진료를 했던 외과 의사 A씨의 얘기다.

  “2000년 당시 개인병원에서 맹장 수술을 하면 의사는 수술비로 12만5000원을 받았습니다. 마취료 조로 2만5000원을 따로 받았고요. 총 15만원 받은 거죠. 그런데 개인병원에 마취과 전문의가 있겠습니까. 마취과 의사를 부르면 따로 8만원은 줘야 했어요. 그럼 대체 의사가 받는 수술비가 얼마인가요? 7만원이죠. 맹장 수술을 의사 혼자 합니까. 간호사며 병원 인력들이 있어야죠. 그러니 안 써도 될 약을 더 쓰고 약값 리베이트 받고, 환자 오래 입원시키면서 손해를 메웠어요. 그런데 2000년에 김대중 정부가 의약분업을 실시한 겁니다.”



  DJ 정부의 의약분업

의약분업, 진료권 폐지 등 김대중 정권의 의료 정책은 지방 의료의 몰락을 가져왔다. 사진=조선DB
  2000년은 한국의 의료재정 역사에서 중요한 해다. 그해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이 시작됐다. 그때까지는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로 나뉘어 있었던 것을, 이때 재정을 한 곳으로 합쳐버렸다. 의약분업으로 의사가 처방전을 발행하면 환자가 약국에 가서 약을 사는 식으로 바뀌었다. 건강보험 재정이 본격적으로 파탄 나기 시작했다. 의사로서는 효과가 같으면서도 좀 더 저렴한 약을 처방할 유인(誘因)이 없어지고, 약국의 운영비, 인건비 등을 실질적으로 건보가 대주게 되면서 건강보험 적자 폭이 2조원으로 급증했다. 이 결과 건강보험에 대규모 국고 지원이 이뤄졌다.

  최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질되고 김대중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의약분업에 항의하는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진료수가를 올려줬다. 진료수가는 얼마 후 다시 내렸다. 이때부터 개인 병원에서는 더 이상 맹장 수술을 하지 않게 됐다.

  ‘3분 진료’가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환자와 길게 상담하지 않는 진료 방식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박리다매(薄利多賣)’라도 해야 손해를 메울 수 있다. 외국과는 수가가 얼마나 차이 날까. 우리나라의 의원급 외래 초진 진찰료는 2020년 기준 1만6410원이다. 미국은 13만2001원, 일본은 3만2069원이다.

  여기에 비급여 진료가 가세했다. 비급여 진료는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에 대한 치료’를 뜻한다. 각종 성형수술, 시력교정술 등이 다 비급여 진료다. 도수치료도 비급여다. 실비보험 제도와 맞물려 비급여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종합병원의 경우 검사비로 수입을 올렸다. CT, MRI, 초음파 검사 등이다. 흔히 ‘의사 되면 돈 번다’고 할 때 돈 버는 수단으로 비급여 진료를 생각하면 된다.



  진료권 제도 폐지 후 지방 의료 몰락

  김대중 정부가 우리나라 의료에 미친 영향은 심대하다. 당시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정책 담당자들은 자신들의 정책이 이 정도로 영향을 미칠지 알았을까? 의약분업 못지않게 중요한 게 진료권 제도 폐지다.

  1989년 전 국민으로 건강보험이 확대될 때 노태우 정부는 지역 간 균형적 의료 발전을 위해 진료권 제도를 시행했다. 진료권 제도는 환자가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분만, 응급, 기타 부득이 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건강보험증에 표시된 중진료권 내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했다. 가족의 간호를 받기 위해 다른 진료권에서 진료를 받고자 하는 경우에도 보험자로부터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건강보험 혜택을 부여했다. 진료권은 138개 중진료권과 8개 대진료권으로 편성돼 있었다. 1단계 진료는 중진료권의 의원 등을 이용하고, 1단계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야 대진료권의 2단계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춘천시에 산다면, 일단 춘천시 안의 의원에서 진료를 본다. 더 큰 병원에 가야 한다고 의사가 판단하면, 강원도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는 식이다. 이러지 않고 별 이유 없이 바로 서울로 가서 진료를 보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었다. 이 제도 덕에 지방에 의원, 병원들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도 줄었다.

  그런데 1998년 7월 김대중 정부는 진료권 제도를 폐지했다.

  1998년 10월엔 모든 병·의원을 1단계 진료기관으로 하고 상급종합병원만 2단계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병원 분류 체계를 바꿨다.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모든 병·의원 사이에 경쟁이 시작됐다. 결국 빈익빈 부익부였다. 동네 의원들이 급속히 사라지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다. 비교적 경증의 병이라도 서울 등 대도시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가기 시작했다. 2004년 KTX가 개통되며 서울 쏠림 현상이 극대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암 등 중증 질환의 경우 집 근처에 대학병원이 있어도 서울로 올라와 진료 보는 게 마치 최선을 다하는 환자와 가족의 자세인 것처럼 되어버렸다. ‘진단은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장례는 삼성서울병원에서’라는 말이 2000년대 들어 유행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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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많이 긴데, 관심있는분들이 읽어보기엔 내용이 제법 탄탄해서 가져와봤습니다.
(조선답게 쓸데없는 사족들이 붙어있긴 하지만, 건강보험의 역사와 변화에 대해 제법 잘 요약해둔것같아요)

개인적으로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지방의료 몰락의 제일 큰 이유중 하나로 진료권제도 폐지에 있다고 생각해서 해당 내용만 긁어왔습니다.

요즘 와서는 사실 KTX 반나절생활권에 차타고 대도시권까지 몇시간이나 걸린다고 시골의료까지 멱살잡고 살리는게 맞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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