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4/05/29 19:12:27수정됨
Name   카르스
Subject   '이러면 누가 사단장 할 수 있나'엔 공감한다
채 상병 특검 재의안이 부결되고, 12사단의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사고가 펼쳐지기 며칠 전.
조선일보는 채 상병 건으로 이런 칼럼을 썼습니다.
=======================================================================
(중략)

누차 지적됐듯이 이 사건은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다. 해병대 사단장에게까지 과실치사 혐의를 물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는 법적 권한이 없는 참고용 조사였을 뿐이다. 진짜 법적인 수사는 경찰이 하게 돼 있다. 해병대 수사단의 결론에 무리한 부분은 경찰 또는 검찰 차원에서 모두 걸러졌을 것이다. 그걸 참지 못하고 이미 경찰로 넘어간 조사 결과를 회수하는 통에 이 사달이 났다. 국방부나 대통령실의 사건 처리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다만, 장병 사망 사고 때 사단장이 지휘 책임이 아니라 과실치사의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과실치사’는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는 뜻이다. 교통사고가 대표적이다. 그날 채모 상병은 수해 사망 시신을 찾는 대민 지원에 참여하고 있었다. 하천의 물살이 빨랐으나 수색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다. 불행히도 채모 상병이 서 있던 물 밑의 땅이 꺼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단장은 수색 대원들에게 ‘해병대’라는 것이 눈에 띄게 복장을 통일하고 웃는 모습이 보이지 않게 얼굴을 가릴 것, 주차를 잘할 것이라는 등의 지시를 내려놓고 있었다. 대부분 할 수 있는 지시였지만 이 중 ‘해병대라는 것이 눈에 띄게 하라’는 부분이 문제가 되는 듯하다. 그래서 구명조끼를 입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외에 일부 관련자의 일방적 진술을 근거로 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한다.

이 사단장은 ‘해병대가 수색을 잘해 시신 수습의 성과를 올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병사가 사망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쓸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것이다. 해병대 복장 통일 지시를 구명조끼 입지 말라는 요구로 보는 것도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해병대는 장갑차나 보트 탑승 수색 때는 구명조끼 착용이 의무였지만 채 상병 경우처럼 ‘수변 수색’은 구명조끼가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 이 지침은 채 상병 사고 이후 개정됐다고 한다.

채 상병의 순직은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한 불행이다. 하지만 이 일로 사단장에게 ‘지휘 책임’이 아니라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며 감옥에 가라고 한다면 또 다른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 사단장에게 중대한 구체적 혐의가 드러난다면 다른 얘기가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과실치사’는 지나치다. 이 문제는 우리 군에 미칠 영향도 심각할 것이란 걱정이 든다.

자료를 찾아 보니 2011년부터 작년까지 12년 동안 우리 군에서 각종 군기, 안전 사고(자살 제외)로 사망한 장병은 300명이 넘었다. 60만 가까운 거대 조직이 위험한 장비를 다루고 온갖 위험한 일을 하니 불가항력이기도 할 것이다. 미군은 더 많다고 한다. 그제도 육군 사단 한 곳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 중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망 사고 하나하나를 채 상병 사건 식으로 보면 해당 사단장들 수십 명 이상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씌울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그런 일은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우리 군이 어떻게 됐겠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단은 군 편제의 중추이자 핵심이다. 현재 11개 사단이 휴전선을 지키고 있고 이 덕에 국민이 큰 걱정 없이 생활하고 있다. 1개 사단 1만여 병사들이 지키는 휴전선 길이는 22km가 넘는다. 산과 들, 하천으로 이뤄진 22km는 길고도 길다. 이를 빈틈없이 지키는 일은 실로 지난하다. 해병대 사단은 국가전략기동부대로서 유사시 북한 지역에 상륙한다. 북한은 이 두려움 때문에 상륙 예상 지점에 대규모 부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만약 해병대가 없다면 이 북한군이 전부 휴전선으로 내려올 것이다.

군에는 군단장, 군사령관, 합참의장도 있지만 실제 적과 마주한 채 나라를 지키는 지휘관은 사단장이다. 그 역할은 막중하다. 대민 지원 중 사고로 순직한 병사에 대해 사단장이 지휘 책임을 질 수는 있다. 그런데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며 감옥에 보낸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으로 군의 지휘 체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질 수 있는 책임에는 한계가 있다. 일부에서는 이른바 ‘시범 케이스’로 사단장에게 과실치사죄를 물어 군 사고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자가 사망하면 사장, 회장을 감옥 보낸다는 중대재해법을 군에도 적용하자는 건가. 이런 군대는 이미 군대가 아닐 것이다.

윤 대통령의 판단, 결정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항간의 얘기대로 윤 대통령이 ‘이러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화를 냈다면 여기엔 공감한다. 채 상병을 애도하며 이 일이 군 안전 사고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동시에 도를 넘는 처벌로 군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 해병대를 사랑한 채 상병도 바라지 않는 일일 것이다.

출처: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4/05/23/FZRWF2TRNFB55N37STWYXRNYGE/
=========================================================

하루 차이로 올라온 조선일보의 다른 칼럼도 비슷한 소리를 하고있습니다.

출처: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4/05/24/ZPB76MOGK5DBNGKFPNPC6G7LNA/
==============================================================
할 말은 많지만, 윤석열이 채 상병 건에서 왜 이상한 고집을 부렸는지 그 사상적 기반은 확실히 알겠습니다.

최근 윤석열에 쓴소리하는 조선일보조차 은근슬쩍 윤석열을 미화하는 기사들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면 누가 사단장 할 수 있나'라는 말로 요약되는,
윤석열을 넘어 시대착오적인 구보수세력 특유의 가치관이 있어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590 정치'국정농단 마지막 거물' 우병우 소환.."숙명이라면 받아들여"(종합) 4 Credit 17/11/29 1871 0
34240 스포츠LG, 또 선수 말만 믿다가 치명상…미숙한 대처에 비판 쇄도 3 다군 23/04/14 1871 0
9925 사회세종보 수문 개방 6개월..썩은 뻘 대신 금빛 모래 Credit 18/05/04 1871 0
13510 정치그는 왜 장충기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나 3 CONTAXS2 18/11/24 1871 0
37578 사회검찰 '소환 불응' 허영인 SPC 회장 체포 5 the 24/04/02 1871 0
34251 정치내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벌써부터 시끌 8 야얌 23/04/15 1871 0
32204 정치주머니 손 넣고 집으로…용산구청장, CCTV에 드러난 거짓말 4 Picard 22/11/11 1871 0
3023 정치취임 3일 만에 청와대 골격 구축 1 ArcanumToss 17/05/13 1871 1
16592 사회'7천만 원' 역대 최대 통행료 체납왕 체포 The xian 19/08/28 1871 0
7634 정치우상호 "박영선, 원조 친文 아냐…文대통령 대표 시절 비판" 16 이울 18/01/23 1871 0
33490 사회"AI 거래로 비트코인 고수익" 238억 사기범 징역 3년 2 danielbard 23/02/20 1871 0
12243 사회광장으로 나온 워마드.."착한 시위로는 더 이상 안 된다" 15 월화수목김사왈아 18/08/16 1871 0
3030 정치"절절한 엄마의 마음...너무 아픕니다", 세월호 기사 댓글 단 문재인 2 벤젠 C6H6 17/05/13 1871 0
37334 정치이재명 "정부·여당·악의적 언론이 협잡…내 측근 컷오프 훨씬 많아" 5 매뉴물있뉴 24/03/06 1871 1
7127 사회'일자리 샌드위치' 된 중산층 청년들 18 Erzenico 17/12/25 1871 0
3033 사회(세월호 발견 유골 아직 누구인지 신원 확정은 아님) 5 알겠슘돠 17/05/13 1871 0
12252 사회"친근감의 표시였다"..병사들 손 공구로 내리친 軍 간부 실형 4 tannenbaum 18/08/17 1871 1
9694 사회교육부 간부가 비리사학에 '내부고발자' 넘겼다 2 이울 18/04/25 1871 0
16096 사회반도체 연구소 다시 불 밝힌다 '주52시간 면제' 5 그저그런 19/07/21 1871 0
34272 사회“사상 온건” “불법쟁의 징계”…다이소의 숨막히는 복무규정 8 다군 23/04/16 1871 0
33764 기타애플페이, 21일 국내서비스 개시…편의점 등 호환매장서 가능 13 다군 23/03/14 1871 0
4325 정치[현장영상]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출마 선언 14 벤젠 C6H6 17/08/03 1871 0
10213 정치"드루킹 '댓글수사 축소하면 김경수 관련 진술'"..檢에 협상시도 3 퓨질리어 18/05/18 1871 0
3558 사회표절 피해 대학원생의 눈물, 서울대는 4년간 침묵했다 3 서흔 17/06/17 1871 0
8934 사회"전세금 못 주니 집 사라" 깡통주택 떠안는 세입자들 1 이울 18/03/29 1871 0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