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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11/10 10:49:01 |
Name | 치리아 |
Subject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강연 소감 |
예전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강연을 들은 적 있는데, 그때 일기 비슷하게 감상을 쓴걸 바탕으로 좀 더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외교나 국제 카테고리가 없고, 그렇다고 정치에 넣기도 조금 이상해보여서 일상/생각 카테고리에 넣었습니다. 더 좋은 카테고리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2.국제정세 설명에는 별로 특별한 것이 없었습니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견제 등등, 제가 다 아는 것들이라서요. 다만 시진핑의 소강사회 계획이 성공할 거라고 보는 것이 의외였네요. 제 생각보다 중국 경제발전-분배정책이 잘 되고있나 봅니다. 3.'최근에 시진핑을 몇번 만났는데~', '미중패권 문제가 궁금해서 키신저에게 물어봤는데', '조지프 나이와 미중패권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는데~' 처럼 입이 떡 벌어지는 유명인사들을 아무렇지도 말할 때마다 감탄이 가슴 속에 물신거리더군요. 거물이 거물 만나는게 당연하긴 하지만, 저 같은 일반인 입장에서는 우와~ 란 마음이 안 들수가 없으니까요. 4.지소미아를 한국의 일방적 파기라고 보고, 한미일 간접동맹이 깨진다고 부정적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친미적 성향을 확실히 보이더시군요. 우리가 믿을만한 친구는 미국 뿐이라고요. 저는 미국이 상대적으로 우리가 믿을 나라라는 것, 그리고 한미동맹이 중요하단 것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반기문 전 사무총장 같은 외교관이 한국전쟁에서의 미국의 희생을 '감정적으로' 강조하며 주한 미국대사관 앞 시위를 부적절하다고 말하는 등의 언행은 몹시 의외였습니다. 다만 반기문 사무총장은 위 언행 직후에 '여러분은 어려움을 안 겪어서 진보적일 수 있지만, 저는 해방 이전에 태어나 보수적이지 않으면 못살아남는 사회에서 살아서 보수에 경도되어 있을 수 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걸 듣고 머리로는 국익을 위해 참전한걸 알아도, 가슴으로는 미국에 대한 고마움 내지 부채의식이 남아있어서 저리 말씀하시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기브미 쪼꼬렛 세대니까요. 5.전체적으로는 '국가지도자'라기보다는, '외무관료'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셨습니다. 주한 미국대사관 앞 반미시위에 대해 '불만은 외교로 해결해야지 국민이 나서서 면박을 주면 안된다'라고 발언하신다거나. 그분 입장에서나 나라 입장에서나 여러모로 대통령이 안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네요. 6.(선진국에서는) 외교는 다들 초당적으로 하고, 이렇게 정권따라 왔다갔다하는 건 한국밖에 없다며 외교의 일관성을 강조했습니다. 예시는 대북정책의 실패와 미국 전작권 환수문제였습니다. 초당적 외교의 경우 다소 과장해서 말씀하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권에 따라 외교정책 바꾸는 건 일반적 현상이니까요. 좀 이례적인 사례긴 하지만 오바마-트럼프 정권의 차이를 보세요. 물론 노무현-이명박근혜-문재인의 Turn이 컸던 건 사실이니 어떤 의도로 강조한 것인지는 이해합니다. 7.일국의 외교관료가 아니라 유엔사무총장 답다고 생각한 부분이, 다자주의의 강조와 글로벌리더가 되길 바란다는 메세지였습니다. 지금껏 국가 지도자들을 수없이 만나봤지만 글로벌리더는 단 하나도 없었다고, 여러분 젊은이들은 세계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시더군요. 세계시민주의는 좋지만, 현재의 시스템에서 국가지도자가 되면 자국을 우선시할 수 밖에 없죠. 민주화운동가인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악덕 독재자와 웃으며 손잡는 게 본인들의 의사 때문이겠습니까. 국가의 지도자기에 걸린 책임-국익을 최대화할 의무 때문이지요. 국가를 넘어서 세계적 차원에서의 역할수행을 유엔이나 다른 국제기구가 해줘야할텐데, 많이 부족하죠. 반기문 사무총장은 그런 현실을 일선에서 뼈저리게 느끼면서, 안될 것을 알면서도 미래세대에게 부탁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은퇴한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은 후대에 희망을 걸 수 밖에 없으니까요. 뭔가 안타깝게도 느껴졌네요. 8.강연 초반에 '평화 인권 등이 유엔의 가치죠. 유엔은 가치가 있습니다, 힘은 없지만.' 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전직 유엔 사무총장이 스스로 유엔이 힘이 없다고 하니까 놀라우면서도 웃펐는데, 7번이랑 묶어서 생각해보면 유엔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면서 무력감을 상당히 느끼셨던 게 아닐까 싶네요. 9.질문을 받지 않았습니다만, '시간이 없어서' 같은 말씀이 아니라 당당하게 '이후의 일과 의문은 여려분의 숙제로 남겨두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정말 감탄했습니다. 외교관이란 어떤 메세지도 기분좋게 가공해서 들려주는 직업이죠. 괜히 외교관이 아니구나 하는걸 느꼈습니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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