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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0/31 04:18:05
Name   바나나코우
Subject   손금
안녕하세요?

딸에게 마지막 잎새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존시와 수가 그리니치빌리지의 한구석에서 이렇게 고생하며 사는 이유는, 얘들이 어릴때 그림에 뛰어난 재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때 고향마을에서야 제일 그림을 잘그리는 애들이었겠지만 결국 대도시에는 그런 사람들이 수없이 모여들고, 어중간한 재주로는 중간에 발이 묶이게 되어 있다고..

5살짜리에게 할 만한 얘기는 아닌데, 아마 감정이입이 되어서 ㅋ

수십년전의 이야기지만 저도 영재의 기색을 잠깐 보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후로도 고분고분하게 공부를 하다보니 취업까지는 그럭저럭 했는데 역시 중산층의 한 자리를 잡는것은 쉽지 않았네요. 지금은 4년째 애를 키우며 집에 들어앉아 있고, 몸은 말할수 없이 편하지만 제일 신경쓰이는 일은 기대했던 아들의 꼬라지에 가슴아파하고 계실 부모님이네요. (올 여름부터는 형까지 육아휴직을 ㅋ)

성공에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얘기를 본인이 해서야 그다지 설득력이 ...

아무튼 이것은 그런 마음을 담아 만든 노래로서,
자격지심에 스스로 부모님과 연락을 끊었지만 결국 다 내려놓고 고향행 기차에 오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https://soundcloud.com/bananaco/palm-creases

매번 명절엔 고향에 보낼
귤 한 박스라도 사 볼까 하다가
이 나이 되어 고작 이거냐
마음아파하실 생각이 들어

따지고 보면 그냥 평범한 인생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을 지 모르지만
빈 손을 펴봐도 보이는 건 참 못생긴 내 손금
사랑하는 사람들
벌써 십오년째 난 연락조차 못했죠

생각해보면 사실 처음부터 우린 이 정도라는 걸
마음 한 편엔 이미 알면서도
무슨 기대를 제게 그렇게 하셨나요
흔들리는 창에 비치는 건 참 못생긴 내 얼굴
소리 하나 못내고
찡그린 두 눈엔 눈물이 가득하네요



3


    창문에 비친 제 얼굴보다가 깨달았습니다. 참으로 기마민족의 기상을 이어받은 못생김이구나. 쉽게 잊어먹으면서도 매일 깨닫습니닼ㅋㅋㅋ
    바나나코우
    저와함께 내면의 미를 추구하시지 않으시렵니까!
    와이프도 가끔 저한테 얘기합니다. 얼굴보고 결혼한거 아니라곸ㅋㅋㅋ 내면의 미를 광나게 닦아야겠어요.
    o happy dagger
    이종사촌 형 생각이 나네요. 외가쪽이 3남 7녀다보니 이종사촌이 엄청나게 많은데요. 그 중 서울대 들어간 두명중 한명이예요. 그 많은 사촌들중 인서울도 4명정도밖에 없고 나머지는 고향근처 지방대학 아니면 고등학교만 마치고 사회생활 시작했기에 기대가 무척 많았었거든요. 대학 졸업하고 시험친다고는 고시원에 들어가 여러해 시도를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는 어느 틈엔가 연락이 끊어졌어요. 이모와 마지막으로 연락이 되었다고 들은게 25년 전이니...
    바나나코우
    딱 제가 생각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그 형님도 무난하게 살고 계실지 모르는데 초년기의 기대, 가족상황 등으로 연락하기 어렵게 되었겠지요..그나저나 고시는 몇년 해보고 끊는게 어려워서 저런 문제가 많은것 같습니다.
    김치찌개
    잘 들었습니다~
    바나나코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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