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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7/28 08:30:40
Name   AGuyWithGlasses
Subject   [사이클] 2019 TDF Stage 20 - 역대급 젊은 우승자의 탄생


그랜드 투어의 3주차는 처절합니다. 비록 자연재해로 인해 그 처절함은 좀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이전까지 겪었던 선수들의 고통과 피로가 없어진 것은 아니죠. 그랜드 투어의 마지막 산악코스답게 상당한 페이스의 경기가 펼쳐졌으며, 마지막까지 몇몇 선수들은 자신의 순위를 확신할 수 없었던 날입니다.



오늘의 코스. 주변 길이 산사태로 인해 쓰지 못하게 되면서, 알베르빌에서 쭉 도로를 타고 간 다음 발토헝스 업힐 하나로 끝나는 간단한 코스구성. 이런 날은 길게 생각할 거 없습니다. 그냥 힘 다할때까지 밟는 거죠 뭐.



결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긴장을 푸는 모습.



출발점에 선 선수들. 이 중에서 옐로우 저지와 산악왕 저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결과에 따라 샹젤리제에서 포디엄에 오르는 선수들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알베르빌 시내를 나와 중립구간이 끝나자 경기가 시작됩니다. 시작하자마자 풀 가스로 뛰쳐나오는 선수들. 이번 TDF는 BA 형성도 참 쉽지 않은 경기가 많았는데, 오늘은 대부분의 선수가 BA를 생각할 거기 때문에 정말 초반부는 개판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치열한 어택과 카운터어택이 반복되었습니다.



알랑필립(21번)과 베르날(옐로우)이 서로 선전을 다짐하며 악수를 합니다. 선의의 경쟁은 언제나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BA로 나서려는 자들, 이를 막으려는 자들, 카운터를 노리는 자들로 인해 초반부는 그야말로 난타전의 연속이 벌어집니다.



15km정도 지나니 어느정도 안정이 되고 옐로우 저지를 입고 있는 에간 베르날의 팀 이네오스가 트레인을 형성하여 펠로톤을 끌기 시작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총 29명의 BA가 형성되었습니다. 스테이지 우승을 노리는 바레인-메리다, FDJ, 아스타나, 카츄사-알페신 등의 선수들과 GC팀들의 도움 선수들이 모여서 달리기 시작.



BA는 발토헝스에 진입하면서 또 쪼개집니다. GC 팀들의 도움선수들은 이제 리더들을 기다리게 되고, 스테이지 우승이 급한 선수들 중 강한 선수들만이 살아남습니다. 일누르 자카린, 닐스 폴릿, 빈첸조 니발리, 마이클 우즈, 토니 갈로팽의 5명이 마지막 BA의 주인공들이군요.



어느덧 GC그룹도 최후 결전지인 발토헝스에 진입합니다. 윰보-비스마가 어떻게든 크로이스빅의 마이요 존느를 위해 움직임을 가져가 봅니다. 이를 뒤따라가면서 잘 받아치고 있는 팀 이네오스.



BA와 GC그룹과의 격차는 2분. 후반부에 페이스가 빨라지면 충분히 잡힐 수 있는 거리입니다. 여담으로 이때쯤 호멩 바흐데가 완전히 뒤떨어졌기 때문에, 에간 베르날은 오늘 3위 내에만 들면 산악왕 저지까지 뺏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지 3개를 홀로 독식...



윰보-비스마의 도움선수 조지 베넷이 펠로톤을 계속 끌다가 힘이 다해서 결국 녹아내립니다. 이제 윰보의 도움선수는 드 플리스 한 명만이 남았습니다. 최후까지 크로이스빅을 끌며 어택각을 잡을 것입니다....만 팀 이네오스도 아직 와웃 폴스가 버티는 중.



13.6km가 남았는데 GC그룹은 힘겨루기에서 밀리는 선수가 한 명도 없습니다. 모비스타 리더들의 포디엄은 거의 물 건너간 상태. 그래서 마크 솔라흐가 스테이지 우승이라도 먹으려는지 아니면 마지막으로 리더들을 위해 도박을 해보려는지 어택을 합니다.



윰보-비스마의 드 플리스가 이끄는 GC그룹은 이탈자도 없고 이렇다할 어택도 없어서 별 거 없어 보이지만 사실 엄청난 페이스에 선수들이 전부 따라가고 있는 무시무시한 상황입니다. 그 증거로 단 5km만에 BA와의 격차가 1분까지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대로면 잡히겠다는 생각에 힘이 남아있는 바레인-메리다의 빈첸조 니발리가 최후의 어택을 날립니다. BA에서는 아무도 반응을 못 합니다.



GC그룹에서 결국 피해자가 발생합니다. GC라이더로 분류도 안 되었던 알랑필립에게 지난 3주간의 옐로우 저지는 너무나 큰 짐이었을까요. 결국 마지막에서 무너지고 맙니다. 이렇게 해서 프랑스 선수들은 올해도 포디엄에서 사라지네요. 산악왕 저지인 바흐데만이 남았습니다만 위태로운 상황.

그래도 Chapeau Alaphilippe!



빈첸조 니발리는 그랜드 투어의 리더답게 저 격렬한 펠로톤의 공세에서 오히려 격차를 벌리는 괴력을 발휘합니다. 9.1km가 남아서 아직도 시간차가 충분하진 않습니다만 발토헝즈는 중간에 내리막과 평지도 있고 해서 절망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GC그룹에 붙어가던 선수들 중엔 스테이지 우승을 노리는 강력한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한명이자 어제 스테이지 승리 기회를 놓쳤던 사이먼 예이츠가 어택을 날립니다. 이걸 빌미로 GC그룹에서 어택을 날리는 리더도 있을 법한데... 다들 지쳤는지 거기까진 움직임이 없었고 모비스타의 나이로 퀸타나만이 반응합니다.



GC급 선수들은 사실 이날 이렇다 할 어택을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는데, 안 한게 아니라 못 한 겁니다. 저 정도 어택들도 속도를 올려서 다 잡아버렸다는건, 발토헝즈 하나로는 사실 이 정도 레벨의 선수들에게는 변별력이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 참 어제오늘 날씨가 아쉬웠습니다. 어제도 틴느까지 그대로 진행되었고, 오늘도 없어진 앞 업힐들까지 합쳤다면 정말 끝까지 모를 투르였을텐데 살짝 김이 새네요. 물론 그걸 감안해도 역대급 투르 드 프랑스입니다만...

빈첸조 니발리에게는 최대 위기입니다. 아직도 갈 길이 5km나 남았는데 35초까지 시간차가 줄어듭니다.



...는 아마 타이머 오류였던거 같습니다. 타이머 오류로 시간이 빠르게 정정되는건 흔한 일입니다. 라이브에서는 니발리나 GC그룹이나 케이던스가 그리 다르지 않던데 시간만 올라가더군요.



솔라흐까지 잡아내는 GC그룹. 마지막 3km인데도 알랑필립을 제외하고 모든 GC선수들이 살아있습니다. 사실상 알랑필립 외에는 거의 현 순위 그대로 다 피니시할 듯하네요.



GC그룹은 600m 남기고 마지막 오르막에서 스프린트를 시작합니다만 대세와는 연관이 없었습니다.



마지막 1km 영상. GC들조차 니발리는 끝내 잡지 못했습니다. GC그룹의 페이스에 전혀 밀리지 않고 도망간 니발리는 참 대단한 선수입니다.



'샤르데냐의 상어' 빈첸조 니발리가 Stage 20의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합니다. 올해 지로 디탈리아 2위를 차지했고, TDF에서는 그 여파로 2주차부터 GC경쟁은 포기했습니다만 여전히 한 방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팀 이네오스의 에간 베르날과 게런트 토마스가 4,5위로 들어옵니다. 이렇게 해서 2019년 TDF 종합우승자는 콜롬비아의 신성 에간 베르날에게로 돌아갑니다. 작년 TDF에 프룸의 도메스티크로 출전하여, 자주 뒤처지는 프룸을 끌면서도(그때는 게런트 토마스가 프리롤로 부수고 다녔습니다) 타 팀의 GC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저 녀석 언젠가는 TDF 우승하겠다'는 평을 누구에게서나 들었던 선수인데, 바로 다음 해에 마이요 존느를 확정해 버리네요.

에간 베르날은 1997년 1월생으로, 현재 만 22살입니다. 만 22살에 TDF의 종합우승을 한 사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베르날을 포함해서 단 3명밖에 없는데, 그중에서도 베르날이 가장 어립니다. 사실 2차대전 이전 기록을 넣어도 베르날의 우승기록은 역대 3위에 해당합니다 -_-;;; 그야말로 대역사를 쓴 셈입니다. 얀 율리히, 베르나르드 이노도 불세출의 천재 소리를 들었지만 첫 우승은 만 23살이었고, 펠리체 지오몬디, 로헝 피뇽의 첫 우승때보다도 몇십일 차이로 더 어립니다.



수많은 콜롬비아 팬들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
우리는 흔히 콜롬비아 하면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우선 떠올립니다만, 콜롬비아 내에서 자전거 선수들의 인기도 하늘을 찌릅니다. 저 옛날 '콘돌' 루쵸 헤레라나 파비오 페라까지 가면 너무 멀지만, 적어도 리고베르토 우란이 처음 콜롬비안 GC로 활약하면서 콜롬비아 선수들의 러시가 시작된 이래 나이로 퀸타나, 에스테반 챠베즈, 페르난도 가비리아, 세르히오 에나오, 루이스 앙헬 로페즈 등 걸출한 선수들이 우수수 쏟아져나왔고, 에간 베르날, 이반 소사 등의 굉장히 젊은 선수들까지 데뷔하는 판입니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그랜드 투어를 우승한 선수는 루쵸 헤레라나 나이로 퀸타나 등이 있습니다만, 투르 드 프랑스의 우승은 에간 베르날이 최초입니다.

https://twitter.com/jamesdrodriguez/status/1155128093763407873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축하해주는 트윗.



최종 종합순위. 알랑필립은 3분 가량을 잃어 5위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와헨 바길이 마지막 스퍼트로 종합순위 10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바길은 2018년 극도의 부진을 만회하고 나름 부활했네요.

오늘 샹젤리제의 Stage 21은 리뷰를 생략하고, 간단한 경기결과와 함께 TDF 결산을 따로 다음 글에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8
  • 우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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