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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7/27 10:13:27
Name   AGuyWithGlasses
Subject   [사이클] 2019 TDF Stage 19 - 그랜드 투어 우승은 하늘이 정해준다


정말 모든 걸 예측할 수 없는 TDF입니다. 경기 시작 직후 벌어진 대사건, 그리고 경기가 한창 무르익어갈 때쯤 또 벌어진 사건 등으로 인해 굉장히 다사다난했던 날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항상 주장하는 '사이클은 용자가 승리한다'라는 명제가 틀리지 않았던 날이기도 합니다. 펠로톤에서 가장 젊지만 가장 용감하고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선수가 마이요 존느를 뺏는 데 성공했고, 전 프랑스가 울어야 했던 날이기도 합니다.



Stage 19의 코스구성입니다. 생 쟝 드 마리엔느 마을에서 출발하여 HC급 업힐인 꼴 드 리제헝까지 죽죽 올라가는 코스입니다. 그 다음 30km 정도 내리막을 탔다가 마지막에 다시 틴느까지 7.7km의 업힐을 타야 하는, 126.5의 짧지만 폭발적인 스테이지로 평가받았습니다. 리제헝부터 어택을 치는 선수가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이번 TDF는 BA 형성 난이도도 매우 높았습니다. 여러 차례 꿈틀댄 사이 4명의 BA가 간신히 형성되어 빠져나갑니다. 이걸 BA라고 해야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15초 이상의 유의미한 차이를 내는데 성공한 빈첸조 니발리, 댄 마틴, 펠로 빌바오, 호세 에라다로 구성된 4명의 BA. 펠로톤은 이마저도 놔주지 않으려고 상당한 페이스로 추격자들이 나서기 시작합니다.



오늘도 각 팀에서는 먼저 도움선수들을 내보내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모비스타의 알레한드로 발베르데가 직접 어택에 나서는 모습.



이 그룹은 20명도 넘게 불어납니다. 발베르데, 라이헨바흐, 반 바를과 같은 GC 경쟁을 하는 팀들의 도움선수들과, 마이클 우즈, 와헨 바길과 같이 스테이지 승리를 노리는 선수들이 섞인 강력한 조합.



갑자기 FDJ의 리더 티보 피노가 고통을 호소하면서 메디컬 카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때 처음에는 현장 상황 전달이 잘 안 되어서 벌에 쏘였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참 혼파망이었습니다. 우선 응급치료를 받고 붕대를 다시 감는 모습.



응급처치를 받고 다시 달려보지만 전혀 파워를 내지 못하는 티보 피노. 아... 해설자들도 장탄식을 하며 안타까워합니다. 프랑스의 희망이 이렇게 무너지는 걸까요?



추격조는 4명의 BA를 잡아낸 다음 흡수하여 같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펠로톤은 1분의 시간도 허용하지 않으며 바짝 추격합니다. 이 그룹에는 발베르데, 우란과 같이 TOP 10위권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시간차를 너무 허용하면 큰일날 수가 있기 때문이죠.



이쯤되면 보는 사람이 더 고통스럽습니다 아아... 피노는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부상 상태가 심하네요. 시간차는 죽죽 벌어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가면 뒤늦게 가는 스프린터들에게까지 따라잡히더군요. 모두가 직감합니다. 2주차를 하드캐리했던 피노의 이번 투르는 여기까지구나...



그렇게 프랑스의 희망이었던 티보 피노가 부상으로 인해 레이스를 포기하고 팀 카에 몸을 싣습니다. 본인도 정말 슬펐는지 펑펑 울던...

경기 후 팀의 설명에 의하면, 피노의 부상은 Stage 17에서 이미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제 경기의 격전가지는 어떻게 이겨냈는데, 그 다음에는 걷기도 힘들 정도로 부상이 악화되었다고. 경기 시작 전부터 붕대를 감고 나왔는데, 너무 아파서 더 큰 압박 붕대로 갈았지만 통증을 참아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공식적인 부상 원인은 왼쪽 무릎쪽 근육이 찢어졌다고 하네요. 참 아쉽습니다.



3등급령 마지막인 꼴 데 라 마들렌느를 지나 본격적으로 리제헝으로 진입하는 BA. 펠로톤과의 격차는 1분 45초입니다. 보라 한스그로헤의 도움선수 패트릭 콘라드, 바레인 메리다의 다미아노 카루소와 빈첸조 니발리, FDJ의 셉 라이헨바흐, 모비스타의 알레한드로 발베르데와 안드레이 아마도르, 아스타나의 거의 전원, 윰보-비스마의 로렌스 드 플리스, EF의 리더 리고베르토 우란과 마이클 우즈, 미첼튼 스캇의 스테이지 3승을 노리는 사이먼 예이츠, UAE의 댄 마틴, 아케아-삼식의 와헨 바길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팀 이네오스가 작정하고 GC그룹을 끌기 시작합니다. 아직까지 GC그룹에서 이탈자는 없습니다만, 리제헝에서 누군가가 어택을 칠 것은 분명합니다. 어제의 폼으로 보건데 게런트 토마스가 보조하고 진짜 어택은 베르날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부분의 추측. 게런트 토마스는 작년 우승 전까지는 프룸의 보조역할을 잘 하던 선수고 의외로 털털하기 때문에 욕심을 접고 팀플레이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선수입니다. 물론 반대도 가능하지만 위의 포지션을 보니 토마스가 앞에 있고 베르날이 뒤에 가있는걸 보면 토마스가 어택을 치기 좋은 포지션입니다.



이네오스의 압박에 BA도 속도를 올려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순식간에 1/3이 날아가버린 BA. 각 팀의 도움선수들은 이제 슬슬 GC들을 기다리면서 도울 준비를 해야 합니다. 리제헝 고개 전체에 긴장감이 돕니다.



그리고 어제의 영웅 나이로 퀸타나가 조져집니다...

어제 네이버 블로그의 아다미라는 분께서 번역을 해주신(매일 벨로뉴스의 기사를 번역해주시는 흠좀무한 분입니다) 벨로뉴스의 칼럼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퀸타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 필진 3명이 이야기를 하는데, 공통된 대답이 '퀸타나는 GC로서는 이제 끝났다'는 겁니다. 저도 퀸타나가 과대평가된 선수라는 점엔 동의하는데, 이정도로 현재 폼에 대해 박하게 이야기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직 29살인데...
하지만 필진들은 퀸타나는 폭발력은 대단하지만 이제 GC에서 경쟁할 수 있는 꾸준함이 없고, 새 팀인 아케아-삼식에 가서는 도움선수도 부족하므로(삼식 팀은 프로 컨티넨탈 팀입니다) 산악왕 저지를 지속적으로 노리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어제 5분 가량 벌어낸 걸 보고도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면 정말 냉정한 평이죠.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퀸타나는 본격적인 경쟁을 하기도 전 떨어집니다.



리제헝의 업힐. 갈 길이 멉니다...



예상대로 이네오스의 게런트 토마스가 어택을 먼저 치면서 베르날이 뒤로 쏙 빠집니다. 이게 조공이고 베르날이 주공이라는 것은 명백해졌습니다. 그렇다고 안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내버려두면 게런트 토마스가 그냥 우승을 해버리게 됩니다.



윰보-비스마의 크로이스빅이 이를 감지하고 토마스를 빠르게 잡아낸 다음 카운터 어택을 치기 시작합니다. 빨리 잡아내고 베르날이 카운터를 치기 전에 자기가 먼저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



알랑필립이 반응하지 못합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리제헝의 피니시까지 6km나 남아있는데다가 틴느라는 마지막 업힐까지 있습니다. 여기에서 퍼져버리면 마이요 존느는 커녕 포디엄 밖으로 밀릴 수 있습니다!



크로이스빅의 어택에 반응한 선수는 토마스, 베르날, 부흐만뿐이고 란다는 살짝 뒤쳐집니다. 알랑필립은 점점 속도가 느려지고 있네요. 그 중 베르날이 선두 포지션을 잡습니다. 자신이 있다는 뜻일까요.



베르날이 기어이 어택을 날립니다. 이 친구는 이번 투르를 보니 시팅으로 끝까지 밟아대던데 정말 대단하더군요. 크로이스빅과 부흐만은 멀어지는 베르날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따라갈 힘이 지금 없는 거겠죠.



스테이지 우승을 노리는 사이먼 예이츠만이 베르날을 따라갑니다. 선두에서 달리던 알레한드로 발베르데, 빈첸조 니발리 모두 떨어집니다.



단숨에 최선두까지 따라잡은 베르날과 예이츠.



베르날은 시간차를 꽤 벌리기 시작합니다. 알랑필립은 이제 1분 차까지 떨어집니다. 리제헝에서만 2분 잃겠는데요. 마이요 존느를 벗을 게 확실해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파리에서 포디엄에 올라가보는 프랑스 선수는 바흐데(산악왕) 한 명만 남을수도... 아니 사실 베르날이 이 HC급 업힐 먹고 내일도 피니시를 먼저 들어오면 저지 3개가 베르날에게 모조리 가기 때문에 바흐데도 포디엄 못 올라갑니다...



베르날의 폭주. 사이먼 예이츠고 뭐고 다 버리고 혼자 도망갑니다. 이젠 게런트 토마스 그룹과도 1분 가까이 차이가 벌어집니다... 겨우 만 22세의 선수가 TDF를 홀로 지배하고 있습니다.



리제헝의 정상을 가장 먼저 넘는 팀 이네오스의 리더 에간 베르날. 정말 대단합니다. 베르날은 오늘 마이요 존느를 차지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1분 뒤 게런트 토마스 그룹이 리제헝을 통과하고, 알랑필립은 베르날에 2분 정도 뒤쳐진 상태로 정상을 통과합니다. 내리막이 30km가 있긴 한데, 알랑필립이 진이 너무 빠져서 어제와 같은 내리막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사실 그걸 감안해도 틴느에서 또 뒤쳐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지라...



유로스포츠는 이 긴박한 내리막에서 잠시 끊고(제가 받은 풀영상은 광고 다 제거된 편집본인데, 저 장면 이후가 편집된 거 보니 이 시점이 맞습니다) 중간광고를 보여주더군요. 중계를 보던 사람들이 유로스포츠의 절단신공에 다들 혀를 내두르는데...



?



???



?????

갑자기 이 지역에 우박을 동반한 폭우, 일부 곳은 폭설이 내립니다. 물론 예보가 있긴 있었습니다. 알프스 지역에 3일 내내 폭우가 내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정도일 줄은;;;



결국 경기가 중단됩니다. 해설자들은 오늘 스테이지가 중립화될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 아마 리제헝의 정상을 넘은 순서대로 종합순위와 산악 포인트 등을 체크할 것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선수들은 항의합니다. 특히나 스테이지 우승을 노렸던 사이먼 예이츠, 선두권에 있어서 오늘 시간을 최대한 벌어낼 수 있던 리고베르트 우란 등이 격렬한 항의를 하며 통제에 따르지 않고 더 달립니다. 이 와중에 베르날 혼자 싱글벙글... 당연하죠ㅋㅋㅋ



투르 드 프랑스의 총괄을 맡은 경기진행위원장인 크리스챤 프뤼돔이 사이먼 예이츠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프뤼돔도 참 어려운 결단이었을 겁니다. 여기에서 경기를 중단시킨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까요. 어쩔 수 없긴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공식적으로 경기가 종료되었습니다. 꼴 드 리제헝이 오늘 스테이지의 공식 피니시 지점이 되었습니다. 스테이지 우승은 공식적으로 없음 처리되었고, 리제헝을 넘은 순서대로 종합순위를 체크하게 됩니다. 베르날은 마이요 존느를 입게 되네요.



이렇게 되자 팀카들이 바쁘게 리제헝의 내리막 끝나는 지점의 마을에 도착해서 선수들을 맞습니다. 비에 우박까지 내려서 선수들을 빨리 숙소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겠죠. 소비니어들이 바빠집니다.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했습니다. 경기를 중단시키는 게 당연했던 수순. 물론 근본적인 코스 설계나 플랜 B, 경기 전 폭우가 예고되었으니 즉 코스 변경 검토...같은걸로 말이 많이 나오기는 한데, 일개 그냥 팬인 저로서는 그런 것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제가 판단할 수 있는 능력 밖이에요. 적어도 프뤼돔의 결정은 당연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순위입니다. 모비스타는 오늘 경기의 최대 피해자가 됐네요. 내일 3분을 벌어낼 방법이 없습니다. 베르날은 용감한 어택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습니다. 알랑필립도 그대로 갔으면 오늘 몇 분 이상 잃고 그대로 TDF가 끝났을 수 있었는데, 경기 중단의 수혜를 많이 입었습니다. 크로이스빅, 부흐만도 좀 불만이 있을지도?
하지만 이것도 역시 사이클의 일부죠.

사실 오늘의 진짜 패배자는 모든 프랑스 국민들... 그야말로 전프가 울었다 수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

이 폭우의 여파는 여기에서 끝난 게 아닙니다.



원래 스테이지 20의 고도표인데, 도저히 몇 곳의 산악구간 도로들을 쓸 수가 없게 되면서, 스테이지가 이렇게 줄어들었습니다.



알베르빌에서 발토헝즈로 그대로 올라가는 60km짜리 초단거리 코스로 변했습니다-_-;;; 오늘 경기는 진짜 그냥 초반부터 모두가 모든 걸 걸고 달려야 할 것입니다. 그랜드 투어의 승리와 순위, 그리고 심지어 산악왕 저지까지 알 수 없는 행방이 되었습니다. 호망 바흐데도 자칫 베르날이나 벨렌스가 스테이지 우승 먹고 자기가 3위 뒤로 굴러떨어지면 산악왕 저지가 날아갑니다... 베르날은 혹여나 내일 스테이지 우승이라도 하면 옐로우, 화이트, 산악왕 3개 저지를 모조리 차지하는 대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과연 투르의 행방은 어떻게 될까요? 정말 전대미문의 투르 드 프랑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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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와아아아 손에 땀을 쥐고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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