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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07/24 18:19:47 |
Name | AGuyWithGlasses |
Subject | [사이클] 2019 TDF Stage 15 - 마이요 존느의 무게 |
사정으로 인해 일요일에 열렸던 Stage 15의 리뷰를 이제서야 작성 완료합니다. 월요일은 대회 휴식일이었고, 어제 열렸던 16스테이지는 GC들 간의 순위경쟁과는 상관없는 스프린트 피니시였습니다. 오늘의 Stage 17까지도 리뷰를 생략할 계획이고, 가장 중요한 알프스 스테이지들인 Stage 18~20은 힘 닫는대로 주르륵 리뷰글을 써볼 계획입니다. 피레네에서의 마지막 날인 Stage 15는 이해관계가 그 어느 대회보다 복잡하게 얽힌 팀들 간 전략 대결로 시청자 입장에서도 쉬어갈 틈이 없는 난타전이 벌어졌습니다. 전혀 의외의 마이요 존느(옐로우 저지), 그를 뒤쫓는 팀, 그간의 부진으로 시간을 벌어내야 하는 팀들 간의 복잡한 싸움이었습니다. 스테이지 프로필입니다. 중후반부의 3연속 1등급령이 포인트. 아무래도 마이요 존느를 입고 있는 알랑필립의 퀵스텝의 트레인이 GC를 위해 짜인 트레인이 아닌데다가 팀 이네오스마저 예년과 같지 않기 때문에, 펠로톤을 끌 동력이 좀 부족하다는 평이었고, 코스도 저렇고 하니 BA도 해볼 만한 코스였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자 어제와 비슷한 얼굴들이 BA로 나섭니다. 빈첸조 니발리, 피터 사간, 팀 벨렌스... 문제는 BA가 가능성이 높아보이니까 너도나도 BA로 나서려고 원했다는 거죠. BA로 일부가 나서면 펠로톤에서 따라잡고, 또 카운터를 치면 또 누군가가 총대매고 따라잡고 하면서 경기 초반 BA가 형성되질 못합니다. 자연스럽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경기가 진행됩니다. 20km가 넘게 진행되었는데도 BA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 일부 선수들은 벌써부터 펠로톤에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뒤처지는 케일럽 이완의 모습. 스프린터들은 이런 코스에선 타임 컷 내에만 들어오면 되긴 합니다. 2등급령인 몽셰귀흐의 시작부에 들어왔는데도 이 페이스가 느려질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그대로 펠로톤은 업힐로 돌입합니다. 하지만 계속 BA 시도를 하면 펠로톤도 장사가 없죠. 바레인-메리다 팀이 페이스를 계속 올려버리고 그 틈을 타서 선수들이 우르르 BA로 빠져나갑니다. 결국 대규모 BA가 형성되어 몽셰귀흐를 넘습니다. 어제 많은 시간을 잃은 GC나 보조 리더들인 퀸타나, 몰레마, 댄 마틴, 콘라드 등이 어택을 나서고, 스테이지 우승을 노리는 니발리, 바흐데, 사이먼 예이츠, 게쉬크, 우즈 등, 그리고 펠로톤 그룹의 GC라이더들을 나중에 보좌하기 위한 각 팀의 도메스티크들까지 합쳐서 36명이라는 꽤 큰 규모의 BA입니다. 중간 스프린트는 마이클 매튜스가 먼저 통과하면서 20점을 획득, 단숨에 포인트 랭킹 4위로 올라섭니다. 그래도 피터 사간과는 거의 100점에 가까운 차이이긴 하죠. 36명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죠. 스테이지 승리를 노리는 선수들과 도메스티크 일부는 몇 번의 어택 시도끝에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니발리, 자카린, 몰레마, 예이츠, 라이헨바흐, 게쉬크, 루첸코 등이 보이네요. 첫 번째 1등급령이 나오자마자 오늘의 스테이지 승리를 간절하게 노리는 사이먼 예이츠가 어택에 나섭니다. 여기에는 니콜라스 로치, 루첸코, 그리고 FDJ의 산악 트레인인 라이헨바흐와 몰라흐만이 붙어갑니다. 2주차에 굉장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FDJ의 리더 티보 피노에게 더없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됩니다. 퀵스텝은 그간 펠로톤을 끌고 있던 케스퍼 아스그린과 엔릭 마스를 다 소모했는지, 스프린터인 엘리아 비비아니까지 동원해서 펠로톤을 이끌고 있습니다. 산악 트레인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해서 2주차를 버텨 나가야죠. 천하의 퀵스텝이라도 그랜드 투어의 3주는 버텨내기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엔릭 마스는 펠로톤에서 떨어집니다. 작년 부엘타 아 에스파냐 2위를 기록했던 강력한 클라이머인데, 이번 투르에서는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는지 2주차 내내 떨어지고 있습니다. 모비스타의 삼지창 중 하나를 담당하는 나이로 퀸타나는 오늘도 BA그룹에서 떨어집니다. 어제 경기 이후 팀내 불화가 극에 달했다고 하는데, 모비스타 팀 전체가 어택을 쳐서 나가는 걸로 계획되어 있었는데 퀸타나가 그 페이스를 따라가지 못함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한동안 팀 전체가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삼지창 중 2명인 란다와 발베르데는 작년도 그렇고 올해까지 3년째 투르에서 리더값을 전혀 못 하고 있는 퀸타나에 대한 인내심이 드디어 폭발한 상태. 지금도 보면 BA 선두에는 모비스타의 핵심 도메스티크인 아마도르(움짤에서 63번)가 있는데 퀸타나가 2그룹으로 떨어져 있음에도 전혀 끌고 가줄 생각이 없는 모습입니다. 퀸타나는 거의 버려진 상태. 물론 저걸 라이브로 보고 있을 때 퀸타나는 혹시 미끼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긴 들었습니다. 퀸타나가 지금 선두와 7분 차이인데 3~4분이라도 따 버리면 단숨에 top5 내로 진입이거든요. 아직 모비스타 팀이 확실하게 교통정리를 한 듯한 상황도 아니었고. BA와 펠로톤 사이의 격차가 5분 15초까지 벌어집니다. 펠로톤의 분발이 필요합니다. 바흐데는 산악왕 포인트라도 뒤늦게 모아보고자 첫 번째 1등급령을 먼저 넘습니다. 이 시점에서 퀸타나는 BA에 다시 어떻게든 붙긴 붙었네요. 펠로톤이 페이스를 올리면서 시간차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자, 급해진 모비스타가 BA에서 트레인을 형성하여 도망을 시도합니다. 물론 펠로톤에는 아직 란다와 발베르데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향후 GC간 어택에서 마찬가지로 BA에 2명을 미리 보내놓은 FDJ와 함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황. 두번째 1등급령인 페귀에흐에 들어서면서 CCC의 시몬 게쉬크가 스테이지 우승을 노리고 단독 어택을 감행합니다. 퀵스텝이 끄는 펠로톤은 첫 1등급령의 내리막길에서 BA와의 시간격차를 많이 줄여내고 있습니다. 모비스타의 전략은 이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 페귀에흐의 가장 고통스러운 업힐 구간, 16~18%의 경사구간에서 모비스타의 미켈 란다가 결단을 내립니다. 앞서 가 있는 팀원들을 모조리 이용해서 장거리 단독 어택을 쳐서 시간을 벌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기에는 아스타나의 야콥 풀상만이 반응해서 따라 도망칩니다. 란다는 이번 투르에선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미켈 란다 관련 요 몇년 가장 흥한 밈인 #FreeLanda에 대해서는 글을 짧게 따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달리고 있는 퀸타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아담 예이츠가 먼저 무너져 내립니다. 결국 어제의 바흐데처럼 예이츠도 완전히 녹아내리면서 TDF 순위경쟁을 포기하게 됩니다. 이제 미첼튼 스캇은 플랜 B로 즉시 전환, 사이먼 예이츠의 최대한 많은 스테이지 승리를 노리게 됩니다. 풀상은 펠로톤에 금방 흡수됩니다. 하지만 란다는 미친듯이 도망치면서 점차 시간을 벌려 나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앞서 가고 있는 모비스타의 동료 선수들과 합류하게 되면 굉장히 위험해집니다. 팀 이네오스는 순식간에 팀 트레인 선수들을 잃어버립니다. 카스트로비에호와 딜런 반 바를이 떨어지고, 움짤 용량이 너무 커서 다 담지를 못했는데 크비앗콥스키마저 떨어집니다. 아직 포엘스가 남아 있고 보조 리더인 베르날이 있긴 합니다. 순식간에 단촐해진 GC그룹. 리더급은 크로이스빅, 토마스, 베르날, 피노, 알랑필립, 부흐만, 우란, 바길, 포트가 남아있습니다. 문제는 도움 선수가 몇 없다는 점. 즉 리더급들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란다를 잡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부분 눈치게임 하다가 그대로 시간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 여전히 최선두는 게쉬크가 단독으로 달리고 있는 상황. 한때 최선두였던 BA그룹에서 게쉬크를 잡아내기 위해 사이먼 예이츠가 단독 어택을 나섭니다. 나머지 선수들이 반응하지 못하면서 예이츠는 그대로 안개속을 뚫고 홀로 달아납니다. 페귀에흐의 정상을 넘는 게쉬크와 예이츠. 후속 그룹은 약 20초차로 쫓아가고 있습니다. 선두에서 한 명 한 명 내려오는 모비스타 동료들을 최대한 이용해서 시간차를 벌리고 있는 란다의 모습입니다. 다만 펠로톤도 선두와의 시간격차를 착실하게 줄이고 있습니다. 즉 란다가 현재 페이스가 가장 빠르고, 펠로톤와 BA로 도망가고 있는 선수들이 그 다음으로 빠른 상태. 이날 스테이지 우승을 노렸던 호망 바흐데는 FDJ의 핵심 도메스티크인 라이헨바흐(스위스 내셔널 챔프 저지 57번)와 퀸타나의 비협조 속에 사이먼 예이츠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욕을 한 바가지 퍼붓는 것으로 추정되는 바흐데. 하지만 라이헨바흐는 BA로 나설 때부터 애초에 목적이 나중에 어택을 칠 수 있는 피노를 보좌하는 거라 스테이지 우승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퀸타나도 처음에는 멀찌감치 도망가는 게 목표였으나 그게 힘들어진 현재는 란다를 기다려서 같이 도망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바흐데에게 협조해줄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 모비스타 팀은 안드레이 아마도르까지 란다에 합류시켜서 란다를 끌기 시작합니다. 이게 바로 산악 구간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산악 트레인 전술인 징검다리 어택입니다. 여기까지는 훌륭하게 성공시켰는데, 이 페이스로 끝까지 갈 수 있어야 성공입니다. 물론 앞에 퀸타나도 있기는 한데... GC그룹도 이쯤 되면 정말 강한 선수들만 남았기 때문에 쉬워 보이진 않습니다. 란다는 결국 마지막 1등급 업힐인 포와 프하 달비의 시작부분에서 퀸타나를 따라잡는 데 성공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마도르와 솔라흐를 다 소모한 상태. 과연 란다와 퀸타나는 어떤 움직임을 취하게 될까요. 모비스타가 정한 진짜 리더는 누가 될 것인가? ...란다는 눈길도 안 주고 미친듯이 페달을 밟고,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퀸타나가 떨어집니다. 모비스타의 리더는 실력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모비스타 팀을 지난 2년간 콩가루로 만들면서까지 시도한 삼지창 전략은 이 시점에서 완전히 폐기됩니다. 한동안 사이클 팬의 안줏거리가 될듯... 거칠 것이 없는 란다. 바흐데도 떨궈내더니, 사이먼 예이츠에게서 떨어진 게쉬크까지 잡아내 버립니다. 이제 란다 앞에는 사이먼 예이츠만이 남아있는 상황. 아직 란다는 케이던스가 일정합니다. 힘이 남아있다는 뜻이죠. 무서운 선수입니다. 동시에 GC 그룹에서는 티보 피노가 최후의 어택을 날립니다. 여기에 게런트 토마스와 스티븐 크로이스빅이 반응하지 못하면서 GC그룹이 둘로 쪼개집니다. 달아나는 피노와 그 뒤를 쫓는 부흐만, 베르날, 그리고 알랑필립. 하지만 계속해서 미친듯이 속도를 높이는 피노의 공격에 알랑필립이 이번 대회들어 처음으로 약점을 노출합니다. 마이요 존느의 무게가 이제서야 느껴지기 시작하는 모습. 그랜드 투어는 이점이 참 가혹합니다. 2주차 때 이렇게 체력저하의 신호가 나타나게 되면, 3주차 초반까지 잘 지키고 있다가도 3주차의 가혹한 퀸 스테이지를 만나면서 녹아내리는 사례가 사이클 역사에 숱하게 많습니다. 당장 작년 지로만 해도 지금 가장 앞서 달리고 있는 사이먼 예이츠가 Stage 17까지 신나게 시간차를 5분까지 벌리고 있었는데, Stage 18에서 주춤하더니 존콜란이라는 평균 경사 14.5%짜리 막장 업힐을 만나면서 Stage 19에서만 28분을 잃어버리고 완전히 광탈했었죠... 알랑필립도 그렇게 안 되라는 보장이 전혀 없습니다. 피노는 베르날과 부흐만까지 빡점을 놓고 달아납니다. 이대로면 앞서 가는 란다까지 잡아낼 기세입니다. 정말 무서운 피노... 알랑필립은 뒤따라오던 게런트 토마스와 스티븐 크로이스빅에게조차 뒤처집니다. 1km를 남기고 피노는 미켈 란다 뒤로 주차하는데 성공합니다. 사이먼 예이츠와의 격차는 55초로, 예이츠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작년 지로에서 우승을 눈앞에 두고 무너지고, 부엘타를 우승했지만, 이번 지로에서 다시 무너지면서 마음고생이 심했을 사이먼 예이츠. 본래는 형제인 아담 예이츠를 돕기 위해 출전했지만, 아담 예이츠마저 완전히 무너지면서 이제는 사이먼의 두 어깨에 미첼튼 스캇의 모든 것이 달린 상황. 사이먼 예이츠는 두 번째 스테이지 우승을 눈앞에 둔 상태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포와 프하 달비의 정상을 향해 달려갑니다. 미첼튼 스캇의 사이먼 예이츠가 Stage 15를 우승합니다. 이번 대회에만 2승째. 32초 차이로 피노와 란다가 뒤따라 들어오면서 이날의 최대 승자가 됩니다. 부흐만과 베르날도 시간을 최대한 벌어낸 상황. 게런트 토마스, 스티븐 크로이스빅, 알레한드로 발베르데가 1분 조금 넘게 뒤에 도착하고, 알랑필립은 1분 48초 뒤에 들어옵니다. 새로운 순위표입니다. 피노가 4위까지 올라왔으며, 3주차의 알프스 스테이지 3인방이 남은 상황에서 알랑필립이 마이요 존느를 벗을 가능성이 100%기 때문에, 2~6위간에 마이요 존느를 놓고 엄청난 난타전이 예상됩니다. 피노가 가장 컨디션이 좋지만, 피노는 무더위에 약하다는 평이 많은 선수고 그랜드 투어 3주차를 끝까지 완주한 경험이 비교적 적은 선수입니다. 첫 출전에 알랑필립처럼 도움 트레인이 없는 보라-한스그로헤의 부흐만도 이 점이 약점으로 꼽히죠. 토마스-베르날 듀오가 아직 가장 확률이 높지만, 산악코스에 들어서는 이렇다할 어택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크로이스빅도 이는 마찬가지. 즉 누가 우승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투르입니다. 미켈 란다조차 이 기세면 포디움 노려볼 만한 것도 사실이구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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