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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7/20 11:44:30
Name   AGuyWithGlasses
Subject   [사이클] [용량주의] 2019 TDF Stage 13 ITT 결과
사실 ITT는 리뷰할 거리가 없습니다. 그냥 개인 경기기 때문에 xxx가 몇분 몇초로 들어와서 선두인 yyy와 몇분 몇초 차이다 이의 단순 반복나열로 끝이죠. GC들에겐 매우 중요한 경기임에도 이런 이유에서 리뷰가 불가능합니다.

오늘은 경기결과가 꽤 흥미로워서 간단하게 결과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27km의 ITT(개인 독주) 코스입니다. 고저차가 적지 않게 있어서 길지도 않지만 짧지도 않고 난이도가 높진 않지만 그렇다고는 만만하지도 않은, 꽤 절묘한 코스입니다.



마이요 존느(옐로우 저지)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수많은 레전드들. 가장 중앙이 에디 먹스입니다.



Quickstep의 Kasper Asgreen이 경기 초반 굉장히 좋은 성적을 올리며 1위로 올라섭니다. 당시 경기중이던 선수들 기록을 보니 꽤 장기간 로라를 돌릴 거 같더군요(TT 경기에서는 현재 기록 1위가 로라를 돌리면서 포토존에서 대기합니다). 35분 52초의 기록.



지로 디탈리아에서 ITT 스테이지를 승리했던 Chad Haga는 지로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이후 Nelson Oliveira나 Joey Rosskorf 등이 아스그린의 기록을 진지하게 노렸으나 마지막 구간에서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둘다 36분을 초과하게 됩니다. 사진은 올리베이라.



아스그린의 자리는 곧 Thomas de Gendt횽이 뺏어옵니다. 갑자기 어마어마한 실력발휘를 하며 35분 36초로 골인, 아스그린의 기록을 16초나 당겨 버립니다. 아니 이 형 32살에 이제 BA뿐만 아니라 TT까지?;;;



오늘 ITT 스테이지의 유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혔던 Wout Van Aert. TDF 이전 벌어졌던 도피네에서 ITT 우승을 차지하면서 사이클 계를 놀라게 했었죠.

이날도 굉장히 좋은 모습으로 출발했는데, 후반부에서 컨트롤을 잃고 펜스를 들이받아 낙차해 버렸습니다. 영상도 있긴 한데 별로 영 좋지 않은 상황이라 링크를 걸지 않았습니다. 중계만 봤을 때는 저거 골절은 기본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하게 낙차했습니다. 완전히 중심을 잃어서 몸 컨트롤을 못한듯.

다행히 골절은 아니지만, 피부를 심하게 다쳤기 때문에 이번 시즌은 끝난 거 같습니다. 이렇게 반 아트의 투르는 어이없이 끝나네요. Stage 10에서의 똥파워로 참 기대 많이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피터 사간은 경기의 승패와 무관한 스테이지에선 이런 팬서비스를 자주 해서 인기가 좋죠. 업힐 피니시에서 주로 늦게 들어오면서 저러는데 ITT에서조차ㅋㅋㅋ



Movistar의 Mikel Landa의 스타트를 기점으로 이제 GC라이더 간의 배틀이 벌어집니다. ITT 스테이지의 출발순서는 현 종합순위의 역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GC라이더들은 제일 나중에 출발하게 되죠. WWE에서 메인 이벤트 경기가 제일 뒤에 있는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미켈 란다는 36분 44초로 피니시합니다. 좀 아쉽습니다. 이날 우승자의 기록이 35분이라 +1:44 차이죠. 사실 ITT가 그렇게 강한 선수는 아니긴 합니다만... 사실 미켈 란다는 이제 종합순위 노릴 시간대는 아닙니다. 애초에 지로를 뛰고와서 피로도가 높기도 하구요.



나이로 퀸타나도 ITT가 약점인 선수입니다. 이날 +1:51를 기록하면 GC선수들 중에서는 하위권. 종합순위에서는 +3:55로 9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쉽다면 아쉽고 선방이라면 또 선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오늘 투르말레에서 어떻게든 시간을 되찾아 와야죠.



Michellton-Scott의 아담 예이츠는 오늘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TT가 약점인 퀸타나보다도 성적이 더 안좋았습니다. +2:08의 기록. 지금까지 시간 관리를 잘 해온 게 무색하게 순식간에 종합순위가 10위까지 떨어집니다.



AG2R의 호망 바흐데는 이번 투르를 완전히 말아먹었습니다. 이전 스테이지에서도 좋지 않았던 모습인데, 오늘도 +2:26으로 GC들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합니다. 종합순위 다툼에서도 17위, +5:46으로 란다 바로 앞입니다. Top10이나 노려야 할 수준까지 떨어진 거죠. 올 시즌 AG2R은 시즌 후 잡음이 끊이질 않을 거 같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름 성적이 좋았고 건실했던 팀이 자전거 스폰 바뀌고는 거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졌으니... 얄궂게도 에디 먹스 브랜드 자전거..



Team Ineos의 에간 베르날도 조금 실망스러운 날을 보냅니다. 이날 +1:36을 기록하여 종합순위가 5위로 밀립니다. 어차피 팀 리더인 게런트 토마스의 보조 역할을 하기로 계획된 만큼 이네오스 입장에서 그리 큰 타격은 아닙니다. +2:52면 여전히 포디움도 노려 볼만한 위협적인 성적이고 베르날은 산을 잘 탑니다.



Trek-Segafredo의 리치 포트는 +45s로 오늘 5위를 차지합니다. 계속 시간을 잃고 망해가던 투르였는데 오늘 반등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갑니다. 종합순위는 +4:44로 15위. 포트를 보조해줄 몰레마도 성적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무언가 시도해볼 거리가 있습니다.



EF Education First의 리고베르토 우란은 콜롬비아 라이더들 중 유일하게 ITT가 강점인 선수였기 때문에, 오늘 시간을 무조건 벌어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36s로 토마스 데 헨트와 동타임(4위)으로 들어왔습니다. 우란도 시간을 많이 잃었는데 오늘부로 시간을 상당히 복구해서 계속 경쟁할 수 있는 레벨까지 회복했습니다. 종합순위는 +3:54로 8위.



FDJ의 티보 피노도 +49s로 7위로 들어왔습니다. ITT가 약점이라 평가받았던 선수인데 2017년 이후 꾸준히 개선해나가는 모습입니다. 종합순위는 +3:22로 7위. FDJ도 아직 해볼 만하죠.



이번 TDF의 숨은 다크호스, Bora-Hansgrohe의 엠마누엘 부흐만입니다. 부흐만을 보조하는 보조 리더인 패트릭 콘라드와 함께 이변을 일으키고 있죠. 둘다 대중들에게는 무명에 가까울 정도로 인지도가 낮고 그랜드 투어 첫출전인 선수들인데 언급도 잘 되지 않지만 상당한 기록을 내고 있습니다. 오늘 부흐만은 +1:19의 기록으로 아주 좋은 성적을 기록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시간 관리를 잘 해왔기 때문에
종합순위가 +3:04로 무려 6위입니다. 동료인 콘라드도 +4:34로 14위인데 이는 리치 포트보다도 높습니다-_-;;; 물론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견적이 잘 안 서는 선수들입니다만 최소한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면 대단한 거 맞습니다. 보라 팀은 피터 사간의 그린 저지만 이야기하지 아무도 종합순위 놓고 다툴거라고 팬도 전문가도 이야기한 적이 없었거든요.



Quickstep의 엔릭 마스는 +58s의 성적으로 9위를 차지, 시간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성공합니다. 종합순위는 +2:44로 4위. 퀵스텝은 후술합니다.



Jumbo-Visma의 리더 스티븐 크로이스빅은 +45s의 기록. 리치 포트와 동타임 6위입니다. 종합순위는 +2:12로 3위. 진지하게 투르의 정상을 노릴 만한 위치입니다. 윰보 참 강해요.



Team Ineos의 리더이자 작년 TDF 우승자, 올해 TDF 최고의 우승후보, 오늘 스테이지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현 종합순위 2위인 게런트 토마스가 크로이스빅에 이어 2분 후 출발합니다.



게런트 토마스는 우승후보답게 무시무시한 ITT 실력을 발휘합니다. 15:14의 기록으로 데 헨트보다 무려 22s나 앞선 기록.



토마스의 출발 2분 후, 현 옐로우 저지의 주인공인 Quickstep의 프랑스인 줄리앙 알랑필립이 출발합니다. 당초 예상으로는 알랑필립은 오늘 토마스에게서 시간을 좀 잃거나, 최악의 경우 옐로우 저지를 토마스에게 넘겨줄 거라는 예상까지 있었죠.



...알랑필립이 쓰러지질 않습니다. 중간 지점에서 오히려 토마스보다 6초나 앞서나가는 진격의 알랑필립.



알랑필립의 활약에 전 프랑스가 경악합니다. 갤러리들은 국뽕을 치사량까지 들이퍼붓고 알랑필립에 열광하기 시작.



마지막 1km. 알랑필립은 사력을 다해 역사적인 레이스를 펼칩니다.



최종 성적은 35:00. 게런트 토마스보다 무려 14초나 앞서서 들어왔습니다. 프랑스인이 옐로우를 입고 ITT에서 승리한 사례는 1984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오늘 스테이지 이후 바뀐 순위표입니다. 시간을 잃거나 선두에서 내려와서 엔릭 마스를 도울 줄 알았던 알랑필립이 오히려 토마스와의 격차를 벌려버렸습니다. 이쯤되면 진지하게 알랑필립을 GC라이더라 인정하고, 알랑필립-마스의 2톱 체제라고 보는게 맞지 싶습니다. 물론 알랑필립이 이후 피레네와 알프스의 고된 스테이지를 이겨낸다는 보장이 없습니다만, 지금 현재 알랑필립의 컨디션은 최상이고 올해 엄청난 성적으로 증명한 만큼, 팀 이네오스가 상당한 압박을 받게 생겼습니다. 물론 퀵스텝의 트레인이 산악과는 완전히 맞지는 않기 때문에 이네오스가 커버할 수 있을거 같기는 한데, 추격하는 이네오스 또한 수많은 팀들의 견제를 받을 것이기 때문에 투르가 상당히 재미있어졌습니다.

Stage 14는 투르말레 피니시로 끝나는, 본격적인 산악 피니시들의 행렬 스타트입니다. 클라이머들은 오늘부터 사냥 시작이죠. 올해 투르는 클라이밍 피니시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는 TDF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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