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3/21 17:45:33수정됨
Name   세란마구리
File #1   다운로드ddd.jpg (7.6 KB), Download : 14
File #2   maxresdefault.jpg (56.8 KB), Download : 9
Link #1   https://redtea.kr/?b=3&n=8351
Subject   의사는 어떻게 사고하는가 - 1. 단어 정의




 아직 의사가 된지 이제 1년 밖에 안된 치킨에도 못 쓰일 병아리 입니다만, 의료계열이 아닌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서 의사가 환자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무지가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많은 오해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물론 의사들 개개인마다 사고하는 방식이 다르고 무엇보다도 과별로 천차만별이 되기에(특히 정신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만, 현대의 의학적 진단의 기준이 되는 베이즈식 사고의 기초에 대해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진단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주축이 되는 개념들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기에, 이번에는 이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의료에 대한 글을 적을 때에는 많은 분들이 오해를 살 수 있기에 쓰는 것이 좀 부담스러운 편입니다만, 이 곳에는 제 스승뻘 되시는 선생님들도 많아서 틀린 사항에 대해서는 피드백을 주실 것이라 생각하고 작성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민감도와 특이도(Sensitivity and Specificity)
 일반적으로 의사들이 어떠한 검사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저희는 '민감도'와 '특이도'라는 개념을 사용하게 됩니다.
여기서 민감도(Sensitivity)란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 어떤 검사를 하였을 때 그 검사 결과가 양성이 나올 확률'을 뜻합니다.
          특이도(Specificity)는 '질병이 없는 환자에게, 어떤 검사를 하였을 때 그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올 확률'을 뜻하지요. 
아래의 표를 보면 보다 잘 이해가 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위의 민감도, 특이도는 검사 결과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라 병력, 신체진찰 등 거의 의사가 진단을 위해서 하는 모든 행위에 적용이 가능한 개념입니다.
이를 약간 비틀면 1-민감도 즉,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 어떤 검사를 하였을 때 그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올 확률'을 실제 음성이 아닌데, 음성으로 나왔다고 하여 '위음성률'이라고 하며
1-특이도 즉, '질병이 없는 환자에게, 어떤 검사를 하였을 때 그 검사 결과가 양성이 나올 확률'을 '위양성률'이라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의사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질환을 놓치는 것을 무서워 하기에 '위음성률'을 낮추려고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후에 설명드리지만, 그러면 위양성률이 높아지게 되어 과잉진단이라는 문제가 생기지요.)


2. 우도비(Likelihood Ratio)
 위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독립적으로 해석하는 경우 함정에 빠질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검사를 적용하는 모든 환자에 대해서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하게 되면 이 검사의 '심근경색'에 대한 민감도는 1이(즉 100%) 될 것입니다.(반면에 특이도는 0이 되겠지요) 이러한 검사가 의미가 있을까요?
 또한 어떠한 질환에 대해 민감도와 특이도가 0.5인 검사가 있다고 하면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동전이 앞면이면 양성, 뒷면이면 음성이라는 식으로 판단하는 경우겠네요)
 위 두 검사가 의미가 없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민감도와 '특이도를 각각 보는게 아니라 이 둘을 조합하여 사용해보자.' 해서 나오게 된 개념이 우도비(가능도비) 입니다. 
 양성우도비란 '민감도/(1-특이도)'로 나타내며 결국은 '실제로 병이 있는데 있다고 한 사람의 비율이, 실제로 병이 없는데 있다고 한 사람의 비율의 몇배인가'를 나타낸 말입니다.  간단히 '민감도/위양성률'이며
 음성우도비란 '(1-민감도)/특이도'로 나타내며, '실제로 병이 있는데 없다고 한 사람의 비율이, 실제로 병이 없는데 없다고 한 사람의 비율의 몇배인가'를 나타낸 말입니다. '위음성률/특이도'이지요.

결국엔 검사, 병력, 신체진찰의 정확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위의 '우도비'란 개념을 사용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2,5,10의 원칙을 사용합니다. 대략
 양성우도비가 2인 경우 15%, 5인 경우 30%, 10인 경우 45% 질병의 확률이 올라가며
 음성우도비는 위의 역수인 0.5인 경우 15%, 0.2인 경우 30%, 0.1인 경우 45% 질병의 확률이 내려가게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양성우도비가 5이상, 또는 음성우도비가 0.2 이하면 쓸만하다고 봅니다.
반면 위의 두 예를 든 검사는 양성우도비, 음성우도비가 1이 나오는 검사이기에 아무런 정보를 주지 못한다. 즉, 쓸수가 없다고 보게 됩니다.


3.양성예측도와 음성예측도 (Positive Predictive Value and Negative Predictive Value; PPV and NPV)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검사 자체'에 대한 설명입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이 검사가 양성일 때 실제 병에 걸려있을 확률이 얼마인가'인데 위에서 설명한 개념들은 이에 대한 역만 설명하고 있지요. 
 지금 설명할 개념에 대해서는 이전에 Sophie 님께서 티타임에 올린 글이 있으니('당신은 암에 걸리지 않았다 - 의사들도 잘 모르는 사실)
이 글을 참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링크1입니다.)
 양성예측도란 '검사가 양성일 때, 실제 환자가 병에 걸려있을 확률'을 나타내며
 음성예측도란 '검사가 음성일 때, 실제 환자가 병이 없을 확률'을 나타냅니다. 
 전에 제가 타임라인에서 대장내시경 관련으로 적은 적이 있습니다만, 분변잠혈검사의 민감도는 0.3 정도, 특이도는 0.95 이상입니다. 그런데 이 검사의 양성예측도는 33%정도라고 하였습니다.
 특이도가 0.95 이상일 테니, 위양성도 0.05 이하가 될텐데 실제로 검사해서 양성이 나올 확률이 33% 밖에 안되다니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이는 정상인 사람이 너무많다보니(즉 질환의 유병률이 낮다보니) 이들 중 위양성으로 나온 숫자가, 실제로 질병을 가진 사람보다 많게 되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계산 해보지요.
파킨슨병의 유병율이 1000명 중 1명이라고 하고, 어떤 검사가 파킨슨병에 대하여 민감도가 0.9, 특이도가 0.9라 가정해 봅시다.
10만명의 집단에서 파킨슨병 환자는 100명이 되며, 파킨슨병이 아닌 사람은 9만 9천 9백명이 되지요.
민감도가 0.9이니까 파킨슨병 환자 100명 중, 90명이 검사결과 양성이 됩니다.
또한, 특이도가 0.9이기에(즉, 위양성률이 0.1이기에) 파킨슨병이 아닌 사람 약 10만명 중 1만명이 양성이 됩니다.
위를 바탕으로 양성이 나온사람은 약 90+1만명이 되지요. 이 중에서 실제 파킨슨병을 가진 사람은 90명이니
양성예측도는 90/(90+1만) 즉 대략 0.9%가 됩니다. 
0.1%에서 오르기는 하였지만, 0.9%면 파킨슨병이라 하기는 어렵겠지요...

 위 검사의 우도비를 측정해보면 양성우도비는 9, 음성우도비는 0.11로서 검사 자체는 훌륭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는 양성예측도와 음성예측도가 유병률(정확히는 사전확률)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우도비가 높다 한들 사전확률이 너무 높거나, 너무 낮으면 검사 자체가 의미가 적게 됩니다.
위의 2,5,10의 법칙은 어떤 질병의 '사전확률'이 0.5인 경우를 가정하여 쓰는 것이지요.  
댓글의 그림처럼 질병의 사전 확률이 너무 높은 경우, 음성우도비가 0에 가깝다고 한들 '사후확률'이 크게 감소하지 않으며, 역으로 '사전확률'이 너무 낮은 경우 양성우도비가 높다고 한들 '사후확률'이 크게 증가하지 않습니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확률'  입니다.

 이 '사전 확률'이란 것은 일반적으로 유병률에 의존합니다만, 의사가 근무하는 환경이 크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있는 동네병원에서 기침 환자가 오면 감기일 확률이 높습니다만, 대학병원에 기침 환자가 올 경우 감기일 확률은 떨어지게 되고 보다 중한 질환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렇듯 질병에 대한 '사전 확률' 자체는 딱히 정의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는 의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고로 의사는 경험이 스승이지요.


다음 글에는 위 개념들에 대한 보충설명 같은것을 하고(ROC 나 카파통계량) 본격적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뭔가 상당히 두서없이 길어진 것 같은데, 피드백을 주신다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14
  • 고3때 공부 못 해서 다행이야.. 휴우...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210 기타이 기회에 우리모두 여자국대 응원이나... 3 다시갑시다 17/09/01 4180 3
9373 게임이 겜, 음악 프로듀서가 닼소 담당했던지라 기대되네요. 2 뜨거운홍차 19/07/01 4027 0
648 의료/건강의학은 과학인가 예술인가? 49 Beer Inside 15/07/24 8227 0
13748 사회의치한약수 열풍은 언제부터 극심해진 걸까요? 28 비물리학진 23/04/12 4624 0
14422 IT/컴퓨터의존성 역전 패턴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설계 개선(1~3) 30 kaestro 24/01/30 1983 0
1738 의료/건강의전은 어떻게 실패했는가 ? 40 Zel 15/12/09 9387 4
1271 의료/건강의심스런 엘리자베스 홈즈의 테라노스 15 눈부심 15/10/16 12608 0
2093 음악의식의 흐름으로 만나보는 연주곡 part 2 4 Darwin4078 16/01/22 4338 0
1934 음악의식의 흐름으로 만나보는 rock & metal 밴드의 연주곡들 몇개. 20 Darwin4078 16/01/03 6333 0
15051 일상/생각의식의 고백: 인류를 통한 확장의 기록 11 알료사 24/11/19 521 6
2419 의료/건강의사의 법적 책임과 윤리적 책임 11 리틀미 16/03/17 4507 0
7704 의료/건강의사쌤이 시킨 한달간의 금주+다이어트 후기 27 tannenbaum 18/06/17 9061 26
2788 의료/건강의사쌤보다 훌륭한 구더기님덜 19 눈부심 16/05/12 7292 1
8088 꿀팁/강좌의사소통 능력 (Communicative Competence) 2 DarkcircleX 18/08/21 7366 7
8988 의료/건강의사는 어떻게 사고하는가 - 번외. ROC와 카파통계량 5 세란마구리 19/03/22 6667 10
9979 의료/건강의사는 어떻게 사고하는가 - 3. 치료 13 세란마구리 19/11/12 5920 17
9028 의료/건강의사는 어떻게 사고하는가 - 2. 진단=사후확률Up & 진단의 두 축 6 세란마구리 19/04/03 4437 10
8983 의료/건강의사는 어떻게 사고하는가 - 1. 단어 정의 19 세란마구리 19/03/21 5560 14
10814 의료/건강의사 만나서 상담하고 왔습니다. 13 덕후나이트 20/07/25 5923 10
3094 일상/생각의사 '선생님' 이란 용어는 적절한가? 69 Zel 16/06/22 7913 0
13650 사회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권리도 없는 걸까요? 23 강세린 23/03/20 3276 0
11255 사회의류수거함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넣어줍시다 10 과객A 20/12/21 3539 3
6187 정치의료정책에 대한 무지렁이 회원의 생각... 53 tannenbaum 17/08/28 4198 3
14757 경제의료의 이슈에 대한 경제 관점(?)의 잡썰 22 Leeka 24/06/20 2055 0
14222 일상/생각의료와 관련된 행위는 항상 의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합니다. 10 큐리스 23/10/25 2107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