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12/20 22:35:54
Name   The xian
Subject   스물 다섯 살까지 저는 한나라당의 지지자였습니다 (6)
(5) 에서 계속됩니다.

그 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겠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노사모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지지자도 아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유명한 장군도 무엇도 아니었고 덜 다듬어진 언행이나 거친 성정은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경제도 그다지 잘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가장 특별하지 않았던 대통령은 오히려 가장 특별하지 않았기에 저에게 가장 특별한 대통령으로 기억되었고 제 마음 속에 영원히 남았습니다.


네. 저는 변절자입니다.

다만. 변절자는 변절자이되 어정쩡한 변절자로 남았습니다.

한나라당과 그 후신 세력의 행동이 하나하나 까발려질 때마다 한나라당. 그러니까 새누리당 및 지금의 자유한국당 세력들에게 대한 분노는 더욱 강해졌습니다. 이젠 더 이상 회복할 수도 없고 다시 살아서 덧씌울 수도 없는 어린 시절부터 25살 이전의 기억들이 두고두고 후회와 상처로 남았습니다. 다시 그 시간을 되돌린다면 어른들이 하던 대로 바르게 살면서도 그런 편협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을까 싶지만 설령 그럴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저는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그 후신 세력들의 행동에 대해서만 반감이 생겼을 뿐 다른 도덕적 사고방식이나 사상과 관련된 것들은 어릴 적부터 받아 온 교육이 그대로 굳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위 페미니즘이나(요즘 사회악에 해당하는 래디컬들이 준동하기 전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성 정체성에 대한 관점이나 성 소수자에 대한 시각, 사회주의를 비롯한 다원적인 정치체제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한 유연성은 사회의 조류가 변하는 것에 비해 심각하게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어찌어찌 다른 사람들에게 실례되는 행동만 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정쩡한 변절자로 남았습니다.

엄연히 정치성향 테스트를 하면 명백한 보수 우파가 나오고, 북한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며, 노조의 행동이나 시위에 대해서는 아직도 짜증을 내고, 제가 과로로 몸이 이 지경이 되었음에도 야근과 초과근무를 비롯한 회사의 방침에 대해서는 매우 순종하는 편입니다. 단지 사회생활을 위해. 그나마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며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해 이해를 겨우 찔끔 할 정도가 되었을 뿐입니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서야 제가 이명박근혜 정부와 한나라당 및 후신 세력에 대해 굉장히 날이 서 있고 그런 글들을 본 사람들은 저를 골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라고 보지만, 저는 오히려 실생활에서는 지지하는 대통령만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생각 자체는 한나라당 지지자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을 듣는 적이 꽤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를 진보 좌파니 친북 좌파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할 때마다 그런 쉽고 편한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정치질을 해대는 그들의 행동에 분노를 금치 못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제가 한나라당 및 그 후신 세력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면, 어떤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잃어서 그러느냐. 문재인 대통령에게 반대해서 그러느냐라고 말합니다만. 잘못 짚은 이야기입니다. 저에게 있어 한나라당의 후신 세력을 용서할 수 없으며 차라리 제가 죽기까지라도 반대하겠다는 결심이 계속 굳어지고 있는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그들이 저지른 잘못된 정책이나,  국가 권력을 이용한 범죄 및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뉘우치고 변화된 모습을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들을 제가 용서할 수 없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IMF로 대표되는 외환위기가 왔을 때 정권을 내준 그들이 정작 10년 뒤에 내세운 표어가 무엇인지 기억하실 것입니다. 네. '잃어버린 10년' 이었습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 이후 나선 당시 민주당 계열의 후보는 하필 박스떼기로 대표되는 정동영이고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그닥 성공적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니 정권교체 자체는 필연적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외환위기로 나라의 경제를 파탄내 버리고 금융위기를 오게 만들었으며 나아가 북한에게 총을 쏴달라고 내통하고 차떼기로 돈을 받아먹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세력이 그것을 극복한 정치세력에게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는 건 그들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설령 시간을 되돌려도 이명박씨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 한들 그 표어는 명백한 적반하장입니다.


'잃어버린 10년'이후에 찾아온 이명박근혜 정부가 잘 하기라도 했다면 또 모르지만, 지난 9년 동안 '이게 나라냐'라는 소리가 들릴 만큼의 국기문란을 저질렀습니다. 경찰과 군대는 여론조작에 동원되었고 청와대와 기무사는 민간인을 사찰했습니다. 다스와 사자방 비리, 최순실 일파의 비리는 나라를 갉아먹었습니다. 심지어 국민적 참사로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까지 불법 사찰했는데 이에 연관된 간부가 자살하자 그 역적들의 부역자들이 와서 한 소리가 자랑스러운 군인이 무고하게 죽었다고 합니다. 국기문란을 옹호하는 역적들의 행동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국민들이 위임한 권력을 한 사이비 종교인에게 위임한 정신 나간 대통령을 끌어내리던 때, 그 소나기를 피해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무릎을 꿇었던 국회의원들의 지금 행동은 어떻습니까?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이명박, 박근혜씨를 석방해 불구속 재판을 받게 만들어야 한다느니, 탄핵은 부당했다느니 하며 예의 그 반성 없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반성했습니까. 무엇을 사과했습니까. 무엇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뉘우쳤습니까.

그러므로 저는 그들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딱 까놓고 말해. 전두환 노태우 이후 IMF를 야기한 정치세력을 아무런 반성도 없이 다시 정권을 잡게 만들었더니 태어난 게 이명박근혜 정권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아무런 반성도 없고 뉘우침도 없고 자기 행동을 돌이키는 일 없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그보다 더 암울한 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겠지요.


그렇다고 제가 더불어민주당을 좋게 보고 있느냐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입니다.

특히 요즘 직권남용으로 기소된 이재명 지사를 옹호하는 이해찬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수뇌부의 행동들은 과거 새누리당의 행동을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해찬 대표와 자만에 빠진 민주당 일파들의 행동은 당을 낡게 만들고 있고 대선이나 20대 총선 때만 해도 유튜브에서 볼만한 영상들을 쏟아내던 더불어민주당은 어느새 구린 작명과 형편없는 유튜브 콘텐츠로 당과 정부의 가치를 모두 다 깎아먹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이긴 지 여섯달 만에 당 전체가 똥 싸고 물 안 내린 화장실이 된 느낌입니다.

그러면 정의당을 괜찮게 보고 있느냐고요? 아니요. 오히려 제가 한나라당보다도 더 싫어하는 것이 운동권 기반 세력입니다. 시기상으로도 운동권을 싫어한 것이 한나라당을 싫어한 것보다 먼저입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논할 가치도 느끼지 못합니다. 물론 저는 귀찮아서 몇몇 분들에게는 저 민주당 지지자다 이렇게 말한 적도 있고 뉴스글을 쓰거나 제 정치적 생각을 말할 때 그렇게 글도 쓴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아주 엄밀히 말하면 제 정체성은 '반 한나라당'이라고 말해야 본질에 100% 부합할 것입니다.


아직도 번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25년이란 시간을 잘못된 생각 속에 살았고, 그리고 그 잘못된 생각을 품게 만든 원인이 된 족속들은 그 후 약 20년이 지난 오늘날도 아무런 반성도 뉘우침도 없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25살 이전의 저로 돌아가기 싫다는 제 결심은. 제가 죽기까지 유효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게 지금까지 제가 내린 중간 결론입니다.

네. 스물 다섯 살까지 저는 한나라당의 지지자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때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 The xian -



20
  •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113 기타중국 인터넷 국내만 연결 ‘인트라넷’ 전락... 대학까지 해외정보 입수 제한 20 Beer Inside 17/08/16 3621 0
9071 게임[LOL] 4월 14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수정) 4 발그레 아이네꼬 19/04/13 3621 1
10722 기타아이폰 se(2세대) 폰알못 사용기 9 정중아 20/06/28 3621 0
4730 일상/생각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냐. 16 化神 17/01/31 3622 7
11074 일상/생각공유 스쿠터를 애용중 입니다. 14 겨울삼각형 20/10/19 3622 1
12273 여행짧은 제주도 여행에 대한 짧은 글. 3 늘푸른하루 21/11/14 3622 4
8936 음악4차원 박사 vs 2차원 박사 8 바나나코우 19/03/06 3623 3
6232 기타연느 생신 맞이 연덕후가 그냥 올리고 싶어서 올리는 영상 하나 ㅋㅋㅋㅋ 5 elanor 17/09/05 3623 7
6531 게임[LOL] 라이엇 국제대회 Final MVP 및 우승팀 명단 1 Leeka 17/11/04 3623 0
7824 일상/생각몰래 미역국 끓여드리기 재도전 중입니다. 8 빠독이 18/07/11 3623 13
8666 정치스물 다섯 살까지 저는 한나라당의 지지자였습니다 (6) 5 The xian 18/12/20 3623 20
4247 정치오늘 국정화교과서와 그 집필진이 공개되었습니다. 10 Raute 16/11/28 3624 0
3660 IT/컴퓨터아이폰7이 공개되었습니다. 7 Leeka 16/09/08 3624 0
4859 음악하루 한곡 029. 박혜경 - Rain 23 하늘깃 17/02/13 3624 2
5866 정치문 대통령의 첫 정상 회담 이모저모 6 벤젠 C6H6 17/06/30 3624 0
6357 음악[번외] Miles Davis & Sonny Rollins - 비밥의 전성기를 뚫고 나온 최고의 리더와 최고의 솔로이스트 5 Erzenico 17/09/30 3624 3
10812 음악[팝송] 브라이언 맥나잇 새 앨범 "Exodus" 2 김치찌개 20/07/24 3624 1
13175 정치'fucker'의 기시감 12 당근매니아 22/09/24 3624 1
3624 음악개인취향+잡설 가득한 클래식 추천 (김연아 - 2) 9 elanor 16/09/01 3625 3
7196 일상/생각좋은 산책로를 찾은 것 같습니다 3 빨간까마귀 18/03/05 3625 3
11173 창작괴물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1) 3 메아리 20/11/26 3625 3
12219 게임[LOL] 10월 30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12 발그레 아이네꼬 21/10/29 3625 3
8491 오프모임11월 8일 목요일 타로세션 오프모임 정리 7 T.Robin 18/11/09 3626 8
9364 게임[LOL] 6월 30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수정) 발그레 아이네꼬 19/06/29 3626 0
12514 일상/생각워들에 빗대어 끄적여본 나의 어리석음에 대하여 5 덜커덩 22/02/13 3626 1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