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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7/26 11:23:05수정됨
Name   벤쟈민
Subject   동물의 기본권에 대해서
인간은 '정말 다행히도' 진화할 때 다른 사람, 생명체, 자연물 등등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또 인간은 자신이 어떤 잘못을 하면 타인에 의해 그 잘못에 대해 그 댓가를 추궁받는 것을 안다. 한 개인이 죄를 지었을 때 그 죄가 불러오는 사회의 처벌에 대해서 경각심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또한, 인간은 어떤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으며 어떤 생각과 판단이 '이치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 계속 생각을 멈추지 않으려 하는 동기를 갖는다.
이런 모든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어서 인간에게 '도덕심'이라는 것을 심어주고 인간사회에 '도덕'과 '법'을 만들도록 명령한다.

그동안 수천년 수만년 동안에 그 수도 셀 수 없는 삽질과 뻘짓 끝에 인간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모든 인간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행복을 누릴 권리를 지닌다'
-라는 매우 멋진 인권이라는 관념을 창조해내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시대가 흐르면 흐를수록 더 공고해지고 내적으로 완전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하지만 인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려 한다.
인간 외에도 동물들도 어느정도 존중하고 싶어한다.
내가 정을 붙이고 살은 어떤 동물이 행복하면 나도 기쁘고, 아파하고 슬퍼하면 나도 괴롭다. 그 동물도 (인간에 대해서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존중하고 싶어한다.
동물을 함부로 학대하는 인간에 대해서도 어느정도의 사회적인 도덕적, 법적인 제재가 있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동물을 보호하기가 힘들테니까.
나의 이런 '멋진' 생각들에 논리적 완결성을 부여하고 싶다.

나는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가 아무 이유도 없이 몽둥이로 두들겨맞는 모양을 보기가 괴롭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사회적으로 활동하고 싶다.
하지만 이런 '귀여운 동물들'을 보호하기에 앞서 몇가지 심각한 결정적인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다음과 같은 여러 의문들을 도저히 무시하고서는 동물 기본권에 대해 이치에 맞는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것이다.

1. 내가 귀여워하는 개, 고양이는 과연 내가 덜 아끼는 소, 돼지, 닭보다 '더' 보호받아야 하는 생명체인가?
2. 내 눈에 띄는 개, 고양이, 소, 돼지, 닭은 내가 싫어하고 나에게 유무형의 피해를 주는 파리, 모기, 바퀴벌레, 개미 등등보다 '더' 보호받아야 하는 생명체인가?
3. 우리는 (적어도 어떤 인공적인 맛있는 고기를 상용화하기 이전에) 동물의 기본권을 지켜주기 위해서 그 동물의 고기를 섭취하지 않을 각오가 되어있는가? 그 각오를 다른 이에게 강요할 수 있는가? 그 각오를 축산업자들에게 강요할 수 있는가?
4. 가축을 사육하고 도축하는 과정을 더 신사적으로 한다니 어쩌니 해도 결국 종말에는 잡아먹을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의 목숨을 그 고기나 기타 부산물을 취하기 위해 맘대로 취할 수 있는가?
5. 동물에게 얼마만큼의 권리를 주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인간만큼, 아니면 인간보다 조금 못하게?



인간들이 겉으로는 아무리 도덕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싶어도 결국 속으로는 그래도 기본적 욕구는 어느정도 채우고 싶어하도록 마음으로부터 요구받는 것은 당연한지라, 결국 이런 동물 기본권에 대한 논의는 다음과 같은 루트를 따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1. 개, 고양이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야만인으로 취급받을 것이다. 반면, 소, 돼지, 닭을 도축할때, 그 도축과정을 더욱더 뒤에 안보이는 곳에서 숨기어서 처리할 것을 요구받을 것이다. 소, 돼지, 닭이 개, 고양이만큼 인간과 가까운 반려동물화가 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마땅히 이렇게 계속 잡아먹히는 신세가 될 것이다.
2. 파리, 모기, 바퀴벌레 등등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은 인류가 존속하는 내내 박멸의 대상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반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동물에 대한 기본권의 인식 제고 문제는 인류가 먹고사는 게 더 풍족해질수록 더 대두될 것이다.
3. 4.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등은 정말 맛있는 고기이다. 결국 동물보호단체들이 이 가축들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것은 - 기껏해야 사육, 도축의 과정을 더 신사적으로 인도적으로 개선하라는 것 정도 이외에는 - 딱히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소, 돼지, 닭을 잘만 먹고 있고 축산업자들은 그들에게 그에 맞춰 '상품'을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다만 이들을 대체할 만한 상용화된 인공육이 개발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5. 동물에게 인간만큼의 권리를 주고 싶어도 결국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동물을 보호하니 어쩌니 논의하는 주체가 궁극적으로 인간이 될 수밖에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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