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7/10 09:05:21
Name   Zel
Subject   고혈압약의 사태 추이와 성분명 처방의 미래
결국 발사르탄 판매 금지약품은 다음의 115개 약에 대해서만 최종 결정이 되었습니다. (표가 좀 헷갈리는데 앞의 노란색이 판매금지가 풀린 약입니다)

http://www.medigatenews.com/news/1535515844

즉 식약처는 초기에 219개 약을 금지했다가, 다음날 104개를 풀어주고 115개만 최종으로 남긴 거지요. 이번에 문제가 된 NDMA라는 불순물은 중국의 한 제조공장에서 만든거고, 이거 자체는 2A 발암물질이여서 인체에서 직접적으로 발암이 확인이 되진 않는 그런 물질이라고 합니다. 여러가지 견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니 이틀이면 최종 리스트 나올것을 그걸 안참고 미리 이야기해서 무고한 회사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평도 있고,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장복하는 고혈압약의 특징 상 이틀 정도 더 먹고 덜 먹고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긴 합니다만 양쪽 견해가 다 일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태에 대해서 각 병원들은 다음과 같은 포지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http://www.rapportian.com/news/articleView.html?idxno=111560

'우리병원에선 이 약을 처방하고 있지 않으니 안심하고 드시기 바랍니다.' ㅎㅎ 네 어디서 많이 보던 문구죠. 계란 사태때와 똑같습니다. 이렇게 움직이는 민간병원을 탓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움직여도 되나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를 안심시키는게 첫번째 이유겠지만, 자병원에 대한 신뢰-혹은 비교우위에 대한 광고의 의도가 없는 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네요. 반대로 이 약을 그동안 식약처의 허가만 믿고 처방해온 다른 병원들이 부도덕한건 전혀 아닌거지요.

또 다른 한편에선 이렇게 깝니다.

http://www.rapportian.com/news/articleView.html?idxno=111573

"발암물질 논란 고혈압약, 주로 중소제약사 제품..."저렴한 중국산 원료 사용"

제목만 봐도 대략 기사의 분위기가 느껴지지요. 마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라는 뉘앙스입니다.

자 처음으로 돌아가보자면, 이 건은 식약처의 승인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만, 식약처도 이 원재료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는 걸 알 길은 없었을겁니다. 이 건은 FDA도 모르고 유럽에서 먼저 리포트를 한 거니깐요. 몰랐다고 해서 책임이 없는 건 아니겠습니다만.

건보재정을 위해서던, 아니면 조제권 이나 리베이트 등과 관련이 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성분명 처방에 대한 강한 움직임이 그 동안 식약처와 복지부에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일반명 처방이란, 약품의 구체적인 상표명이 아니라 전체적인 약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이 같으면 그 약에 대해선 서로 교차처방할 수 있는 그런 처방입니다. 이는 보다 싼 카피약을 처방할 수 있어서 건보재정을 아낄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고, 다국적 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에게 유리할 수 있어서 추진하고 싶어합니다. 심지어 어떤 지자체에선 지자체 레벨에서 까지도 그런 성분명 처방을 장려하기도 하고, 그 약가 차액만큼 공식적으로 의료기관에 돌려주는 정책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반명 처방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라는건 같은 성분명의 A약과 B약이 의학적으로 동일한 효능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럴까요?
많은 의사들에게 물어보면 결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부터도 가급적이면 오리지널을 먹지 카피약은 불가피하거나 아주 오랫동안 사용된 약만 선호합니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란게 있긴 하지만, 그걸 통과하는 곳도 적고, 통과해도 정말 동등한지, 동등하다고 해서 부작용빈도 까지 동등한지, 장기적 문제는 없는 지 등에 대한 의문을 항상 가지고들 있었고, 그 우려가 바로 이 발사르탄 사태에서 터져나온 것 같습니다.

결국 신뢰의 문제입니다. 신뢰가 낮은 사회는 비용이 증가한다는 누구의 말처럼... 각자도생이 체화되어 있는 우리사회에서 성분명 처방은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20
  • 이런 진실이 있었군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988 의료/건강의사는 어떻게 사고하는가 - 번외. ROC와 카파통계량 5 세란마구리 19/03/22 6657 10
8983 의료/건강의사는 어떻게 사고하는가 - 1. 단어 정의 19 세란마구리 19/03/21 5549 14
8971 의료/건강과연 그럴까? 에어팟이 암을 유발한다 18 우주견공 19/03/18 5263 4
8939 의료/건강버닝썬 사건에서 언급된 물뽕, 그리고 마약 이야기 9 모모스 19/03/06 8792 11
8901 의료/건강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아시나요? 18 사나남편 19/02/25 5532 7
8861 의료/건강우울증에 대한 전통적 관점과 조금 다른 관점들 3 토비 19/02/14 4706 5
8811 의료/건강이제서야 2차 임상실험이네요. 12 집에가고파요 19/01/27 4766 12
8703 의료/건강저의 정신과 병력에 대한 고백 13 April_fool 18/12/29 7206 44
8701 의료/건강심리학의 중대한 오류들 13 파랑새의나침반 18/12/29 5649 2
8414 의료/건강당뇨학회 발표하러 갑니다. 14 집에가고파요 18/10/24 5479 15
8406 의료/건강치약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 7 化神 18/10/22 5516 9
8389 의료/건강생선냄새증후군 경험기 19 곰돌이두유 18/10/18 13886 34
8286 의료/건강건강한 노인들에게 저용량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하면 어떻게 될까. 4 맥주만땅 18/09/27 6595 3
8228 의료/건강중2병 말고 중고병 21 지금여기 18/09/14 6441 5
8224 의료/건강당뇨양말 학회 발표 스케줄이 나왔습니다. 10 집에가고파요 18/09/13 5363 14
8141 의료/건강인도에서 하는 국제당뇨학회 발표자로 선정되었네요. 16 집에가고파요 18/08/30 4805 23
8130 의료/건강의느님 홍차클러님들을 위한 TMI글 - 아나필락시스 사망사건과 민사소송 21 烏鳳 18/08/28 6763 10
8113 의료/건강당뇨치료용 양말에 대한 1차 실험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거의 끝나갑니다.. 3 집에가고파요 18/08/25 4235 6
8033 의료/건강제 2차 국공합작은 가능할것인가?: 원격진료 및 의료서비스발전법 논란 4 Zel 18/08/10 4565 3
8028 의료/건강박서 팬티를 입는 것이 남자의 정자 운동성과 정자수의 증가에 도움을 줍니다. 20 맥주만땅 18/08/09 6390 3
7832 의료/건강발사르탄 발암물질 함유 - 한국 제네릭은 왜 이따위가 됐나 17 레지엔 18/07/12 5862 22
7820 의료/건강고혈압약의 사태 추이와 성분명 처방의 미래 28 Zel 18/07/10 5119 20
7788 의료/건강리피오돌 사태는 어디로 가는가 35 Zel 18/07/04 5567 10
7741 의료/건강전공의 특별법의 이면 21 Zel 18/06/24 5974 7
7704 의료/건강의사쌤이 시킨 한달간의 금주+다이어트 후기 27 tannenbaum 18/06/17 9049 2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