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18/04/21 01:08:58 |
Name | 타는저녁놀 |
Subject | 그리운 너에게 - 엄마, 아빠가 |
이 글은 아래 링크의 책과 관련 도서의 이야기와 개인적인 독서 경험을 적어 보고, 소소한 나눔을 하고자 적은 글입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0882150 ===================== 세월호 관련 책 중에서 다섯 번째로 구입한 도서다. 제일 처음 읽은 도서는 <금요일엔 돌아오렴>.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었던 책이었다. 사고로부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았던 시점. 시신으로 돌아온 가족을 만난 이들, 시신으로라도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이들의 아픔이 너무도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혼자 방에 앉아 읽다가 몇 번이고 책을 내동댕이치듯 떨어트리고 머리를 감싸 쥐며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을 읽은 날은 도저히 그냥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너무도 슬프고 아팠다. 그 기분에 나를 맡긴 채 눈을 감았다가는 나마저 형체모를 심연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그 감정을 조금이나마 밀어내고 밤을 맞이하고자 참 애를 썼다. 두 번째로 읽은 책은 <엄마, 나야>였다. 서른네 명의 시인의 목소리를 빌려, 서른네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인들은 실제로 가족을 만나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시로 썼다. 시인들은 ‘받아 적다’라는 표현을 썼다. 구절 하나하나가 그 기억과 추억과 삶을 담아냈으리라. 다음 책은 생존한 학생과 목숨을 잃은 이들의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시 봄이 올 거예요>였다. 엄마가 울 때는, 그냥 가만히, 방에 있어요. 라는 말이 지금도 먹먹하게 가슴을 누른다. 이 배는 너무도 많은 상처들을 남겼다. 그 다음으로 읽은 책은 이전의 책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책인 <세월호, 그날의 기록>이다. 700쪽에 달하는 페이지에, 2천개가 넘는 주석까지 달린 제목 그대로 그날의 기록이다. 허술한 법과 그것마저도 편법으로 넘겨가며 어떻게 그 위험한 배가 탄생했는지부터 시작해, 침몰 원인과 구조에 대한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짚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록만으로 얼마나 사람을 분노케 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사람이 이 수많은 병폐들을 봤을 때 얼마나 아플지 몇 번이나 아득하고 아찔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리운 너에게> 라는 제목의 책을 만났다. 유가족이 직접 쓴 책으로 110통의 손편지가 담겨 있는 책이다. 앞표지 왼쪽 위에는 ‘그리운 너에게’가, 뒤표지 오른쪽 아래에는 ‘엄마, 아빠가’가 적혀 있고, 그 사이에는 편지를 받는 아이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새겨져있다. 종이 박스를 열고 책을 꺼내 아무렇게나 펼쳐진 페이지에서 서너 줄 읽다가, 울컥 울음이 쏟아질 것 같아 덮어버렸다. 저녁을 먹은 후, 의자에 몸을 기대고 다시 읽어 나갔다. 네 번째 책을 읽고 다섯 번째 책을 읽는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구명조끼를 입었는데도 구조하기가 힘드냐며 우리를 분노케 했던 박근혜는 탄핵되어 감옥에 갇혀 있고, 우여곡절 끝에 당일의 행적도 상당히 드러났다. 대통령이 바뀌었고, 기간제 교사의 순직이 인정됐다. 세월호는 인양됐고, 일부는 돌아왔지만 여전히 일부는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많은 게 달라졌고, 분명 나아진 점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멀었다. 아직도 왜 그 많은 생명을 잃었어야 했는지에 대한 대답도,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제대로 물었는지에 대한 대답도 어렵다. 비극을 딛고, 보다 안전한 그리고 보다 나은 사회가 됐냐고 묻더라도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겠다. 나는 이런 책이 몹시 힘들다. 오늘도 이 책을 읽는 중에 몇 번이고 책을 덮고 소리 내어 울었다. 그러면서도 한 자리에서 끝까지 읽어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유일하게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오직 기억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슬픔 속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다만 그 슬픔을 흘려보내기 이전에 해결되어야 할 무언가가 아직 너무도 많다. 우리 모두가 이들에게 온전한 작별을 고할 수 있을 때까지, 기억할 것이다. ===================== "엄마가 다 미안해, 아들아. 엄마가 잘못했어. 죄는 엄마가 다 지었는데, 왜 우리 아들을 먼 여행을 하게 했을까?" "너를 지키지 못한 부모로서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구나. 어떻게든 왜, 뭣 때문에 그랬는지 꼭 진실을 밝혀줄게." "동영아 뭐 해, 자? 엄마 옆에 와서 팔베개하고 누워 봐. 우리 할 얘기 많잖아. 그러다 잠들면 깨지 않는 꿈의 나라에서 남은 인연을 꼭꼭 붙잡아 보자." "엄마의 노력이 부족했을까? 시연이가 떠난 이후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그때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조금 더 열심히 하면 시연이 다시 만났을 때 웃으며 인사할 수 있을까?" "엄마 아빠 잘하고 있는 거 맞니?" "잔인했던 4월의 그날이 얄밉도록 아무렇지도 않게 어김없이 돌아오고 있다. ‘전원 구조’라는 오보에 너를 데리러 간 팽목항은 처참하리만큼 모질게도 우리 모두를 버렸다. 너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고 기다리면 살아 돌아올 것만 같아 죽음을 부정했었다. 왜 죽어야만 했는지도 모르고 너를 보낼 수 없어, 억울한 울음과 간절한 아픔으로, 진실을 숨기려는 자와 맞서고 있다." "빛을 밝히기도 전에 허망하게 떠나 버린 너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야 그제야 엄마는 목 놓아 울 수 있을 것 같구나. 자식의 죽음 앞에서도 숨죽이며 슬퍼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구나. 이제는 이런 투쟁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시선과 지겹다며 그만하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상처뿐인 말 속에서도 그만둘 수 없는 엄마는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끝까지 싸워 이겨 낼 거란다. 그곳에서 지켜보고 있을 너를 생각하면 엄마는 포기할 수가 없구나. 그래야 언젠가 너를 만나는 그날, 엄마는 웃으며 너를 볼 수 있을 테니까……." =====================
저 위의 책들을 구매하면서, 여러 권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권했었습니다. 나름 평소 책을 멀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전했음에도, 생각처럼 전해지지가 않더군요. 강요할 수는 없는 감정이지만 그럼에도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 것만 사서 읽다가, 여기서 나눔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 다신 순서대로 <그리운 너에게>를 한 권씩 총 다섯 분께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소소한 나눔이라 다섯 분까지 안 나오면 어쩌지 싶긴 합니다. ㅠㅠ)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해서 보내 드릴 거라서 배송지 정보에 필수적으로 입력해야 하는 성함, 주소, 연락처는 따로 알려 주셔야 합니다. 월요일 중으로, 늦어도 화요일엔 보내드릴 생각입니다. 읽으신 후 다른 분에게 전해주셔도 좋고, 새로 누군가에게 선물해 나눔을 이어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같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같이 기억해주실 분에게 이 책을 드리고 싶습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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