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12/20 15:06:35
Name   한달살이
Subject   호주에서 한달살기 전에..
안녕하세요.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여러번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지만..결국 글을 남기게 되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며칠 뒤인 12월 24일부터 내년 1월 19일까지 한달 조금 안되는 기간동안 호주에서 지내고 옵니다.
호주여행이야기가 뭐 그리 특이하겠냐마는..
워낙 여기저기서 도움을 많이 받고 가는 여행이기에, 저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여행이기에,
여기 홍차넷에 현재의 제 마음과 상황에 대한 기록을 남겨봅니다.  다녀온 뒤엔 변색될거 같거든요. 지금 마음색이..

제가 생각하는 여행의 필수 3요소가 있습니다. 사실 여행이라는 말 대신 거의 대부분의 말을 붙여놓아도 되는, 이상하지 않은 명확한 3요소죠.
시간. 돈. 에너지.

시간.
첫직장이자 현재까지의. 이직한번 안하고(못하고). 포지션은 선수가 아니라 코치정도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회사 사정이 어느순간 많이 안좋아지고 '월급삭감+근무일조정(주4일제)' 통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이 마무리가 되지 않아서 꾸준히 주5일제+야근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지난 일이 마무리 된 상태입니다.
그렇게 일했더니.. 남들보다 대략 20일 가까이 더 근무일이 나왔고, 그것을 무기로 소장님 옆구리를 콕 찔렀습니다.
옆구리를 찌르고도 운이 좀 좋았습니다. 제가 휴가 가 있는 기간에 일이 소강상태라는 것과 제 옆자리에 든든한 백업자원(*1)이 생겼다는거.
그렇게 소장님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집니다.  '한달살이님이 시간아이템(+4주)을 구했습니다.'

돈.
3년전즈음.. 아버지+집문제 때문에 저에게 큰 빚이 생겼습니다. (한달 이자만 대략 150-160 정도 나갑니다.)
이자 감당도 힘든데, 월급삭감까지 당하고, 이런 저런 일에 휘말리면서 흐느적거리다가.. 지인 찬스(*2)도 눌렀습니다.
그렇게 버티는 중에.. 거꾸로 이번 호주 여행을 결정합니다.
티켓팅을 카드 할부로 해놓고 리볼빙 돌렸다가, 딸아이 저금통 깨고, 돈될만한거 좀 팔고.. 어쨋든 성공.
문제는 호주 가서도 또 돈이 필요하다는거죠. 마련하느라 얼굴에 시뻘건 철판좀 깔아야 했었어요.
가족들 협박해서 좀 뜯어내고, 소장님 멱살을 잡고 가불을 요구했습니다. 결론은 어떻게든, 어쨋든 성공.
간이 작아서 적당히 요구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처리된게.. 지금 생각해보면 더 뜯을껄.. 더 요구할걸 하고 입맛 다시는 중입니다.
'한달살이님의 대출에 5000불이 더해졌습니다.'

에너지.
십여년전, 제일 친한 친구가 결혼 후 호주로 갔습니다. 원치않던 이민이라서 끌려갔다는 표현이 더 맞을겁니다.
그동안 세번 한국에 나왔는데, 그때마다 저에게 뭐라고 했던게.. 왜 호주로 안놀러오냐는 거였어요.
내 형편에 무슨 호주겠냐고.. 이 핑계 저 핑계를 스스로 만들고 피했는데.. 이번엔 제가 덥썩 물었어요.
숙식 제공, 동갑내기 아이들, 따뜻한 날씨, 제일 친한 친구..
게다가, 지금까지 살아오느라 조금(많이) 지쳤었어요.  앞으로의 삐걱거림도 분명히 예상이 되고..
그렇게 움츠려 드는데, 주변에서 오히려 이때라고, 찬스라고, 다녀올 자격이 된다고.. 많이 뽐뿌질 해줬습니다.
결국엔 응축되었던 마이너스에너지를  터트리게 되었네요. 어쨋든 에너지.
'한달살이님의 왼쪽충격에너지가 폭발하여 오른쪽반력에너지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외의 상황들.
1. 올 3월부터 고양이(*3)를 키웠는데, 어디 맡길데가 없어서.. 고양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부모님께 맡기고 갑니다. 걱정+6
2. 30년이 넘은 낡은 집이라서 겨울에 매년 보일러가 어는데, 이것또한 부모님께 떠넘기고 갑니다. 걱정+1
3. 다녀오면 합쳐서 같이 살자고 부모님께 제안(*4)드려놨습니다. 수락해도 거절당해도 문제입니다. 걱정+9
4. 회사식구들, 지인들, 선후배들, 친구들, 가족들..  본인들이 못다니는 여행을 다녀오라고 등떠밉니다. 미안함+2, 고마움+9
5. 회사눈치가.. 다녀오면 폭탄줄게. 각오해.. 라는 눈치입니다. 두려움+1
6. 첫 해외여행, 첫여권, 첫티켓팅, 첫비자.. 그냥 전부다 처음(*5)입니다. 두려움+2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쨋든 잘 다녀와 보겠습니다. 한달정도 멍때리고 오겠습니다.
다녀오게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전달을 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전해졌겠죠 뭐..

.
..

*1. 백업자원 : 경력30년의 베테랑. 여기저기 근무후 정년퇴직 했는데, 자기의 첫 회사에 새로운 마음으로 25년만에 재입사. 저의 멘토.
*2. 지인찬스 : 오래되고 옆에 있는, 친한 친구네들. (높은 확률로 제 마눌님의 추종자들)
                       그냥 평범한 월급쟁이들인데, 뭐에 씌였는지.. 돈을 자꾸 빌려준다고 해서 더 두려움. 무이자.
                       이번 여행의 최고 조력자들. 옆에서 뽐뿌질을 엄청 해댐.
*3. 고양이 : 너무 이쁜 우리집 고양이. 개냥이라서 주인하고 떨어지는걸 싫어함. 살아만 있어다오. 다녀와서 잘해줄게.
*4. 제안 : 부모님이 수락시 마눌님에게 등짝 한대 엄청 씨게 맞을것을 예상. 대신 재정상태가 꽤 좋아질거라고 예상.
                거절시 매달 마이너스 재정을 고민하면서 살아야함. 대신 마눌님에게 등짝은 안 맞을지도..
*5. 처음 : 총제적 난국.  나이먹고 무엇을 처음 한다는거에 이렇게 두려움을 느낀적도 처음.



11
  • No Fear
  • 여행은 추천!
  • 훈훈합니다
  • 잘 다녀오세요!


아무쪼록 몸 건강히 즐겁게 다녀오세요
내년에 한국에서 뵈여~
한달살이
넵. 제가 좀 건강체질입니다.
날씨 풀린 따뜻한 날에 기회되면 한잔.. 또르르.. ^^
인디아나 존스
호주 1년 여행경력을 추가하시는군요...부럽다
한달살이
1년 여행해보고 싶네요. ㅎㅎ
인디아나 존스
17년 출국 18년 입국 벌써 1년이
살찐론도
단순 여행이었어도 부러웠겠지만, 현지 생활에 녹아들 수 있다는게 더 부럽습니다 ㅎㅎ
건강히 다녀오세요 :)
한달살이
관광목적의 여행은 아니긴 해요. 거의 친구네 집에서 머물다가..
낚시와 산책, 캠핑을 주로 예상합니다.
살찐론도
어른들은 휴식을, 애들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ㅎㅎ
외국나가 산 경험 덕분에 성격이 바꼈고 밥벌어먹고 살며 결혼까지 한 입장이라;; ㅋㅋ 부디 애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길 바랍니다 :)
한달살이
고마워요. 해외 첨 나가는거라.. 두근두근 합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포커스가 '저'입니다. 마누라랑 애는 살짝 뒤에.. ㅎㅎ
살찐론도
그렇군요 ㅎㅎ 그럼 친구분이랑 여유있게 쉬다 오시면 되겠네요. 아내분이랑 애들은 또 친구분 부인분과 애들이랑 잘 놀테니 말이죠 ㅎㅎ
잠시 한국은 잊으시고 오롯이 한달살이 자신과 가족만을 위한 생활 하다 오시길 :)
한달살이
^_____^
Bernardeschi
역대급 간지 ㄷㄷ
호라타래
여행보다는 생활이 더 남는 것이 많지요 :) 한달 즐겁게 지내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877 일상/생각영화관의 비상구 계단과 관련해서 3 Liebe 18/01/02 3830 1
6876 일상/생각집 근처에 고등학교 야구부 있으면 좋은점 7 사람사람 18/01/02 3937 0
6868 일상/생각오랜만에 어머니와 새해를 맞았습니다. 32 1일3똥 18/01/01 5889 37
6866 일상/생각고등학교 교사 체험기 (1) 4 루아 18/01/01 4362 4
6864 일상/생각2017년 마지막날 써보는 뻘글. 8 Darwin4078 17/12/31 5809 18
6857 일상/생각헤어졌어요. 27 알료사 17/12/30 6398 23
6844 일상/생각1987을 보고 왔습니다 (약스포 5 성공적 17/12/28 3366 1
6841 일상/생각할머니가 돌아가셨다. 5 SCV 17/12/28 4782 25
6837 일상/생각오늘의 일기 3 사나남편 17/12/27 4546 2
6826 일상/생각덴마크의 크리스마스 8 감나무 17/12/25 4225 15
6824 댓글잠금 일상/생각제천 화재. 남탕과 여탕의 위치가 바뀌었다면? 25 밤배 17/12/25 6726 0
6822 일상/생각20~30대에게 - 나이 40이 되면 느끼는 감정 17 망고스틴나무 17/12/24 5673 33
6814 일상/생각베란다 이야기 7 mmOmm 17/12/23 5113 0
6813 일상/생각군대에서 불난이야기 2 학식먹는사람 17/12/23 3578 6
6806 일상/생각이상하게도 슬리퍼를 살 수가 없다 21 소라게 17/12/21 4775 18
6804 일상/생각군대 제초 별동반에서의 안전사고 에피소드 15 Jannaphile 17/12/21 5016 11
6795 일상/생각호주에서 한달살기 전에.. 13 한달살이 17/12/20 6722 11
6786 일상/생각카페에서 파는 700원짜리 바나나. 19 felis-catus 17/12/19 5983 9
6785 일상/생각공동의 지인 20 달콤한밀크티 17/12/19 4567 20
6779 일상/생각푸른행성 2 (The Blue Planet 2) 1 기아트윈스 17/12/18 3922 6
6773 일상/생각벌교댁과 말똥이. 7 tannenbaum 17/12/17 3889 3
6767 일상/생각누군가 옆에서 항상 나를 지도해주는 느낌 8 망고스틴나무 17/12/14 4840 0
6749 일상/생각내가 싫어할 권리가 있었을까... 25 tannenbaum 17/12/10 4598 7
6740 일상/생각디지털 경제는 '암호화폐'로 실체화 된걸까? <끝> hojai 17/12/08 4081 10
6739 일상/생각디지털 경제는 '암호화폐'로 실체화 된걸까? <4> hojai 17/12/08 4046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