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12/19 14:04:52
Name   felis-catus
Subject   카페에서 파는 700원짜리 바나나.
글을 쓰면 싱숭생숭한 기분이 좀 없어질까해서 써봐요.

여느때와 같이 도서관을 가는 날. 오랜만에 풀린 날씨에 목 언저리에 살짝 땀을 내며 후문으로 들어갈때,
먼저 들어가던 사람이 문을 잡아준다. 
"감사합니다.."
개미소리같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데 이 사람, 눈치가 이상하다.
한번, 두번, 세번... 내가 못볼거라고 생각했는지 계속 힐끔힐끔 내 모습을 살펴본다.
오늘은 긴장발에 탈색머리. 새하얀 화장, 그리고 빨강 립밤까지. 립밤은 좀 과했나 싶다.
따가운 시선에 동물원의 원숭이라도 된 기분에 한번 째려볼까 생각했더니 이내 도서관 카페 문을 밀고 들어가고 있다.
속으로 한숨을 쉬며 지나가는 그때 얼굴에 다시 한번의 시선이 스치더니 카페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찜찜함은 털어내고 열람실 밖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한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잠시 쉬며 핸드폰을 보는 나와 책상사이로 우악스럽게 팔이 하나 쑥 들어온다.
깜짝 놀라 무심코 책상에 놓여진 길고 굵은 바나나를 잡아올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잽싸게 도망치는 아까 날 쳐다보던 사람의 뒷모습이 보인다.
마주보고 말하면서 사과하기는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얼굴도, 이름도 모를사람이 준 카페에서 파는 700원짜리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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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도서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지나가다가 어르신들이 대놓고 쳐다보는건 몇번 있었지만 요번같은 경우는 드물긴 한데, 이런식으로 간접적인 사과(?)를 받은건 처음이네요. 처음에는 당황해서 멍하다가 지금은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평상시에 사과란 확실하게, 면대면으로 말로 해야하는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상대방이 받아줬으면 된건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냥 지나가면 끝일 사람한테 굳이 찾아가서 바나나 줄 용기는 있고 말은 못꺼낸 그사람하고도 한번 이야기를 해봤으면 하는 생각도 있고..



9
  • 춫천
  • 좋겠다
  • 사과가 아니라 반한거 아닙니까? 바나나 주면 바난거
  • 바나나주면 반하나 안반하나
  • 이건 사과가 아니져. 바나나입니다.


나방맨
좀 귀엽기도•••
2
비슷한 경우로 어릴때 고백한다고 음료수 주고 홱 도망간 친구가 생각나네요.
나방맨
다시 보니까 사과의 의미로 준 게 아닌 것 같네여
CONTAXS2
잘됐으면좋겠다!
3
felis-catus
잘될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후후..
파란아게하
엥 그린라이트 아닙니까
6
felis-catus
그..린라이트라기엔 이름이고 얼굴이고 뭐고 하나도 몰라서요..ㅜ
바코•드
죽창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2
felis-catus
죽창으로 뚫릴준비도 언제나 되어있어요!
다람쥐
사과로 바나나를 고르기까지 고민이 느껴지네요 음료는 이미 마시고 있으니 고를 수 없었을 것 같고요
바나나와 함께 사과의 마음이 전해졌으니 그분에게도 글쓴님 생각이 전해졌을거에요^^
felis-catus
받을 당시에 너무 얼떨떨해서 아무 반응도 못 보였는데 사과를 받아줬다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저도.
사과인지 반한 건지 알쏭달쏭하지만 저는 반했다에 한 표.
1
felis-catus
반했으면 전화번호라도 바나나에 끼워주던가 해주지! 사실 지금도 알쏭달쏭합니다.
그린라이트인가요~
felis-catus
그럴까요?
저도 그린라이트 같은데..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 사람이 사과할 일은 무엇이 있었던거죠?? 자꾸 쳐다봐서..?

남을 구경하듯 쳐다보는 일은 좋지 않은 것이 맞지만 그에 대해 글쓴이님께서 항의를 하시거나
기분나빠하였다는 걸 상대가 눈치챌만한 상황이 그려지지가 않아서 본문 내용만 보면
뒤에 글쓴이님 들어오시는데 문을 잡아주다가, 쳐다보다가, 째려봄을 당하기 전에 들어갔다가, 바나나를 사다주었다..
이 서사에서 '사과'의 맥락이 읽혀지지가 않아요.

이건..반한겁니다!
felis-catus
본문에는 자세히 안써놨지만 한 20m를 걸어가며 힐끗힐끗x여러번..을 한거라서요. 카페 문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쨰려보려고 고개 돌리는 중이기도 했고...
제가 쳐다봤다고 생각했으면 사과를 하러 왔을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게 다 아무말도 안하고 도망간 그분 때문에...
빗소리
바나나 라는게 핵심입니다! 바나나 먹으면 나한테 반하나?
felis-catus
먹으면 반하는 바나나. 아직 책상위에 놓여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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