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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11/29 21:57:47 |
Name | 열대어 |
Subject | 퇴근길에, |
야근하고 소우주 한 병 때리고 집에 가다가 쓴 글인데, 500자가 넘는군요. —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절친한 선배와 순댓국에 소줏잔을 기울이면서 팀장 욕을 하고 신세 한탄을 하고, 이직과 연말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니깐 집에 갈 시간이더라고요. 버스를 타는 선배를 보내고서 비척비척 걷고 걸어서 지하 서울역에 도착했어요. 늘 그랬던것처럼 퀴퀴한 냄새가 코를 먼저 찌르고 노숙인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때묻은 침낭이나 더러운 이불로 몸을 가린채 무심한 눈길로 행인을 바라보는 그들을 지나가니 그 끝에 구급대원들이 보이더라고요. 한 노숙인을 에워싸고 정신 차리라고 외치면서 사지를 주무르는 폼이 퍽 전문적이였어요. 휴대용 난로 같은 걸 가져다 놓고서 잠든 노숙인을 깨우는 모양이더라고요. 그 노숙인의 곁에는 다 비운 소줏병 두 병과 채 다 마시지 못한 소줏병이 나뒹굴면서 맑은 소주를 흘리고 있었어요. 노숙인들은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저도 알딸딸한 눈으로 그 광경을 잠깐 보다가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어요. 제 뒤로 구급대원들이 무연고자 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잠깐 들렸어요. 흠. 그나저나, 지하철이 참 안 오네요. 늦게 집에가면 어머니가 잔소리 하시거든요. 잔소리 듣기 싫은데. 지하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술도 좀 깨고 들어가야 할텐데.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네요. 그나저나 이번 겨울을 맞아 보일러를 고치고 극세사 이불을 새로 샀더니 자는동안 더워서 이불을 걷어차고 자더라고요. 여름 이불을 덮어야하나, 잠깐 고민하다가 지하철을 탔어요. 얼른 집에가서 뜨끈한 차 한 잔 마시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잠들었으면 좋겠어요. 노숙인들의 동사 같은 건, 아무래도 나하고는 관계 없는 일이니깐요. — 올 겨울은 꽤 춥군요. 감기 조심하세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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