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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1/05 01:32:15
Name   droysen
Subject   "내일은 지옥불? (Morgen Höllenfeuer?)": 독일 언론에서 바라본 현재의 한반도
안녕하세요. 독일의 언론에서는 지난해 탄핵국면 떄를 제외하면 남한에 대해서 보도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데요. 이번 주 Die Zeit지의 2면에 전면기사로 남한에 대한 기사가 실려 번역해 보았습니다. 연예인 김제동씨, 한 대학생, 노조원, 그리고 유승민까지 인터뷰도 포함되어 있어서 나름 깊게 들어간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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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지옥불? (Morgen Höllenfeuer?)

“우리는 마치 두 명의 미치광이가 앉아있는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돈과 같은 처지에요”. 한국의 한 티비 스타는 자국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두 명의 미치광이는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과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의미한다. 돈, 즉 “우리”는 섬뜩한 양자 사이에 끼여 수동적 태도를 강제받은 남한을 의미한다: 민주적이고 서구지향적인, 그리고 핵폭탄을 갈망하는 악당국가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 사이의 전쟁터가 될 수 있는 분단된 한반도의 남쪽.

다가오는 주에 트럼프가 이러한 남한을 방문하게 된다. 그는 좌파 리버럴로 분류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며 (일본의 우파 리버럴인 아베 신조 총리와는 달리 트럼프의 아군은 아니다), 국회에서 연설을 할 것이고, 아마도 DMZ를 방문하게 될지도 모른다. DMZ는 베를린 장벽이 평범해 보일정도로 남한과 북한이 공포스럽게 적대적으로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곳이다. 남한에는 현재 삼만명이 넘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냉전이 끝난 적이 없다. 미국은 수십년간 남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950년부터 1953년까지 남한을 공산주의의 침략으로부터 막아준 보호자로서뿐만 아니라, 문화적 모델로서, 현대적인 것의 상징으로서, 교육과 커리어의 목표점으로서 그러해왔다. 야구는 국가적으로 사랑받는 스포츠이며, 중고등학생들은 방과후에 압박감 아래 영어를 배운다. 미국에는 팔만명의 한국 유학생이 있는데, 이보다 많은 유학생을 미국에 보내는 나라는 중국과 인도밖에 없다.

트럼프와 새롭게 대두된 핵위기 속에서 오늘날 한국에게 미국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보호를 받고 따라야 할 모범으로서의 미국은 오히려 위험을 야기하는 국가가 되어 버린 것일까? 이러한 실존적 종속성의 그늘 아래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트럼프의 남한 방문 며칠 전, 남한의 연예인 김제동은 남한의 무능력한 상황에 대해서 고민한다. 우리는 서울의 부촌에 위치한 그의 자택 근처에 있는 한 카페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벽에는 웅크려 있는 스파이더맨 동상이 마치 당장이라도 뛰어오를 것 같은 자세로 전시되어 있다. 미국 대중문화의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마른 체형에 근심어린 표정을 하고있는 김제동은 코메디언이지만 동시에 도덕적 멘토이며 고해신부의 역할도 한다. 티비쇼에서 방청객들은 스스로 손을 들고 그에게 인생에 관한 고민상담을 한다. 우리가 나중에 카페를 떠났을 때, 중년의 여성 십수명이 그를 발견하고 곧바로 알아차렸다. 마치 여중생 무리처럼 그들은 김제동을 둘러쌌고, 살짝 짜증이 난 김제동으로부터 단체사진을 얻어냈다.

김제동은 그의 방송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와의 합의에 따라 설치하게 될 사드에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이미 표명했다. 김제동에 따르면, 이에 대한 대중으로부터의 상당히 균형있게 반으로 나뉘었다. 한 쪽은 그의 입장을 지지했고, 다른 한 쪽은 비판적이었다. 사드 설치는 북한으로부터의 공격으로부터 남한을 지키기 위함이지만, 중국으로부터는 적대적인 행위로 인식되었다. 사드는 곧 안보, 화해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핵심 주제가 되었다.

김제동은 북한으로부터의 위험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현재의 남한을 정치권으로부터 야기된 증오와 불안 신드롬에 사로잡혀 있다고 여기며,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는 43살이고, 가족이 없으며, 집에 혼자 살고, 전쟁에서 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을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국가의 주권과 관련한 문제도 결부되어 있다. “이 곳은 우리의 땅입니다. 우리 국민과 시민이 스스로의 운명에 대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아무리 긴밀한 동맹국이라도, 외부의 힘으로부터 이루어지는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남한의 좌파에는 중요한 사안이 미국으로부터 결정된다는 강한 인식이 존재한다. 이에 따르면 진정한 문제는 식탁에 앉아 있는 미치광이 트럼프가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스스로가 놀이패, 즉 식탁 위의 “돈”이 된다는 감정이다.

이러한 감정은 그러나 남한과 미국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존재하는 유일한 감정은 아니다. 서울에 있는 미대사관 앞에서는 트럼프의 방문을 맞이하여 요 며칠 트럼프를 나치 유니폼에 합성시킨 플래카드를 볼 수 있다. 거리의 반대편에서는 한 시위자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동맹과 고마움의 표시로 동시에 높이 치켜들고 있다. 남한의 민족적 감정은 복잡하다.

기독교 계열의 한 사립대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미래에 말레이시아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싶어하는 22살의 혜연 씨는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머물렀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곳에 있는 한 교회에서는 동성 간의 결혼에 대해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토론은 혜연씨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속해 있던 보수적인 교회의 분위기에서는 이러한 주제가 터부시 되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국에 있는 그녀의 형제자매들에게는 이것이 논쟁적으로 토론이 이루어지는 문제였을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이들이 교회가 동성간의 사이를 이성간의 사이와 다르게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에 관해서 더 깊게 고심할수록, 혜연씨는 이러한 토론이 한국에도 모범이 될 수 있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더 많은 관용과 갈등에의 준비성, 더 풍부한 다양성, 이러한 요소들은 전통적으로 고도로 훈육된, 종종 일치성을 강요받는 한국 사회에서 미국은 개방과 해방의 동력이기도 했고, 여전히 그러하다.

그러나 미국은 동시에 무엇인가 통제적이고, 지배적이며, 흡사 점령군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거리에 떨어진 곳에서 한 노조 임원은 우리에게 2002년에 미군 탱크로부터 두명의 여학생이 깔려 사망한 장소를 가리켜준다. 송씨는 이 사건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으며, 탱크에 탑승했던 미군이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 사건 이후 남한에서는 처음으로 미군의 주둔과 그들의 특권에 대한 대규모 반대시위가 열렸다.

송씨는 미군이 한국 국민들을 달래주기 위해 사고 장소에 설치한 비석을 가리킨다. 비석에는 매우 신중하게 선택된 단어들을 통해 유감과 추모가 표현되어 있으나, 미군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다. 최근 들어 민간에서 이 지역의 땅을 사들였고, 두 소녀와 그들의 사고를 추모하는 공원을 건립할 계획이다. 그때가 되면 미군의 책임에 대한 더 분명한 문구가 쓰여질 것임이 확실시 된다. 송씨도 이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남한의 정치권은 트럼프가 방문했을 때 전할 메세지를 어쩔줄 모를 긴장감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유승민은 저명한 보수적 정치인이자 지난 대선의 후보였다. 그는 트럼프가 연설할 의회에 앉아있을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우리는 유승민을 국회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현재의 좌파 정권이 워싱턴과 충분히 가깝게 지내지 못하며, 미국과 일본과의 공조 아래 북한에 대한 더 강한 국제적 제제를 위해 노력하는 대신 좌파 자신들의 바람인 대북화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서울의 우파들을 걱정하게 하고 있다. “미국과의 깊은 협조, 자문, 대화, 이러한 것들이 우선 이루어져야 합니다”라고 유승민은 조용하지만 굳건하고, 흡사 서약을 낭독하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는 남한이 굳건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유승민은 그가 남한이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트럼프의 미국에 의지할 수 있다고 말할 때, 스스로의 말을 정말로 믿는 것일까? 유승민은 심지어 트럼프도 좋은 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중동이나 아프가니스탄 문제 말고 북한 문제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유승민은 적을 위협하기 위한 목적 하에 일부러 계산불가능한 듯 행동하는 전략인 닉슨 전 대통령의 “미치광이 이론”도 언급한다. 그러나 유승민은 이 말을 하고나서 곧바로 스스로 트럼프가 하는 행동의 경우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계산된 행동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 똑똑하고 호감이 가는 보수 정치인이 오래 이야기하면 할수록, 그로부터 추천된 미국에 대한 구애의 노선에 대해서는 점점 더 많은 의문이 쌓여가며, 미국에 대한 신뢰는 점점 약해지는 것처럼 보이고, 미국의 대통령을 파멸적인 모험으로부터 저지할 어려운 과제는 더더욱 극적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DMZ를 방문하게 되면, 서울이 북한의 포병으로부터 알마나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취약한지 분명하게 알게 될 것입니다. 이는 그에게 남한 사람들이 처한 위험에 대한 진정한 느낌을 줄지도 모릅니다”. 이는 절망적이지만, 언급할만한 생각인데, 한국의 현실과 직면하게 되면 스스로의 트위터세계에 갇힌 미국의 대통령이 책임감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기 떄문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전쟁에 대한 공포는 어느정도인가? 겉으로 보기에 서울은 전혀 동요가 없어 보인다. 서울은 스스로의 할 일을 수행하는 하이퍼모던한 대도시이며, 서울과 관계를 맺는 대부분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은 전쟁의 위협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이에 대해서 유승민은 공손하게 우리를 훈계한다. “저는 당신들이 한국인의 감정에 대해서 진짜로 들여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승민에 따르면 사람들은 공포를 가지고 있으며, 이전에 북한과 관련해서 위기가 있을 때보다 위험은 실질적으로 커졌다. 우리가 지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국회에 위험이 생길 경우 국회의원들이 숨을 수 있는 벙커가 있냐고 그에게 묻자, 유승민은 지하통로만 몇개 있으며, 벙커는 없다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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