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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8/09 16:00:17
Name   갈필
Subject   [시]꽃목
꽃목

대학 새내기 시절
한 선배가 술자리에서 말했다
끝없는 절망에 목이라도 매달지 않으면 안 될 삶을 살아보지 않은
너희들이 무슨 문학을 하겠냐고
그 선배를 7년간이나 봐 왔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묻지 못하였다
선배의 목은 왜 그렇게 굵냐고
목을 매달면 목이 가늘어진다
그 사실을 내가 안다는 사실을 밝히고
그 질문을 한다면
그 선배는 왜 자신의 목이 굵은지
변명을 해야 할까
아, 차라리 나는 질문을 묻었다
목을 매달았을 때 내 목숨 대신에 죽은 것도 함께 묻었다
그 선배가 그 순수의 무덤 앞에 꽃을 바쳐 주었다
그게 우리의 꺾인 청춘이었다


...............................................


1) 이 시를 보여주었더니 한 친구가 목을 매단지 오래 되면 목이 다시 두꺼워지는 게 아니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아직 시간이 안 지나서, 목이 다시 두꺼워지는지 여부를 모른다. 앞으로 시간이 증명해줄 수 있다. 그 선배의 오래 전 순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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