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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7/13 18:22:24
Name   난커피가더좋아
Subject   그리스 위기 즈음에 돌아보는 한국의 IMF(2편)
https://kongcha.net/pb/pb.php?id=free&no=559

(1편은 윗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1. IMF의 삽질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혹독했습니다. 엄청난 재정긴축, 다양한 재벌개혁 프로그램과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부실기업들은 헐값에 팔려나갔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재미난 부분이 있는데, IMF 프로그램은 1년여만에 대폭 수정됐다는 겁니다.

그 이면을 들여다볼게요. 신장섭,장하준 교수가 정리한 바에 따르면('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이라는 책을 참고했음) 1997년 위기 이후 한국에서 진행된 IMF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됩니다. 첫째는 거시경제 긴축, 둘째, 시장개방, 셋째, 구조개혁입니다.

특히 거시경제 긴축은 엄청난 금리 인상과 재정긴축을 의미했고, 전통적으로 자본시장이 아닌 '관치 금융'에 의해 자금을 조달 받았던 한국의 기업들은 그대로 나자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기업들의 금융 대출이 막힌 건 1990년대 초반부터였습니다. 그때부터 외국자본으로부터 단기외채를 끌어다 쓰던 기업들은 부채비율을 늘려갔고 IMF 위기를 전후해서는 꽤나 심각한 상황이 됐지요.)

IMF는 거시경제 긴축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한국경제가 더 나락으로 떨어지자 별수없이 '케인즈주의'정책 패키지를 도입했다고 합니다다. 금리는 다시 인하됐고, 사회안전망을 위한 지출이 허용됐습니다.(물론 이는 초기 프로그램에도 도입돼 있던 내용이었으나, 긴축재정을 요구한 상태에서 실질적으로 이뤄지긴 힘든 상황이었죠.) 공적자금의 대대적인 투입이 이뤄졌고 경제는 서서히 회복기미를 보입니다.

그 시기 한국사회 전반의 구조개혁을 이끌었던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도 한국에 대한 신뢰 자체가 떨어진 건 맞았지만, 예상보다 더 암울하게 불황으로 치닫고 있었고 IMF나 정부나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는 뉘앙스로 몇 차례에 걸쳐 얘기한 바 있습니다.(이헌재 '위기를 쏘다' 등 참고)

어쨌든, IMF의 프로그램은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선회했으며, 초기의 프로그램은 '큰 삽질'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 이유로는 IMF가 중남미의 경제 위기를 해결할 때, 주로 정부의 방만한 재정지출을 문제삼았고 이를 해결했던 경험만 있었고, 한국과 같은 유형의 위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 사실 이런저런 이유가 다 조금씩 섞여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미 금융가의 '음모론'도 종종 등장합니다.

2. 한국경제 위기는 정말로 '정실 자본주의'와 국가주도 발전 모델 때문이었나?

김병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하준 캠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의 같은 의견을 보이는데, 이게 생각보다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들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 위기는 칼 마르크스식 어법으로 말하자면, '낡은 것은 사라졌으나, 새로운 것이 도래하지 않은 상황'때문에 발생했다는 겁니다.

전편에서 서술한 스티븐 해거드의 '발전국가 그 자체가 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전면 반박하는 얘기입니다. 즉, 동아시아 발전국가 모델이 경제위기를 불러온 게 아니라, 대안없는 해체가 위기를 불러왔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1980년대 전두환 정부 시절 김재익을 비롯한 미국 유학파 관료와 1990년대 초반부터 세계화를 부르짖던 김영삼 정부와 재벌간의 대결 구도를 이해해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제도주의 경제학, 혹은 정치경제학이 재밌는 건 바로 이런 역사적 제도와 맥락에 대한 부분을 짚기 때문인데요, 다음편에서는 1980년대부터 한국에서 지속된 재벌과 정부의 갈등 과정, 그리고 위기의 도래와 해소과정을 설명해보겠습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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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트윈스
    절단신공이네요. 다음편 기대합니다.
    난커피가더좋아
    경제얘기는 길게 쓰면 읽는 분도 힘들고...저 역시 업무 틈틈이 연구해서 쓰는거라는 변명을 해봅니다. 흐흐 늘 구상하던거보다 짧게 끝나고 마네요.
    솔지은
    기아트윈스님 주식 해보고 싶은데 방법 좀 알려주세요~~ㅜㅜ
    기아트윈스
    저 같은 선무당 말 들으시면 안됩니다 ㅡㅡ;
    빨리 다음 편 좀요....
    난커피가더좋아
    으악! 네네
    Beer Inside
    IMF 당시 사회초년생이였지요.

    졸업하고 첫 월급 받았는데 IMF라니... 응?

    IMF가 발생하고 나서 가장 당황했던것이 1회용 주사기가 구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였습니다.
    1회용 주사기를 만들거나 수입하는 회사가 환율이 엉망이라서 수입을 해서 단가를 맞출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직장을 옮겨서 서울에 가니.... 삼성동 현대백화점 맞은 편에 택시가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타는 사람은 없고 택시기사끼리 고스톱을 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였지요.
    난커피가더좋아
    정말 98년 한해 분위기는...망국분위기였죠. 크
    마르코폴로
    예전에 제도주의 경제학에 대해 찾아볼 때 애잔한 느낌이 들었었지요.
    언제 어디서나 적용할 수 있는 도식화된 이론 틀을 거부하는 포지션에 위치함으로써 모두까기를 시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론적 틀이 없어서 절대로 주류가 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실무자들이라면 바람직한 자세일지도 모르지만 학자들 집단에서 제대로된 평가를 받기 힘들 것 같아요.
    난커피가더좋아
    제도주의 경제학도 나름의 분석틀은 다 있습니다만, 이 인간들 특성이 자기네 분야 안에서도 미친 상호디스를 시전하는 지라...흐흐
    제가 보니까 대충 이렇습니다. 노스의 후예들인 제도주의 경제학자들은 그 특유의 삐딱함과 역사적 맥락을 끝없이 거슬러 올라가는 \'경로의존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인해서 \"니네 사안별 설명력은 짱짱맨인거 인정하는 데 당최 일반화가 안되잖아.\"라는 말을 들으며 주류경제학의 언저리를 맴돌게 되지만, 의외로 정치학과 만나면서 꽃을 피운 것 같습니다. 경제학의 비주류인 제도주의 경제학이 정치학에서는 오히려... 더 보기
    제도주의 경제학도 나름의 분석틀은 다 있습니다만, 이 인간들 특성이 자기네 분야 안에서도 미친 상호디스를 시전하는 지라...흐흐
    제가 보니까 대충 이렇습니다. 노스의 후예들인 제도주의 경제학자들은 그 특유의 삐딱함과 역사적 맥락을 끝없이 거슬러 올라가는 \'경로의존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인해서 \"니네 사안별 설명력은 짱짱맨인거 인정하는 데 당최 일반화가 안되잖아.\"라는 말을 들으며 주류경제학의 언저리를 맴돌게 되지만, 의외로 정치학과 만나면서 꽃을 피운 것 같습니다. 경제학의 비주류인 제도주의 경제학이 정치학에서는 오히려 환영할만한 부분이 많았고 정치학이 갖고 있던 도식화된 몇가지 틀이나 이론과 만나면서 오히려 더 발전하게 된 듯 합니다.(실제로 한국에서는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정치경제라는 분야가 경제학과 내에 있기도 하고 정치학과 내에 있기도 한데-주로 정치학과쪽에 있습니다만- \'정치경제적 현상\'에 대한 독보적인 설명력으로 꽤나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학에서 정치경제를 접했던 사람들은 사실 장하준 교수가 한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책을 냈을 때 그걸 읽어보고 \"엉? 이거 우리가 다 하던 얘긴데 뭘 새삼스레\"라는 반응을 많이 보였던 거죠.

    뭐 어쨌든 정치학과 조우하게된 제도주의는 \'역사적 제도주의\'와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로 분화가 되고요 역사적 제도주의는 각 지역이나 나라 혹은 세계 경제를 설명할 때, \'역사\', \'맥락\', \'현재 경제지표\', \'행위자\', \'거시경제 정책\' 등 모든 걸 고민하고 변수로 집어넣어야 하는 관계로 살인적인 공부량으로 유명해집니다. 합리적 선택 쪽은 아예 수학적 모델링을 시작하죠. 최근 들여다본 몇개의 정치학과 내 정치경제 논문은 경제학 논문 이상으로 그냥 수식 몇개로 점철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저는 어쨌든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생각으로 수학에 취약해 모델링은 어려울 거 같고 역사제도주의에 관심을 갖고 지도교수께 석사때 전공했던 계량적 선거분석과 통계 대신 \'이거 하면 어떨까요?\'라고 여쭤봤으니, 지도교수님은 냉정하게 두 가지 정치경제 불가론을 제시합니다. 첫째, 정치경제학은 재미있다. 이 나라에선 절대 재밌는 건 돈이 안된다. 둘째, \"자네는 근데 내가 억지로 넣어준 이 대학원 유일의 파트타임 박사과정 아님? 그런데 역사제도주의 정치경제로 박사논문을 쓰려면 풀타임으로 최소 5년이상을 잡는데...넌 안될거야 아마\"(제가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이건) 뭐 이런 상황이 됐습니다.

    (음..기승전자기한탄이 됐네요)
    마르코폴로
    상세하게 설명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도주의 경제학이라는 것이 학문의 영역보단 실무의 영역에서 써 먹을 만 하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가 보군요. 시간과 공간적인 배경이 다르니 획일화된 이론적 틀이 아닌 그때 그때 맞는 걸 적용하자 정도의 내용으로 이해했었습니다. 그래서 실용적인 사람들이군 정도의 생각을 했었지요. 역사적 제도주의가 제가 이해하고 있었던 제도주의와 비슷한 것 같네요. 그건 그렇고 교수님이 비관적이시네요. 돈이 있는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면 돈이 되지 않을까요.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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