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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3/15 02:22:29
Name   E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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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새벽에…… EE 이야기. 2편(결).




이번에는 지구 반대편 네덜란드로 갑니다.

네덜란드는 정보통신망이 발달한 나라로서 전자정부지수를 나타낸 12년도 표를 보면 대한민국에 이어 네덜란드가 2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가 고도의 정보화 사회를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는 1990년대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정보화를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이거 완전 우리 얘기 아닙니카?)

네덜란드는 1989년에 전자선거법을 제정하고, 1998년을 시작으로 순조롭게 전자선거를 실시하였습니다.
그 효과는 굉장했다! 투표소가 줄어들어 그에 따르는 비용이 줄어들었고, 정확하고 신속한 개표가 이루어졌으며, 무효표가 줄어들었습니다. 네덜란드 국민들도 전자선거를 쉽게 받아들여서 90%가량의 유권자가 이 방법으로 투표하였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전자선거가 공고히 자리잡아가던 2006년, 전국을, 나아가 유럽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대 사건이 발생합니다. 전자선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두 번째 사진)의 적극적인 활동 때문이었습니다. 2006년 10월 4일, 이 단체는 방송을 통해 전자선거에 활용된 프로그램을 해킹하여 결과를 바꾸는 시연회를 열었습니다. 5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네덜란드 선거의 역사를 바꾸기에는 충분했습니다.

2007년 10월 1일부로 알크마르(Alkmaar) 지방법원은 당시 사용하던 전자투표기기인 Nedap/Groenendaal 컴퓨터를 모두 허가취소하였습니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공직선거에서 전자투표는 공식적으로 중단되었어요. 비슷한 시기 독일 연방법원은 '전자식 투표는 불법'이라고 판결했습니다. 2017년 현재 네덜란드는 러시아의 해킹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개표마저 손으로 합니다. 최근 서유럽국가들은 같은 이유로 전자선거를 축소 또는 폐지하고 있답니다.

지금까지 브라질과 네덜란드의 전자선거 도입과 추이를 살펴보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목적으로 전자투표를 도입하였으나 브라질은 전자선거가 시행중이고, 네덜란드는 중단되었습니다. 두 나라는 어떤 점이 달랐기에 전자선거에 대해서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일까요?
저는 두 나라의 국민정서와 현실적 제약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라질은 투표를 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벌칙규정이 있습니다. 인구밀도는 낮지만 많은 인구와 대부분이 미개척지인 넓은 땅이 있습니다. 투표하기가 쉽지 않지요.
네덜란드는 인구밀도와 도시화율이 높고 작은 나라입니다. 투표소가 가깝고, 개표하기도 쉽지요. 또한 벌칙이 없음에도 80%이상의 높은 투표율을 보이는 나라입니다.

브라질은 문맹률이 상당히 높은데,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화면에 표시되는 후보자의 얼굴을 보고 투표합니다. 반면 네덜란드는 문맹이 거의 없어서 글자만으로 이루어진 투표지도 보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하여 브라질은 전자선거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부정으로 얼룩진 선거, 길고 긴 개표기간,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 등 국민들은 새로운 제도를 강하게 바랐습니다. 브라질에서도 전자기기의 신뢰성에 의문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선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더 많이 있습니다. 때문에 전자선거제도를 고쳐서 쓰지, 과거의 종이투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브라질과는 반대였습니다. 국민들은 정부와 선거관련기관을 신뢰하였으며, 개표기간은 짧고, 투표율은 본래 높았으므로 딱히 투표율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전자선거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나라였는데 투표기기를 해킹했다는 소식을 들은 국민들은 전자선거기기를 불신하게 되었고, 네덜란드는 단숨에 과거의 종이투표로 회귀하였습니다.

전자선거, 이점이 많은 제도입니다.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대한민국에도 전자선거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전자선거가 실시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선도국가로서 기술적으로 전자선거를 도입, 실행, 관리할 능력이 있습니다. 또한 현행 투표방식을 전자투표로 바꿀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제한적으로나마 개표시에 사용하는 장치가 있고, 당내경선이나 조합장선거에서는 투표까지 기계를 이용하여 화면을 보고 합니다.
다만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전자투표를 받아들일 것인지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 미래는 어느 순간 곁에 와 있습니다!


//////


다음달은 보선, 그 다음달은 대선! 제가 죽기 전에 이런 선거를 집에서 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은 제가 예전에 써 두었던 것을 지지고 볶아서 재구성하였습니다. 서쪽 나라들과 러시아의 갈등이 심해진 것을 빼면 큰 변화가 없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긴 글을 읽어줘서 고마워요 :)



3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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