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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2/24 23:00:34
Name   tannenbaum
Subject   呼朋呼友을 허하노라..
거 뭐드라.... 어디서 그러던데....

친구들과 술자리에 불러 낼 수 있는 연예인 친구 한명쯤은 있어야 하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게이친구 한명도 있어야 하고, 필요할 때 파티장소로 빌릴 수 있는 클럽이나 바 사장 한명 쯤 친하게 지내야 제대로 라이프를 즐긴다 뭐 그런.... 그런 친구들이 있는 사람들을 부르는 용어가 있었는데 잊어 묵었네요. 치매가 오나봅니다. 쿨럭.

넵!!! 딱 접니다.

연예계 일하는 패션, 뷰티 쪽 사람들이야 널렸고 안무가, 작곡가, 영화배우, 뮤지컬배우, 트레이너, 전직 아이돌..... 그중에 한명쯤 술 마시자면 나오겠죠 뭐. 제가 게이이니 게이 친구들이야 패스하고..... 이태원이랑 청담에서 클럽 운영하는 친구도 있고..  저야말로 라이프를 제대로 즐기는 트렌디한 피플이네요. 그런데 현실은 불금에 회에다 소주 까는 독거노인 신세지만..... 이런 완벽한 조건의 트렌디 피플인 제가 트렌디 피플 라이프를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위 사람들이 전부 게이라는 것입니다. 결코 제가 키작고 못생긴 쭈구리탱탱이어서가 아닙니다.

우리들에겐 산상수훈과 같은 계율이 있습니다.

[서로 아우팅하지 말지어다]

얼핏 이해가 잘 안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딱 봐도 '나 게이요' 얼굴에 써진 걸어다니는 커밍아웃들 몇몇을 제외하면 나머지 대부분은 밝히지만 않으면 내 친구가 게이인지 이성애자인지 무슨 수로 알겠습니까. 하지만 우리와 이성애자들은 입장이 약간 다릅니다. 특히나 저처럼 커밍아웃하고 칠렐레팔렐레 다니는 사람이 불러 내는 친구면 '혹시'하는 생각이 드는 게 무리는 아니지요. 그럴 경우 진짜 이성애자가 느끼는 부담감과 제 게이친구들이 느끼는 당황함은 많이 다릅니다. 아니어서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맞는데 아니라고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의 차이랄까요. 설사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더라도 도둑이 제발 저리듯 혹시나 하는 불안감과 걱정은 어쩔수가 없거든요. 어젯밤 불타는 밤을 화끈하게 보낸 사람도 오늘 어떤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면 서로 모른 척 하는 게 기본 매너인 것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제가 우리 서로 알아요. 하는 순간 그 사람은 너는 tannenbaum이랑 어떻게 알아? 너도 게이야? 그럼 어떻게 아는 사이인데? 고등학교 동창? 회사동료?....... 수많은 질문들이 따라오거든요.

간혹 어떤 분들은 '오빠 게이 친구들 좀 불러 바바', '가수 아무개 혹시 게이야?' 묻기도 합니다. 그럼 전 '오빠 친하게 지내는 게이 없다'라거나 '관심없어서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라는 모범 답안을 냅니다. 반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아우팅 시키고야 말겠다는 정신나간 게이들도 있습니다. '어제 내가 어디에서 근무하는 누구를 만났는데...', '얼마전에 게이클럽에서 아무개랑 아무개가 딱 붙어서는...'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이란 사회에서 그 행동의 여파가 얼마나 클지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이 짧음을 탓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선의'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악의'가 없다는 건 누구나 다 아니까요.

아마 제가 죽기전에는 어렵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이란 나라가, 사회가, 이웃들이 [呼朋呼友을 허하노라..] 말해주는 날을 기대하며 살아갑니다.


결론은 불금인데도 트렌디 피플 라이프를 즐기지 않고 독거노인 모드로 있는건 제가 키작고 못생겨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엄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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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춫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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