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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7/02 19:45:08
Name   최종병기캐리어
Subject   \'여왕과 공화국의 불화\'라는 사설을 읽으면서
오늘 조선일보에서 재미있는 사설이 올라왔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7/01/2015070104432.html

"박 대통령은 열두 살 때 청와대에 들어가 18년간 물러나지 않을 것 같은 통치자의 딸로 살았다. 그를 '공주'라고 부른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없는 시대였다. 나중에는 퍼스트레이디의 역할까지 했다. 열두 살부터 서른 살까지의 생활이 사람의 인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두가 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나온 뒤 18년간은 사회와 사실상 분리된 채 살았다. 공주에서 공화국의 시민으로 자연스럽게 내려올 수 있었던 그 기간을 일종의 공백기로 보냈다. 박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 날 언론은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 됐다'고 썼지만 박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들 중에는 그때 이미 "공주가 여왕 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박 대통령의 불통(不通) 논란에 대해 어떤 이는 '왕과 공화국 사이의 불통'이라고 했다. 대통령과 국민이 다른 시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는 얘기인데 작은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라면 진저리를 치는데도 박 대통령이 국회 원내대표를 배신자라며 쫓아내는 데 대해서만은 부정적 여론이 높다고 한다. 왕이 군림하는 듯한 모습을 본 공화국 시민들의 반응일 것이다."



상당히 공감이 갑니다. 박근혜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아버지의 나라였으며 청와대는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리고 자신은 여왕이 되어 돌아왔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녀의 선뜻 이해안되는 행동들 - 유체이탈 화법, 주변인 돌려쓰기, 보좌관에 둘러쌓인 밀실정치, 가차없는 처단 - 을 대통령이 아니라 '여왕'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이해가 됩니다. 특히 아버지가 암살당한 여왕이라면 자신의 주변만 쓰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하극상'에는 가차가 없겠죠. 또한 국회의원 역시 '신하'이니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 조차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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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게시판에 등록된 최종병기캐리어님의 최근 게시물


    Vinnydaddy
    저게 조선일보 칼럼이라... 포지션 정리에 들어갔다고 봐야 할까요. 댓글들도 칼럼 찬성 반 반대 반 정도로 보이고 참 재미있네요.
    Last of Us
    임기끝나면 여왕이 임기가 어딨냐며 종신제로 바꿀 생각을 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기아트윈스
    설마 그러진 않을 거라는 가정 하에 개인적으로 걱정되는 부분은 과연 본인이 퇴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에요.

    정치적 야심이 강한 인물들이 권력의 최정점에 선 후에 퇴임이라는 실존적 위기를 제대로 소화 못하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하물며 여왕님의 머리 속에 구축된 정치 서사는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느니라\" 정도일텐데, 여기서 다시 물러나는 경험은 아마도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을 거에요.

    그건 마치 본인의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생각을 안해본 사람이 사형선고를 받는 일 같지 않을까 싶어요.
    칼럼 내용은 공감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댓글들이 참 재미있네요 크...
    여소야대도 아니고 여당 원내대표가 합의 한걸 같은 당 대통령이 거부 했으니 둘중에 한명은 물러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각제같았으면 정권붕괴에요. 정권유지의 의미가 없죠. 수상이 소수파라는건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보고 하야하라는건 아닐거 아니에요.그럼 유가 물러나는게 앞뒤가 맞아요.
    최종병기캐리어
    MB와 박근혜대통령(당시 당대표)처럼 되겠죠.

    청와대 + 소수의 친이세력 vs 당권을 가진 친박세력의 구도로...

    MB정권때에도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행보에 사사건건 딴지거는 친박세력이 당권을 쥐고 있었습니다.
    realise
    조선일보마저 이렇게 나오는 거 보면 이미 판세가 기울었다고 봐야 할까요 흠...
    사실 재밌는 게 지금 현 여당 내부 세력중 상당수는 \'원래\' 친박 세력이었죠. 당장 지금 반란? 의 대표격이라고 일컫어지는 김무성, 유승민 전부 시작을 친박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여왕님께서 자기 입맛에 안 맞고 쓴소리하는 인물들 다 쳐내고 주위에 달콤한 아부만 하는 인물들만 남겨 놓은 게 현 상황인거죠 뭐. 여왕의 최후가 사뭇 궁금하긴 하군요.
    기아트윈스
    원래 보수신문들도 3~4년차 들어서면 한결 같이 대통령에 반기를 들지요. 일종의 리듬이 있는 거지 이걸 두고 판세가 기울었다고 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최종병기캐리어
    김무성 의원은 세종시 원안고수건으로 박근혜대통령(당시 당대표)와 대판 붙고 친박에서 빠져나왔고, 이번엔 유승민 의원이 국회법으로 \'배신자\'가 되었죠.

    두 사람은 동병상련이 있을꺼에요 크크
    기아트윈스
    한국 정치서사가 보혁을 막론하고 다소 왕조풍이니까요.
    박대통령 지지자들이 그녀의 공주병을 모르고 찍어줬다면 거짓말이고, 다들 음으로 양으로 어떤 왕가의 위신 같은 걸 느끼고 있었다고 봐야죠.
    따라서 문제는 그녀가 그 성격상 여왕이냐 대통령이냐이기 보다는 성군이냐 폭군이냐에 달려있는 건데 뭐 여태 보여준 바로는 주요 지지층이 느끼기에도 성군형으론 안보이니..
    Bergy10
    사실 따져보면 폭군보다 더한 암군이죠. 그냥 왕위에 오르면 아무일 안하고 폼만 잡아도 모든게 끝난줄 아는...
    켈로그김
    유선과 유비의 관계가 살짝 떠오릅니다;;
    시니난다시니나
    흔히들 조선일보를 정권의 시종 정도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 조선일보는 스스로 여론을 만들어낼 능력이 충분히 있는 신문이죠.
    뭐 자연스레 새누리당과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절대 권력에 빌붙는 신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진 않을겁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하는 사람들중에 대통령의 독단적인 성격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여왕\'을 바란건 아닐테지만(뭐 진짜 공주님이라 지지하고 여왕으로 섬기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기는 한거... 아니 꽤 있는거 같긴 합니다...)
    강력한 리더십 혹은 제왕적인... 더 보기
    흔히들 조선일보를 정권의 시종 정도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 조선일보는 스스로 여론을 만들어낼 능력이 충분히 있는 신문이죠.
    뭐 자연스레 새누리당과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절대 권력에 빌붙는 신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진 않을겁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하는 사람들중에 대통령의 독단적인 성격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여왕\'을 바란건 아닐테지만(뭐 진짜 공주님이라 지지하고 여왕으로 섬기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기는 한거... 아니 꽤 있는거 같긴 합니다...)
    강력한 리더십 혹은 제왕적인 리더십을 원한건 맞죠.

    세월호나 메르스같은 긴급상황들은 리더십을 보여주기 가장 좋은 기회고요.
    결과는 아시다시피... 독단적이지만 리더십은 없는 최악의 리더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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