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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2/18 13:58:19 |
Name | 아침 |
Subject | 어떤 학생 |
어제부터 한 학생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네요. 이 학생의 특징은 은근한 비난이나 비판이 습관이 되어 있다는 것. 저에게 친밀감의 표현으로 말을 걸 때에도 말의 내용은 태반이 은근한 비난이나 비판입니다. 상대방이 마음이 들면 갈군다 - 갈굼을 당한 대상이 여유롭게 받아준다 - 그러한 상대에 대해 친근감을 표현하며 계속 갈구며 관계의 만족감을 추구한다.... 라는 것이 이 학생의 머릿속에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본틀인 듯 해요. 가르쳐 보면 머리는 좋은 편인데 전혀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성적은 좋지 않고 여기에 대해서 열등감도 심합니다. 전반적으로 열등감이 너무 심합니다. 성적은 나쁘지만 머리는 좋고 배경지식은 부족하지만 꼼꼼히 일 잘하는 스타일이고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은 쪘지만 기본은 서글한 미인형이고 인간관계에 서툴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마음이 따뜻한 면이 있죠. 열등감에서 나오는 각종 행동들을 싹 제거하고 보면 자질이 좋은 아이죠. 선량하고 사고력도 있고 실행력도 갖춘 썩 괜찮은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적으로도 정이 갑니다. 아주 가끔 수다가 통할 때는 재미있고 마음도 맞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에 들어가면 열등감에서 나오는 행동 때문에 의도만큼 잘 해주기가 어렵습니다. 좀 더 깊이 있고 친근한 대화를 하고 싶어도 학생 자신이 '비난-수용-안심'이라는 피상적인 대화틀을 벗어날 생각이 아직 없고 제가 조금이라도 덜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면 거부당했다고 느끼거든요. 저도 공부방 선생으로서 여러 학생을 동시에 돌보아야 하고 진도도 빨리 나가야 하는데 과중한 부담에 시달리고 있을 때 이 학생의 태도가 방해가 된다고 느끼면 짜증이 납니다. 그래서 최대한 일대일 시간을 잡지만 수업 시작 전에 부담스럽다는 기분이 들 때도 많지요. 특히 제가 에너지가 별로 없을 때요. 동시에 죄책감도 느낍니다. 그 아이가 저에게 호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걸 아는데 저는 그 아이가 바라는 만큼 이 관계가 즐겁지도 편안하지도 않으니까요. 제가 참고 배려하는 면이 있으니 저의 불편함이 죄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좋아해주고 싶은 마음도 크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서 죄책감도 느끼는 것이지요. 어라. 글이 길어서 티타임으로 넘어가네요. 티타임에 넘길만한 글은 아닌데.... 이 학생이 열등감에서 벗어나서 자기 가능성을 꽃 피우면서 재미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가르치지 시작한 지 몇 달 안 되는데도 그 사이에 이 아이가 분노와 괴로움과 의심에 가득 차서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을 몇 번 보았거든요. 이 학생에게는 당장의 결과를 기대하지 않고 천천히 시간을 들여야할 것 같은데 제가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학생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싶다는 기대, 학생이 학업적으로 성취를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는 아주 쉽게 그 기대를 채우지 못하는 학생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변질됩니다. 그리고 학생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 속에는 사실 그런 학생을 통해 제 자신이 만족을 느끼고 싶다는 소망이 포함되어 있지요. 이 관계가 선생인 나의 자기만족을 위한 관계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학생을 위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노련해져야겠다....마 그런 생각을 하는 일요일 오후입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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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을 빗대어 생각해보면, 사회에 대한 불신이나 열등감이 강렬했던 시기에는 타인의 이야기가 귀에 안들어옵니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어두운 세상만이 내 세계의 전부예요. 시간이 쌓이며 다른 세상도 존재한다는 것을 체감하기 전에는 내가 있는 춥고 차가운 세상만이 전부인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너무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과하게 밝은 어린시절을 지나 어둡다고 느끼던 사춘기시절-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객관적으로 그다지 어두운 환경은 아니었지만 스스로는 어둡다고,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을 지나서 지금... 더 보기
너무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과하게 밝은 어린시절을 지나 어둡다고 느끼던 사춘기시절-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객관적으로 그다지 어두운 환경은 아니었지만 스스로는 어둡다고,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을 지나서 지금... 더 보기
제 경험을 빗대어 생각해보면, 사회에 대한 불신이나 열등감이 강렬했던 시기에는 타인의 이야기가 귀에 안들어옵니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어두운 세상만이 내 세계의 전부예요. 시간이 쌓이며 다른 세상도 존재한다는 것을 체감하기 전에는 내가 있는 춥고 차가운 세상만이 전부인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너무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과하게 밝은 어린시절을 지나 어둡다고 느끼던 사춘기시절-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객관적으로 그다지 어두운 환경은 아니었지만 스스로는 어둡다고,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을 지나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선생님의 탓도 아니고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가 되더란 말입니다..
따라와주면 좋지만 따라올 의지가 없이 세상에 저주를 퍼붓고 있다면 그에 따른 반대급부는 개인이 짊어져야 할 문제이지 보조역할을 하는 사람이 책임감을 느낄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정도면 충분, 그걸 보고 무엇을 느끼느냐는 그 학생 개인의 선택입죠.
너무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과하게 밝은 어린시절을 지나 어둡다고 느끼던 사춘기시절-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객관적으로 그다지 어두운 환경은 아니었지만 스스로는 어둡다고,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을 지나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선생님의 탓도 아니고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가 되더란 말입니다..
따라와주면 좋지만 따라올 의지가 없이 세상에 저주를 퍼붓고 있다면 그에 따른 반대급부는 개인이 짊어져야 할 문제이지 보조역할을 하는 사람이 책임감을 느낄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정도면 충분, 그걸 보고 무엇을 느끼느냐는 그 학생 개인의 선택입죠.
하하..딱히 대단한 스토리가 있는것은 아니구요.;;
현대 사회에서 비정상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개인의 시간을 길게 가졌었어요. 생계활동도 안하고 뭔가를 배우고 있지도 않았고. 그..히키코모리라고 하던가요. 그 생활을 거의 9개월?(..) 하고 나니까 내 자신의 위치나 생각이 스스로 정리가 되서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었어요. 아마 더 시간을 많이 가졌었다면 평행세계까지 생각의 넓이가 넓어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이후로 나름 자아성찰을 하면서 산다고 생각을 하는데, 제 인생의 공백기이던 이 시간이 지나고나니 저한테 큰 도움이 되었더라구요. ㅎㅎㅎ
현대 사회에서 비정상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개인의 시간을 길게 가졌었어요. 생계활동도 안하고 뭔가를 배우고 있지도 않았고. 그..히키코모리라고 하던가요. 그 생활을 거의 9개월?(..) 하고 나니까 내 자신의 위치나 생각이 스스로 정리가 되서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었어요. 아마 더 시간을 많이 가졌었다면 평행세계까지 생각의 넓이가 넓어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이후로 나름 자아성찰을 하면서 산다고 생각을 하는데, 제 인생의 공백기이던 이 시간이 지나고나니 저한테 큰 도움이 되었더라구요. ㅎㅎㅎ
자아성찰이라고 인지하게 된건 몇년 안됬어요 ㅎㅎ 이제와서 보니까 그때 그 고민과 생각들이 성찰이구나 하는 그런 딱지를 붙일만 하겠구나 싶은거지.. 역설적이게도 그 생각을 완성시킨건 신해철의 죽음이었어요.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고 고민하던 사람이 실제 죽고난 그 이후에 고스트스테이션이라던가 생전에 남긴 방송이라던가를 찾아보면서 얇게 알던 생각들이 선명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세상은 더럽고 신뢰는 허상이다' 라는 내 자신을 스스로 가뒀던 틀을 깬지 아직 10년이 채 안된것 같은데.. 그 전과 후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이...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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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동안의 칩거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준비를 했던 시간..그러니까 9개월 이후부터 생각의 정리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될것 같아요. 아직도 그 생각은 정리중입니다. 완전히 정리되는 그 끝은 평생 못볼것 같기도 하구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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