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2/13 16:16:31
Name   피아니시모
Subject   드래곤볼 슈퍼는 왜 쓰레기인가

90년대초 드래곤볼 연재를 직접봤던 사람들 (90년대초면 거의 끝무렵)
90년대중후반 드래곤볼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GT까지 두루두루 봤던 사람들에게
손오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준 만화 주인공이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작중 인물들은 모두 손오공을 믿었고 손오공이 있는 한 손오공이 어떻게든 해줄거라 믿었다
이건 작중인물들뿐만 아니라 작품을 보는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베지터와 내퍼가 지구를 침공하고 아군측 인물들이 하나하나 죽어갈 때 작중 인물들은 모두 손오공을 기다렸고 독자들 역시 언제쯤 손오공이 나타나 저놈들을 혼내줄까라는 생각을 했다. 긴장감이 극에 달했을 떄 그리고 결국 손오공을 제외한 가장 든든한 아군이었던 피콜로마저 죽었을 때 그때서야 간신히 도착한 손오공을 보면서 환호를 질렀고 또한 손오공이 친구들의 죽음을 보며 분노했을 때 함꼐 따라 분노했다. 그리고 손오공이 아군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내퍼를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

굳이 이떄가 아니더라도 손오공은 언제나 상황이 안좋을 때 일정한 해결법을 제시하였고 독자들로하여금 그 해결법을 (웬만해선, 그리고 적어도 그 당시만큼은) 납득하게 하였다.

허나 드래곤볼 슈퍼의 손오공은 어떠한가? 키스를 안해봤다는 개드립은 둘쨰치고서라도 지나칠정도로 경솔해졌다. 미래로 가 오공블랙과 싸움을 한다면서 선두를 대놓고 놓고가는 장면을 넣으면서 손오공을 바보로 한번 만들고 마봉파를 준비해갔으면서 마봉파에 가장 중요한 부적을 놓고가는 또 다른 바보짓을 하면서 드래곤볼 슈퍼는 손오공을 순수한 걸 넘어 바보천치찐따로 만들어버렸다.

원작에서의 손오공은 어린시절 이후론 순수할 지언정 순진하진 않았으며 순수할 지언정 바보는 아니었다.(특히나 전투쪽에 한해서는)

세속적인것과는 백만광년 떨어지긴 했지만 아주 바보천치는 아니었다. 최소한 그는 그가 판단을 내릴때 확실한 근거를 갖고 판단을 내렸으며 싸움을 좋아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가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선내에서였다. 이 틀을 깬건 베지터를 살려줄 때와 마인부우전에서 베지터와 싸움을 할떄 뿐이었지만 그 베지터조차 거의 초죽음을 만들어놓았기때문에 손오공의 자신감이 근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으며 마인부우전에서는 마인부우의 기를 느끼자마자 자신들이 실수했음을 느끼고 당장 싸움을 멈추려고 했다. 그 싸움을 끝까지 우기면서 한건 엄연히 베지터였다. (그리고 베지터도 얼마 안가 그것이 실수였음을 꺠닫는다)

셀전에서 자기 아들의 성격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은 작전을 짜 피콜로에게 일침을 듣긴 했지만 최소 그 당시 상황에서 손오공은 손오반이 분노하여 각성하지 않으면 완전체 셀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기때문에 그러한거였다. 결과적으론 피콜로의 일침을 듣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됬음을 알고 곧장 크리링에게 선두를 달라하면서 다시 셀과의 전투를 준비하였다.

허나 슈퍼에서의 손오공은? 자기가 재밌는 싸움을 위해서라면 세상이 어떻게 되든 상관않는다는 인간막장쓰레기가 되어버렸다. 비루스와 우이스가 그렇게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어거지로 전왕에게 날라가 우주대회를 열어달라고 졸랐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경기에서 패한 우주는 소멸된다는 규칙이 있는 우주대회의 개최였다.


작붕, 박력없는 전투씬, 병맛넘치는 개연성과 파워밸런스, 그리고 그냥 스토리가 개구린 이 희대의 개막장쓰레기작품에서 정박아가 된 손오공은 특히나 더 돋보이는 개막장쓰레기다. 어린시절 누구보다 믿음직했던 주인공이 드래곤볼의 상징이자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가 이제는 한낱 싸움만 좋아하는 개찐따가 되어버렸으니 이따위 쓰레기 작품을 드래곤볼의 후속작이라고 해야하는 것이 민망하고 억울하고(?) 서글프기(?) 그지 없다. 아 어쩌다 나의 드래곤볼이 이따위 개막장이 되었는가


옆동네에 썻던 글인데 살짝 다듬어서 올립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77 창작제 3 자 김 모씨 2 nickyo 15/11/06 8291 5
    840 IT/컴퓨터LG G2, 터치스크린 사용불가 현상 발생 중 18 Azurespace 15/08/25 8293 0
    10726 일상/생각취업면접 오실때 노쇼는 하지 말아주세요. 28 집에가고파요 20/06/29 8293 0
    311 기타배우 크리스토퍼 리 사망 9 레지엔 15/06/11 8296 0
    4858 도서/문학드래곤볼 슈퍼는 왜 쓰레기인가 16 피아니시모 17/02/13 8297 0
    5204 게임레고랜드 아니고 레고월드 (LEGO Worlds) 후기 (데이터주의) 4 R2D2 17/03/16 8299 5
    1018 의료/건강모유를 먹은 신생아가 마약남용으로 사망하다니... 14 Beer Inside 15/09/17 8301 0
    2972 기타다람쥐 - 생긴대로 판단하면 안 된다 (약혐) 14 Toby 16/06/08 8303 0
    2692 문화/예술옛 그리스 항아리 2 - 아이아스의 죽음 10 Moira 16/04/26 8304 12
    4977 기타4분기에 본 애니메이션들 15 별비 17/02/23 8309 1
    1567 꿀팁/강좌진지한 취미 사진가를 위한 다섯 가지 팁(스크롤 압박!) 39 *alchemist* 15/11/15 8311 12
    1087 기타보드카 이야기 18 마르코폴로 15/09/24 8313 4
    406 기타15년 걸그룹 전쟁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20 Leeka 15/06/22 8314 0
    14 기타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3 aMiCuS 15/05/29 8315 1
    1835 일상/생각강아지가 다리를 절고 난 뒤 7 Raute 15/12/22 8315 1
    471 기타연예계 크레딧 전쟁 27 Leeka 15/06/29 8317 0
    1537 경제중국 광군제의 폭발력, 그리고 유통의 미래 22 난커피가더좋아 15/11/12 8320 0
    9372 생활체육도전! 배밀기 논스톱 100개 39 파란아게하 19/06/30 8322 16
    1576 IT/컴퓨터웹 프론트엔드(front-end)란? 20 Toby 15/11/17 8323 8
    467 기타확신이 아집이 아니라 멋있을 때... 20 Neandertal 15/06/29 8326 0
    402 기타나의 연극이야기 17 흑두견 15/06/22 8328 0
    2512 기타[空知] 녹차넷을 엽니다. 79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4/01 8328 8
    11803 사회[군대] 4급 (공익) 기준이 이렇게나 타이트한지 몰랐읍니다. 31 Groot 21/06/18 8330 4
    7529 게임보드게임 "비티컬쳐" 에센셜 에디션 후기 8 알탈 18/05/16 8333 2
    63 기타주말에 아들보기 6 Toby 15/05/30 8338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