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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2/10 22:57:59
Name   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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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미드나잇 인 파리> - 2011년, 우디 앨런 감독


타임라인 3회를 다 써서 티타임에 씁니다.

오늘 왓챠플레이로 본 영화는 <미드나잇 인 파리>였습니다. 6년 전 영화니 부담없이 스포도 줄줄 할 거지만, 간략히 말하자면 과거에 대한 강한 동경을 갖고 있는 이가 과거로 가 본인이 동경하던 시절을 체험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길 펜더는 할리우드에서 나름 괜찮은 작가였으나, 소설가로의 전향을 꿈꾸며 파리에 왔습니다. 예술의 도시 파리는 어떤 낭만을 자극하는 게 많고, 그걸 동경하는 거죠. 그러나 그의 약혼녀 이네즈는 이런 그에게 불만이 있고 예술과 낭만보다는 다소 현실적인 성격입니다. 함께 등장하는 약혼녀의 부모님들도 마찬가지라 길은 답답해 합니다. 여기에 소르본에서 강의를 한다는 이네즈의 친구 폴이 등장하고, 현학적이며 아는 체를 일삼는 폴과 그를 멋있다며 좋아하는 이네즈에 질리게 되죠. 그렇게 술에 취해 파리를 헤매던 길은 웬 클래식한 푸조 차량을 얻어 타게 되고, 스스로가 동경하던 1920년대의 파리로 떠나게 됩니다. 피츠제랄드와 젤다 부부, 헤밍웨이, 거트루드 스타인 등의 문학계 거장과 달리, 피카소 등 유명 화가들을 만나며 본인이 동경하던 황금시대에 대해 깨달음을 얻는 거죠.

위에 적었듯 예술계 유명인들이 잔뜩 등장합니다. 제가 적은 이들은 무지렁이인 저도 들어본 유명한 이들이고, 저들 말고도 수없이 많이 등장해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들도 많죠. 때문에 저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좋습니다. 저도 잘 몰라서 힘들었어요. 대신 영화가 그리 무겁지는 않습니다. 러닝타임이 1시간 30분 가량으로 짧고, 거장들의 예술관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기보다는 가볍게 등장해 우스운 모습을 보여주는 정도라서요. 왓챠플레이 분류에선 코미디 카테고리에도 들어 있습니다. 과거에 대한 동경을 주인공 네가 안고 살듯, 과거의 인물들 역시 그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주제인 것 같아요.

근데 좀 보고 짜증나는 게 있어요. 주인공은 폴을 싫어합니다. 현학적인 풍모를 잔뜩 풍기거든요. '이것도 내가 잘 안다, 저것도 내가 잘 안다.'라고 말을 해요. 그러나 가이드와도 충돌할 정도로 자세히 아는 건 아니며, 과거에서 직접 보고 온 길 역시 폴이 그리 상세히 아는 게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짜증나는 건, 주인공 길 역시 그런 현학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폴이 초반에 과거에 대한 동경은 단순한 현실 부정일 수 있다는 말을 상당히 잘난 체하며 떠들어댄 적이 있습니다. 이후 길이 만난 과거의 거장들은 기실 그리 대단한 인물들로 그려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헤밍웨이는 비범했습니다만, 피카소도 피츠제랄드도 여자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이끌려다닐 뿐이고, 달리는 코뿔소와 자기 소개만을 반복하는 독특한 또라이일 뿐이었어요. 아드리아나가 마찬가지로 벨 에포크 시대를 꿈꾸며 1920년대에서 벨 에포크 시대로 넘어가는데, 여기서 주인공이 자신이 가진 과거에 대한 동경이 누구나 갖고 있는 현실 부정임을 깨닫고 맙니다. 영화는 여기서 이 주제를 더 다루진 않았습니다만 전 찝찝하네요. 과연 나는? 심지어 전 길만큼의 글도 쓰질 못 하잖아요. ㅠ.ㅠ 그래요. 일단 공부나 더 해야지.

주인공 길 역의 오언 윌슨은 어디서 봤나 했더니 <박물관이 살아있다>였습니다. 제레디아 역으로 나왔죠. 그리고 주인공의 약혼녀 이네즈 역은 무려 레이첼 맥아담스였습니다. 우왕, 그리고 아드리아나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탈리아 알 굴과, <인셉션>에서 멜을 맡았던 마리옹 코티야르였습니다. 우와아아앙~ 거기에 거의 단역인 여직원 역할에는 레아 세두! 우왕 최고다... 이럴 수가...

재미있게 그려지는 옛 예술가들과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 파리, 특히 과거의 파리를 보는 맛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림을 아름답게 그리는 영화였어요. 제가 거기에도 좀 약하지만 -.- 이 감독이 파리 로망이 있다면서요? 막연히 예술의 도시 파리를 그리는 이들을 그린 영화이기도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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