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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2/01 12:26:57 |
Name | 고양이카페 |
Subject | 비오는 날의 대화 |
그대를 처음 마주할 날의 이야기다. 나는 그날에 비가 오면 좋겠다. 나는 그대와 단둘이 만난다는 생각에 무척 설레어 잠을 설쳤을테다. 비구름으로 어두운 하늘이 나의 안색을 숨겨주겠지. 그대를 만나러가는 동안 바짝바짝 마를 나의 입술이 건조하지 않게 해줄 것이다. 첨벙첨벙 사람들의 발소리는 그대라는 이름으로 내 마음의 고동을 부추길 것이다. 또한, 우리가 서로 어색해하는 순간순간을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가 채워줄 것이다. 그대와 그렇게 대화를 시작할 것이다. 나는 그대를 모른다. 사람에게 입은 상처가 가장 아프다는걸 알기에 아직 입지도 않은 상처를 상상해서 그대를 멀리할지도 모른다. 그대의 잘못이 아닌 나 자신의 옹졸한 마음 때문에 처음은 시덥지않은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죽어있는 말. 진열대에 놓인 상품의 가격을 보듯이 숫자를 묻고 상품의 성분을 보듯이 사는 곳이나 가족관계를 물어볼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다들 하듯이 그대를 알아가려고 할지도 모른다. 정보만 주고받는 대화.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남들과 똑같이 시작할지도 모른다. 그대가 나를 살다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하려할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그런 대화가 나에게 가장 편한 방식이다. 가장 상처받지 않는 방식이다. 아무런 감정도 남기지 않는 방식이다. 그러나 나는 그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아마 처음 만나는 장소도 잔뜩 고민해서 정했을 것이다. 그대가 우리로 있기 위해 그 날은 좋은 기분을 남기고자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한 고민이다. 하루 잠시 머물다 가는 수많은 바람 중 하나가 아닌 서로의 삶에 뿌리내리는 씨앗이고 싶다. 표상적인 말로는 심중에 닿지 못한다. 마음을 여는 것은 언제나 어렵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언제나 짧다. 단지 그날 우리의 대화가 서로의 기분을 바꿀수 있기를 바란다. 감정이 담긴 말은 살아있는 말. 섣부른 표현은 서로를 상처입힐수도 기쁨을 낳을수도 있다. 그래서 그대와 나눌 대화는 길을 지나가다 맡는 제과점의 빵굽는 냄새처럼 살갑게 하고 싶다. 우리의 대화는 그대와 나의 조바심과 걱정 속에 솔직한 마음과 생각을 담아야한다. 서로의 감정을 꽁꽁 싸매는 불임의 대화는 아무 것도 낳지 않는다. 반면 기분을 담은 말은 그리고 말을 하는 표정은 그대와 내 속의 그대/나와 그대 속의 나의 간격을 믿음으로 채울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서로에게 새길수 있길 바란다. 그날 우리는 참으로 많은 대화를 나눌 것이다. 웃기도 하고 조금씩 상처도 받으며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우리의 대화를 할 것이다. 그 대화의 끝에 빙긋 웃을수 있기를 바란다. 그날의 우리는 그렇게 다음을 약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안녕하세요, 글쓰기 소모임에서 열심히 배우는 중인 고양이카페입니다. - 소모임에서 매주 주제를 정하는데 이번에는 '대화'에 대해서 써봤어요. - 마감시간이 있어서 쫓기듯이 적었는데 지금보니 썩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많네요 ㅠ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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