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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6/06 04:10:32 |
Name | 고양이카페 |
Subject | Re : Re : 국내의 에너지 산업 혹은 태양광산업 동향은 어떤가요? |
지나가던 대학원생이 게시판 글을 읽다가 전문분야 관련 토론이 한창인걸 보고 잔뜩 신이나서 쓴 글입니다. 1. 전력은 전력 공급량과 전력 수요량이 실시간으로 일치해야하는 매우 특수한 상품입니다. 2. 전력 공급량과 전력 수요량의 불일치가 생길 경우 전력 주파수 균형이 무너집니다. 국내 전력 주파수는 평상시 60Hz가 유지기준입니다. 주파수가 60Hz 플러스 마이너스 0.2Hz 밖으로 벗어날 경우 산업에서의 불량품 생산량이 급증(대표적 사례 반도체 공장)하고 최악의 경우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국내 전력시장은 전력 공급(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 독점 판매사업자(한국전력)이 구매한 전력을 말단 소비자(공장, 가정, 빌딩 등)에게 공급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이 전체 프로세스는 한국전력거래소(Korea Power Exchange 이하 KPX)가 관장합니다. 4. KPX는 전력 주파수 등 양질의 전력을 공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주파수를 체크하며 주파수가 떨어질 경우, 발전량을 늘리고 주파수가 올라갈 경우 발전량을 줄이는 식으로 전력 품질을 관리합니다. 최근 전력 수요단에도 증감을 지시하면서 주파수를 관리하기도 하나 이 얘기는 복잡하므로 일단 패스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도록 한다) 5. 기존의 발전 설비인 원자력, 화력, 수력, LNG 등은 몇초 간격으로 KPX로부터 지시를 받으며 발전량의 증감 조절이 가능합니다. 기존 발전기의 경우 스팀 터빈 기반으로 응동하다보니 발전원료 투입을 늦춰 스팀 생산량을 줄이거나 터빈으로 이어지는 스팀튜브 노즐을 조절하는 식으로 지시에 따른 발전량 증감이 가능합니다. 6. 다만 신재생 에너지(풍력, 태양광 등)은 발전량을 KPX의 주도적으로 증감하기 어렵습니다. 바람을 늘리거나 줄일수도 없고, 태양광의 세기를 갑자기 늘리거나 줄일수도 없습니다. 더욱이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발전량이 급변합니다. 예를 들어 주파수가 올라가고 있어서 발전량을 줄여야하는 상황인데 풍력발전단지에 강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발전량이 늘어나는데 이걸 KPX는 주도적으로 감축하라고 지시할수 없습니다. (물론 최악의 경우 풍력발전단지를 차단시켜 발전량 자체를 0으로 만들수도 있습니다) 7. 태양광은 더 최악입니다. 강풍이 불 경우 심한 경우에도 30분에서 1시간에 걸쳐 점증하는 반면, 태양광은 구름이 태양을 가리는 순간(제 학계에서는 Cloud Cover라고 부릅니다) 발전량이 순식간에 40% 가깝게 떨어집니다. Cloud Cover에 의한 발전량 감소는 5분 이내에 일어나는 일이므로, 발전량 부족으로 전력 주파수가 급락할수 있습니다. 8. 이 경우 부족한 발전력을 대체하기 위해 기존 발전설비의 발전량을 늘리라고 KPX가 지시를 내리는데 이 행위 또한 설비 노후화를 촉진시킵니다. 9. 아니면 ESS (대용량 에너지 저장 장치)를 통해 부족한 발전력을 커버하나 ESS가 값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정부에서 25% 지원하고 지자체에서 25% 지원하는 식으로 여러분의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니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최근 ESS 판매로 가장 이익을 보는 회사는 삼성과 LG 같더군요. ESS 관련 학회가면 삼성과 LG가 USB 많이 줘요. 과자도 많이 주고. 10. 이처럼 신재생에너지는 청소년 같은 존재입니다. 분명 미래의 꿈나무는 맞는데, 얘가 잘하다 삐끗하면 그 실수는 다 부모(기존 발전설비)가 책임져야합니다. 신재생이 언제 똥을 싸지를지 모르니 신재생이 늘어나는 양과 맞물린 기존 발전설비 확충은 당연합니다. 11. 요즘 신재생을 늘리고 기존 발전설비를 줄인다는 개소리가 있는데 그런 꿈같은 소리 아직 20년은 빠릅니다. 독일이 원자력을 다 없애고 신재생으로 대체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비전공자나 학부생들이 신재생이 정답인 것처럼 환상을 갖습니다만, 독일 옆에는 프랑스가 있습니다. 프랑스는 세계 최고의 수준의 원자력 발전 국가중 하나입니다. 독일은 전력수급에 이상이 있을 경우 옆에 프랑스에서 사옵니다. 독일에 넘쳐나는 청소년들을 대신 돌봐주는 꼴이라고 보면 될까요. 12. 학계에서는 보통 태양광 발전이 제대로 운영이 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1. 다양한 지역에서 골고루 배치하여 구름에 의한 태양광 손실을 최소화 할 것. 2. 먼지로 인한 수득률 감소를 최소화 할 것. 3. ESS 등 연계 장치를 통해 Cloud Cover 효과를 최소화 할 것. 13. 신재생에너지에 홀려서 관심있어하는 분들에게 제가 감히 조언을 드리자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기술적 환상은 이미 대부분 구현되었습니다. 태양광 발전의 효율이 갑자기 두세배씩 오르지 않는 이상 (아니 두세배씩 오르더라도) 전력계통 운영자의 현명한 운영 방안으로 커버하지 않으면 기존 발전설비와 동등한 입장에서 활용은 불가능합니다. 언제까지나 앓는 손가락이라는거죠. 아직 필드에 나가지 않은 대학원생의 글이니 많은 질타와 질문 환영합니다.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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