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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2/12 17:36:26
Name   1숭2
Subject   작금의 문과는 어떻게 취업하는가 - 2 (부제: 카드게임, 마술 그리고 낚시)
Il Principe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2. 자기소개서

근현대 정치학의 아버지이자 인류사에 가장 중요한 정치 철학자라고 여겨지는 마키아벨리 또한 이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문과 취준생과 동일하게 본인이 꿈꾸는 공직에 몸담기 위해 장문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저서 '군주론' 이다. 마키아벨리의 저서에는 질적으로는 절대로 미치지 못하겠지만 필자 또한 지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에 작성해 온 100여편의 자소서를 모은다면 충분히 장편 소설의 분량에는 미치리라고 생각한다. 문득 작년 8월 첫째주에 처음 작성했던 현대자동차 그룹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했던 자소서가 떠오른다. 현재의 내가 당시의 자기소개서를 첨삭 한다면 바로 집어 던졌을 수준의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당시 취업을 시작하면서 가입했던 스터디에서도 6명이 처음 모인 서먹서먹한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차게 까였었다. 당시 자소서의 수준이 얼마나 저열했는지 취준을 시작하고 꾸준히 모았다고 생각했던 자기소개서 워드 파일 목록에도 존재하지 않을 정도이다. 물론 90년대에 유행하던 패턴인 '엄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우신 어머니 밑에서 2남 1녀의 장남으로 태어나...'로 시작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지루하고 감정에 호소하는 신파극을 썻던 것만 같다. 이후로 취업스터디의 다른 사람들의 자소서를 읽고 조언을 받아보면서, 때때로는 취업 카페나 채용정보 사이트등에 게시된 합격 자소서등을 읽어보면서 나름대로 어떠한 형식으로 자소서를 써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가치관이 생기게 되었고, 이후 스터디 멤버들의 자소서를 첨삭해주는 수준까지 성장하게 되었다 (취업 스터디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추후에 다뤄보도록 하겠다).

보통 이런 스터디원들의 자소서나 합격자소서를 참고하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앞으로 자소서를 어떠한 형식이나 문체로 써야겠다는 틀을 잡고자 한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작년 하반기 내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자소서를 작성해오다 한 사건을 만나고 이러한 형식에 대한 가치관은 확 바뀌게 된다. 바로 그 것은 삼성전자 면접을 앞두고 모집한 면접스터디에서 합격한 사람의 자소서를 돌려보며 당시의 기준으로는 정말 말도 안되는 형식의 자소서를 읽으면서이다. 해당 자소서는 그렇게 여러 취업컨설팅 업체들 (필자는 이들을 준 사기꾼이라고 생각한다)의 첨삭 담당자가 하지말라고 말하는 삶의 사소한 스토리들은 연대순으로 읊는 법으로 작성되어 있었으며, 자소서의 처음과 마지막에 간결하게 질문에 대한 답변을 뚜렷히 기록하지도 못했으며, 심지어 글 전체를 아우르는 소제목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다른 기업에 비해서 장기간의 노력으로 공들여 작성한 스스로의 자소서와 해당 합격자의 자소서가 같은 기준으로 평가 받았음을 인정할 수 없을 수준이었지만, 곧 바로 해당 지원자의 스펙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되고는 금방 납득 하게 되었다.

상기한 사례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합격자소서라는 것은 특별히 뛰어난 글이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취준생들이 합격자소서를 찾아보면서 매우 크게 오해하는 점을 바로잡고 싶다. [서류전형에서 합격하는 것은 자소서가 아니라, 지원자 본인이라는 점이다] 결국 이말은 두 가지로 해석 될 수 있다. 첫째로 자소서에 의미를 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인사담당자가 보기에 지원자의 스펙과 살아온 이력이 해당 기업과 직무에 어울린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의 지원자는 SKY출신에 해당 직무와 정말 잘어울리는 전공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비록 내용과 논지를 이해할 수 없는 자소서일지라도 합격한 것이다. 둘째로는 합격자소서를 보고 따라 쓴다고 해도 합격자의 인생 스토리와 자신의 이야기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필자의 경우엔 보통 면접에서 자소서 기반 질문을 받을 때 긴 휴학기간과 그 기간 동안의 해외경험에 대한 질문을 받아왔다. 이를 통해 생각해보면 인사담당자나 실무진이 서류전형에서 자소서를 검토하면서 이 부분에 관심을 보여서 합격을 시켜줬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필자의 합격 자소서를 참고하여 비슷한 자소서를 작성한다고 할지라도 비슷한 인생사가 없다면 결국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마지막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고, 내용과 문체를 베껴서 작성한다고 할지라도 그 글이 위대한 작품이 될 수 없는 것처럼, 합격자소서를 아무리 읽어도 당신의 자소서가 합격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결국 자기소개서는 그 이름 처럼 자기 이야기를 자기가 소개하는 것이니 만큼, 스스로의 이야기를 스스로의 말로 풀어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지원하는 해당기업에 합격한 자소서들의 문체를 따라하는 것은 피하라고 하고 싶다. 오히려 동일한 사례를 작성할지라도 시간적 여유가 주어진다면 그대로 복붙할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새롭게 써봄으로서 좀더 인사담당자의 눈에 확 들어올 수 있는 예리한 글로 다듬어 갈 수 있다. 복붙으로 인한 기업이름을 잘못 써서 넣는다던지, 아니면 문장 절반을 통째로 날린다는 지 하는 사고들을 논하지 않더라도, 취준 초기에는 최대한 복붙보다 글을 여러번 작성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또한 입사전형이 몰리지 않는 초창기에는 적극적으로 조금 글자수 제한이 큰 신생기업들의 자소서를 작성하라고 권하고 싶다. 보통 네이버나 다음의 경우에는 글자수 제한이 없거나 항목당 2천자까지 작성하도록 하여 지원자의 도전의식을 불태우는데, 필자는 이들 기업에 지원하면서 삶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500자, 700자, 1500자 등의 글로 쪼개어 제출하였고, 이후에 이 기업에 지원했던 자소서를 다듬고 다듬어서 다른 기업들에 재활용 할 수 있었다. 또한 쉬는 기간에도 새로운 자소서의 스토리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올해 상반기를 마치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이제는 내 삶에서 더이상 뽑아낼 스토리가 없다'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한 공기업에 지원하면서 군복무 시절에 있었던 짤막한 스토리가 떠오르게 되었고, 하반기에 해당 스토리를 사용하여 서류전형에서 다량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저번 글에서 '문과는 얼마나 자기소개서에서 사기를 잘치느냐가 합격을 가르는 실력이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고 언급하였다. 필자는 사실 한 정유사에 지원하며, 자기소개서 한 항목의 질문에 부합하는 삶의 사례를 도저히 생각 할 수 없어 700자 분량의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소설가를 꿈꾸면서 습작을 써왔던 실력을 발휘해서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사건의 기승전결 그리고 이를 통해 느낀점까지 꼼꼼하게 작성했었다. 이 스토리는 이후에도 비슷한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 사용되었었고, 실제로 해당 정유사를 비롯하여 몇몇 회사의 서류전형을 통과하게 해주는 결과도 낳았었다. 한때는 마치 영화 타짜에서 구라로 화투를 치는 꾼들 처럼 걸리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작성했지만, 결국 면접 당시에는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라는 명대사가 생각날 만큼 해당 자소서 항목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힌 나머지 면접을 망쳤던 기억밖에 없다.

하지만 거짓과 과장 혹은 유희를 위한 기만은 구분하고 싶다. 전자가 카드게임에서 사기를 치는 것이라면 후자는 눈속임을 사용한 카드 마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비유가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카드마술이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관객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손 뒤에서 일어나는 속임수를 보여주지 않는 것처럼, 본인의 스토리에서 가릴 부분은 충분히 가리고 자소서를 작성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단순하게 예를 들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를 극복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소서를 작성할 때, 경제적 어려움이 본인의 실수나 과실로 인해 생긴 일이라면 굳이 그 부분을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자소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 본인의 내용과 더불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기업과 관련된 내용을 기술할지도 꽤 중요한 주제이다. 서두 언급한 마키아벨리 또한 자신의 저서에서 본인을 채용해주기 원하는 메디치가를 적절하게 높이는 방법을 사용했기에, 우리들도 어느정도 기업의 성과와 좋은점을 칭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구색을 갖춘 홈페이지를 보유한 기업들은 홈페이지상에서 기업의 비전이나 연혁, 그리고 원하는 인재상들을 장황하게 서술해 놓는다. 취준생들은 이런 기업의 인재상들을 보고 이에 맞추어 자소서를 서술하거나 면접질문을 준비하곤 한다. 심지어 어떤 기업은 대놓고 자소서 질문 항목에 자사의 인재상이나 비전등을 주제를 언급하며 이에 걸맞는 사례를 논하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런 노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기업의 홈페이지를 탐구하거나 기업의 사업들이나 뉴스들을 검색하여 이를 담은 자소서를 작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져다주는 효과가 적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첫째로 기업들이 소유한 홈페이지의 인재상, 비전등은 대부분의 경우 구체성이 부족하고 추상적인 경우가 많으며 사실상 너무 많은 내용을 요구한다. 몇번 대기업의 인사팀이 시행하는 취업설명회를 참석해보면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들의 자소서가 넘 추상적이거나 허황되어서 맘에 들지 않는 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필자는 기업들의 요구하는 인재상이나 비전에도 똑같은 기분을 느껴왔다. 과연 30년도 살지 못한 지원자들이 기업이 요구하는 크고 넓은 인재상의 기준의 부합하기가 쉬울까? 그리고 인사팀이 과연 그런 장황한 인재상을 몇천자 남짓한 자기소개서르 통해 파악해낼 수 있을까? 따라서 억지로 기업의 인재상에 맞추도록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의 캐릭터중에 자랑할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을 자소서 질문 항목이 요구하는 사례를 답하면서 녹여낼 수 있다면 그부분을 적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취업준비생이 자신의 역량으로 취득할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며,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의 수는 이에 비해 다수라는 점이다. 한 취업설명회에서 인사담당자가 해당기업이 근래에 다루는 이슈에 대해서 짤막하게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언급하고 넘어간 적이 있다고 한다. 당해 그 기업의 지원한 지원자의 자소서의 60%가 그 이야기로 시작하는 결과로 나타났었고, 이로인해 인사팀에서 큰 스트레스가 되었다는 이야기르 들었다. 일종의 서류나 인적성 합격 후 면접스터디를 참여해보면 기업에 관련되어서 조사한 내용이 지원자들간의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한다. 결국 자기소개서가 자기를 소개하는 것인 만큼 본인이 해당 직무나 기업에서 인턴 혹은 고객으로서의 깊은 경험을 통해 체득한 정보가 아니라면, 뉴스기사에 나온 기업 이슈를 언급하면서 자소서르 시작하거나 마무리짓는 것보다 차라리 본인 특유의 캐릭터를 좀더 부곽시킴을 통해 눈길을 한번이라도 사로잡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철저하게 을의 관계로 살아가는 취업시장에서 취준생으로서 서류전형에서만이라도 갑의 위치처럼 하고 싶어서이다. 취업을 시작했던 하반기에는 초반에는 많은 회사들 중에 선별하여서 정말 자소서를 한땀한땀 문장을 퇴고하면서 작성했었다. 이후에는 많은 서류 탈락을 경험하면서 정말 김성모식으로 찍어냈던 적도 있다. 두 기간에서 합격률이 별로 다르지 않았다. 정말 말그대로 다른 기업의 내용을 짜집기 해서 낸 기업도 서류를 통과했으며, 일주일 이상을 기업 조사를 하고 자소서 질문에 대해서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해가면서 작성한 기업이 떨어진 경험도 있다. 보통 서류전형 부터 최종합격까지 길게는 3개월도 진행되는 회사도 있는 상황이다. 고작 서류전형에서 이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서류탈락의 결과를 맞이하면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된다. 확실하게 현직자나 합격자들 통해 자소서에 대한 확고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일반적인 회사들이라면, 기업조사 같은 것은 뒷전으로 놓고 해당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진솔하게 녹이는 방향으로 자소서를 최대한 많이 서술하느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떡밥을 뿌려놓는 낚시꾼의 마음으로 회사들 이곳저곳에 자소서를 던지는 것이다. 결코 아무렇게나 자소서를 무작정 찍어내라는 것이 아니라 공채기간 전에 충분히 여러번 다듬기를 거쳐서 작성한 자소서를 해당 회사들의 글자수 기준에 맞추어 적절히 편집하여 여러회사에 지원하라는 것이다. 정말 자신의 캐릭터와 스킬을 제대로 담은 자소서라면 분명히 자신과 알맞는 회사가 그 미끼를 물어줄 것이다. 회사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때 그때부터 낚시대를 당겨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인드가 없었다면 필자는 올 하반기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끝까지 내가 갑이라고 생각하면서 전형에 임했기에 서류전형에서도 쿨하게 버틸 수 있었으며 면접에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다. 최근의 최순실 관련 청문회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자세를 견지할 수 있는 증인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거짓을 말하지 않고 본인이 아는 것만 말하는 것, 그런 자소서를 쓸 수 있을 때 분명히 기업이 그 미끼를 물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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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소서를 쓰고 싶게 만드는 글입니다. 춫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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