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6/21 14:27:08
Name   아케르나르
Link #1   http://www.astrovil.co.kr/bbs/skin/ggambo7002_gallery/print.php?id=after_use&no=6391
Link #2   http://www.seoulkaas.org/xe/?document_srl=263166
Subject   새벽의 마라톤.
물리적인 긴 거리를 직접 달리는 것을 일반적으로 알려진 마라톤의 정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하룻밤이 걸리는 긴 여정의, 그 일반적인 정의와는 좀 다른 마라톤을 매년 준비합니다.

바로 메시에 마라톤입니다.

18세기 프랑스에 살았던 샤를 메시에는 당시 태동하기 시작한 혜성 관측을 업으로 삼은 천문학자였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혜성 발견에 대한 업적이 있기는 해도, 정작 그의 이름이 아직까지 전해 내려오게 된 가장 중요한 업적은 바로 메시에 목록이라고 부르는 리스트가 되었습니다. 메시에 목록은 딥스카이라고 부르는, 별을 제외한 천체들. 은하, 성단, 성운 등등에 숫자를 붙여 나열한 리스트인데요, 원래는 혜성 관측에 방해되는 희끄무레한 것들을 따로 모아서 제외시키기 위한 목록이라고 하죠. 후대에 추가된 것까지 합쳐서 약 110개의 딥스카이 천체가 메시에 목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반에 잘 알려진 메시에 천체로는 게성운(M1), 안드로메다 은하(M31), 플레이아데스 성단(M45) 등이 있습니다. 앞에 M을 쓰고 뒤에 숫자를 붙인 것이 메시에 천체의 형식명이죠. NGC목록과 더불어 별 보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딥스카이 목록입니다.

현대에 들어와서 아마추어 천문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은 이 메시에 목록을 하룻밤 사이에 가능한 많이 관측하는 대회를 열게 됩니다. 매년 춘분을 전후해서 말이죠. 춘분을 대회 개최 시기로 잡는 것은 대부분의 메시에 천체를 볼 수 있는 때가 공교롭게도 이 즈음이기 때문입니다.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지구 자전으로 인해 밤하늘은 약 180도 움직이게 됩니다. 하지만 지평선 부근의 광해나 산(천체관측을 하기 좋은 곳은 대부분 산등성이쯤입니다.), 여명 등으로 인해서 하룻동안 일년간 볼 수 있는 모든 천체를 관측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여튼, 이 대회도 당연히 경쟁이 있으니까, 나름대로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서쪽 지평선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가장 먼저 관측한다던가, 좌표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찾아주는 프로그램은 당연히 쓸 수가 없으므로 파인더(주 망원경 위에 달린 보조 망원경)로 메시에 천체를 찾는 연습을 한다던가 뭐 그런 거죠. 여담으로 구경이 큰 망원경들을 대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카메라 렌즈 큰 것들을 그런 식으로 부르는 것처럼요. 그렇게 큰 망원경들이 모인 모습은 꽤 장관입니다. 왜 대포라는 별명을 붙였는지 이해될 정도로요.

3월의 밤은 아직 춥습니다. 대회를 여는 곳은 더 춥죠. 춥고, 배고프고, 졸립죠. 붉은색 손전등으로 성도를 비춰봐도, 깨알같은 글씨들은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보다 별 보는 사람들이 더 싫어하는 건 구름입니다. 달 같은 밝은 광원입니다. 비가 오면 그날은 그냥 꽝이죠. 별 보기 좋은 날들은 의외로 일년에 며칠 안 되거든요. 그래서 날이 좋으면 하늘을 보게 되고, 해지기를 기다리게 됩니다. 메시에 마라톤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축제라고도 할 수 있겠죠.

랑크는 메시에 마라톤을 다녀온 후기(제가 쓴 건 아닙니다.)와, 올해 메시에 마라톤을 주최한 곳 중 한 곳의 일정표입니다. 혹 관심 있으신 분들께는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5023 1
    15878 창작또 다른 2025년 (3) 3 트린 25/12/04 282 2
    15877 스포츠[MLB] 코디 폰세 토론토와 3년 30M 계약 김치찌개 25/12/04 214 0
    15876 창작또 다른 2025년 (1), (2) 8 트린 25/12/03 454 7
    15875 기타유럽 영화/시리즈를 시청하는 한국 관객에 관한 연구(CRESCINE 프로젝트) 19 기아트윈스 25/12/03 560 2
    15874 일상/생각큰일이네요 와이프랑 자꾸 정들어서 ㅋㅋㅋ 14 큐리스 25/12/02 949 5
    15873 오프모임12월 3일 수요일, 빛고을 광주에서 대충 <점봐드립니다> 15 T.Robin 25/12/01 547 4
    15872 경제뚜벅이투자 이야기 19 기아트윈스 25/11/30 1505 14
    15871 스포츠런린이 첫 하프 대회 후기 8 kaestro 25/11/30 439 12
    15870 도서/문학듣지 못 하는 아이들의 야구, 만화 '머나먼 갑자원'. 15 joel 25/11/27 1042 27
    15869 일상/생각상남자의 러닝 3 반대칭고양이 25/11/27 697 5
    15868 정치 트럼프를 조종하기 위한 계획은 믿을 수 없이 멍청하지만 성공했다 - 트럼프 행정부 위트코프 스캔들 6 코리몬테아스 25/11/26 900 8
    15867 일상/생각사장이 보직해임(과 삐뚫어진 마음) 2 Picard 25/11/26 688 5
    15866 일상/생각기계가 모르는 순간 - 하루키 느낌으로 써봤어요 ㅋㅋㅋ(와이프 전전전전전 여친을 기억하며) 5 큐리스 25/11/25 624 0
    15865 경제주거 입지 선택의 함수 4 오르카 25/11/25 648 3
    15864 철학/종교진화와 창조, 근데 이게 왜 떡밥임? 97 매뉴물있뉴 25/11/25 1868 4
    15863 일상/생각창조론 교과서는 허용될 수 있을까 12 구밀복검 25/11/25 1055 17
    15862 기타★결과★ 메가커피 카페라떼 당첨자 ★발표★ 11 Groot 25/11/23 614 4
    15861 기타[나눔] 메가커피 아이스 카페라떼 깊콘 1 EA (모집마감) 31 Groot 25/11/21 674 3
    15860 일상/생각식생활의 스트레스 3 이이일공이구 25/11/20 713 1
    15859 일상/생각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는다. moqq 25/11/20 646 7
    15858 오프모임[취소] 11월 29일 토요일 수도권 거주 회원 등산 모임 13 트린 25/11/19 769 3
    15857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2 2 육회한분석가 25/11/19 475 3
    15855 의료/건강성분명 처방에 대해 반대하는 의료인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넋두리 46 Merrlen 25/11/17 2010 2
    15854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 육회한분석가 25/11/17 561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