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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9/24 00:58:25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책읽기에 관한 생각 하나.
1.

사람들은 요즘 세대가 역대급으로 책을 안읽는다고 한탄해요. 그런데 쓰기는 어떨까요? 한 10년 전 정도부터를 기점으로 요즘 세대는 지난 세대와 감히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많이 [쓰는] 세대가 되었어요. 저희 아빠가 일평생 읽은 활자가 저보다 못해도 두 배 이상 많겠지만 쓰기의 경우라면 제가 지난 10년 간 쓴 글자가 그분이 지난 30년 간 쓴 것보다 많을 지도 몰라요. 아니, 아마 훨씬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질은 논외로 치더라두요 -_-;

전 대학교 들어가기 전엔 글쓰기 훈련이란 걸 (일기 쓰기 정도를 빼면) 한 번도 제대로 받아본 기억이 없어요.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기억이 안나는 걸 보면 아마도 극미량이었을 테고, 그나마도 느릿느릿 쓰느라 재미도 없었을 거예요. 그러다가 고등학생 시절 (00~03년) 정도부터 서서히 키보드로 뭔가를 쓰는 일이 늘어났고 대학 입학 이후로는 키보드의 힘을 빌어 글을 쓰는 빈도/양이 모두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물론 당시 싸이월드에 써재끼던 글들의 수준이야 참혹하다는 말로도 부족하지만 (...), 모 스타크래프트 게이머의 가르침처럼 물량 앞에는 장사 없어요. 많이 쓰다보면 조금씩 좋아져요.

00년대 초중반을 돌이켜보면 웹상에 작성된 문서들은 대개 크게 신뢰하기 어려운 내용들이거나, 문장력이 썩 좋지 않거나, 글의 구성이랄게 없거나, 뭐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나이가 어려서 그랬던 것 아닌가 하고 의심해볼 수도 있는데, 신기하게도 어리거나 젊은 분들 뿐 아니라 나이든 분들이 쓴 글들조차도 별로 좋진 않았었어요. 필시 평생 꾸준히 신문을 읽었던 분들이었을 텐데도요. 그분들은 읽어본 경험은 많았어도 써본 경험은 적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어요.

키보드+인터넷 등장 이전의 공론장이란 소수의 재능있는 글쓸러들이 언론사 등에 들어가서 전업으로 글을 [쓰고], 그걸 글쓰기 훈련을 받아본 적 없는 대부분의 미디어 소비자들이 [읽고], 그에 대해 자기들끼리 구두로 [이야기] 하는 형식이었어요. 따라서 자기가 직접 무언가를 쓸 기회도 별로 없었거니와 있었다 하더라도 굳이 쓰지 않고도 충분히 이 놀이에 참여할 수 있었지요. 이 구도가 익숙했던 미디어 소비자들은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갑작스레 '글을 쓸 공간과 권한'이 주어졌을 때 프로글쓸러들처럼 글을 쓰는 건 그렇게 해 본 적이 없으니 잘 못하겠고 그냥 평소에 구두로 이야기하던 느낌 그대로 웹 상에서 글을 썼던 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좋아졌어요. 물량에는 장사 없잖아요. 웹질을 10년 했으면 글빨이 조금이라도 느는 게 당연해요. 하물며 90년대생 이후라면 한글을 뗄 때부터 웹에 글을 쓰는게 가능했으니 모르긴 몰라도 제가 고등학생-대학생이던 시절보다 훨씬 더 연습이 잘 된 상태일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이젠 글쓰기를 전업으로 삼는 글쓸러의 작업물 (뉴스 기사라든가)을 제하고도 웹에서 읽어볼 만한 글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아요. 홍차넷도 있고 피지알도 있고, 재밌는 블로그도 많고, 페이스북만해도 쏠쏠히 읽을 만한 것들을 일반인들이 만들어내요. 내용적인 측면에서야 말할 것도 없고 구성/문장력 면에서도 10년 전보다 월등히 나아졌어요. 다가오는 세대는 현재의 조건을 토대삼아 더욱더 가열차게 무언가를 웹에 써댈 테고, 그렇게 우리들의 평균 글빨력은 상승할 거라고 믿어요.


2.

서양사는 잘 모르겠고 중국사는 글을 어디에 썼냐를 기준으로 문명이 큼직하게 변했어요. 뼈에 쓰다가 대나무에 쓰게 되면서 글쓸러의 수가 크게 늘었고, 그게 제자백가의 시대를 불러온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해요. 남송대에 들어서면서 상업의 발달로 종이값이 싸지고, 그 싼 종이에다가 글을 대량으로 프린팅하기 시작하면서 전체 인구 중 글을 쓰는 이의 수가 크게 늘어났어요. 그 결과가 성리학의 탄생이라고 해요. 그래서 제 분야의 사가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쓰느냐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대개의 경우 시차를 두고 두 가지가 같이 가지만요).

한 가지 또 중요한 사실은 자기 자신이 글을 쓰는 이의 독해력/독해경험은 그렇지 않은 이들의 독해력/독해경험과 판연히 다르다는 거예요. 당연한 거지만 직접 쓰지 않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이 생기고, 보다 더 깐깐한 기준으로 글을 보게 돼요. 일반인이 메탈리카를 들을 때와 (비록 아마츄어 수준일지라도) 매일 기타 연습을 쉬지 않는 이가 들을 땐 그 느낌이 사뭇 다르지 않겠어요? 마치 동업자의 작업물을 검토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거예요. (물론 기타 안쳐본 사람이 더 잘 들을 수도 있어요. 제 말은 '느낌이 다를' 거라는 거예요)

매일매일 어딘가에 짧게라도 글을 쓰는 재가 (在家) 글쓸러가 계속 늘어나서 상당수가 그렇게 쓰기 생활을 즐기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웹에서 잘 훈련된 재가在家글쓸러 + 글쓰기 경험으로 잘 훈련된 독자가 늘어나면 결국 글쓰기를 전업으로 삼는 직군은 대격변을 겪지 않을까요. 아예 사라지거나, 축소된 형태로 살아남거나, 아니면 예상치 못한 형태로 변화하거나. 그렇게 우리의 활자 생활은 미증유의 시대에 돌입하게 될지도 몰라요. 석기시대, 철기시대에 이어 쓰기시대가 도래했으니 21세기가 그 기점이었다라고 미래의 누군가가 회고할지도 모를 일이지요. 아 만약 정말 그렇게 서술해준다면 열라 행복할 듯.




3


    알료사
    쓰기 시대가 도래하긴 했는데... 커뮤니티나 SNS에 넘쳐나는 그런 글쓰기로는 질적인 향상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너도나도 글을 쓰다보니까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눈도 낮아져서 예전같으면 골방에서 혼자 몇년은 더 갈고 닦아야 할 실력도 온라인에서는 글빨 좋다고 칭찬을 받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안주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구요. 허들이 낮은 거대한 마이너리그가 생겼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정말 읽을 만한 글들은 이전 세대의 환경에서 계속 많이 나올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아트윈스
    동의해요. 하지만 하부리그가 있어야 프로축구가 튼튼해지고 마이너리그가 있어야 신인을 육성하고 메이쟈로 올릴 수 있지 않겠어요. 하부리그는 그 자체가 목표라기보단 상부리그를 뒷받침하는 토대이기 때문에 질보다는 양, 그것도 압도적인 물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알료사
    네. 일단 예전같으면 글쓰기랑은 아예 담쌓고 지낼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제는 거의 삼시세끼 밥 챙겨먹는 빈도보다 더 자주 글을 쓰게 되었으니 이건 너무 천지개벽같은 환경의 변화라서... ㅎ 아무리 뻘글만 배설한다 해도 개중에는 재치와 센스가 넘치는 뻘글도 있고 자연스레 나도 저렇게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그런 욕구들이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고전적인 독서/작문문화에까지 닿게 될거 같아요 ㅎ 그리고 더 중요한건 글쓰기 질의 문제보다 글을 쓰는 행동 그 자체에서 얻어지는 순수한 즐거움을 특별히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터득하게 된다는게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Ben사랑
    알료사님의 말씀이 만화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아요.

    웹툰의 등장, 도전만화가 등등을 보면, '허들이 낮은 거대한 마이너리그가 생기고' '평가하는 눈이 낮아지고' '정말 읽을 만한 웹툰은 단행본화되어 오프라인화되고' '만화를 그리고 감상하는 데에서 얻어지는 순수한 즐거움의 전파'까지.
    Ben사랑
    지금 아주 예쁘신 언어학 교수님의 언어학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는데,

    아까 배운 언어 습득에 관한 특정 이론들의 입장을 기술하자면,

    1. Structuralism : 언어를 구조적으로 분석한 후, simple한 구조를 먼저 습득한 후 complicated한 구조를 그 나중에 습득하는 식으로 언어를 습득하는 게 좋다.
    Behaviorism : 자극이 주어지고 그 자극에 대한 반응을 하는, (자극-반응)의 쌍에 대해 보상을 해줌으로써 끊임없이 이를 반복해서 경험하게 하여 학습하게 해야 한다. 마치 파블로브의 개 실험 ... 더 보기
    지금 아주 예쁘신 언어학 교수님의 언어학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는데,

    아까 배운 언어 습득에 관한 특정 이론들의 입장을 기술하자면,

    1. Structuralism : 언어를 구조적으로 분석한 후, simple한 구조를 먼저 습득한 후 complicated한 구조를 그 나중에 습득하는 식으로 언어를 습득하는 게 좋다.
    Behaviorism : 자극이 주어지고 그 자극에 대한 반응을 하는, (자극-반응)의 쌍에 대해 보상을 해줌으로써 끊임없이 이를 반복해서 경험하게 하여 학습하게 해야 한다. 마치 파블로브의 개 실험 혹은 스키너의 쥐 실험의 그것처럼.
    2. Rationalism & Cognitive Psychology : 인간은 그 언어능력competence를 기본적으로, 내재적으로 자기 내면에 갖고 있는만큼, 이 언어능력competence 자체를 끌어올리는 것에 중점을 두어 학습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parole(performance)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langue(competence)를 끌어올리는 데에 주목하라.
    3. Constructivism : 언어 학습자는, 주변환경의 누군가와 끊임없는 interaction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내고 생각을 끄집어내고 표현을 해봄으로써 언어 습득을 하는 것이다. 학습자가 학습에 있어서 어떠한 role을 가지느냐 자체가 중요하다. 학습자의 interactive한 classroom(학습환경) 형성이 중요하다. 그 이전에, 하나의 언어적 output(=writing, speaking)을 산출할 수 있으려면, 끊임없이 많은 언어적 input(=reading, listening)을 일단 얻어야 함이, 얻을 수 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본글의 요점들 중 하나가 "글을 많이 씀으로 해서 글쓰기/글읽기 능력이 향상된다"라고 한다면,
    여기에 3. Constructivism이 가장 부합하지 않을까요.

    다만, 한가지 아쉬운 건, 학습자가 많이 써보는 것도 좋은데, 일단 글을 쓰기 위한 바탕이 되는 재료가 되는 자료를 스스로 책임감있게 찾고 글을 쓰려는 게 결여되었다는 건 좀 그래요. interaction 자체도 좋지만 일단 input이 들어가야 output이 나오는데 말이죠. 뻘글만 sns에 써댄다고 생각이 늘지는 않죠.
    Ben사랑
    글을 쓰고, 나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표현하려는 그 태도는 좋아요.

    하지만 지금의 sns는, 약간 눈과 귀를 가리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배설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물론 그렇지 않고 진지한 interaction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기아트윈스
    뭐 사실 좋게 쳐줘도 9할이 배설물이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하층부는 질보다 양이라고 생각하고, 그 압도적인 양 위에 손톱만큼의 양질의 결과물이 탄생한다고 믿어요. 진흙 속에서 태어나는 연꽃이랄까요 -_-;;

    여담으로 대부분의 SNS는 구조적으로 좋은 글쓰기를 저해한다고 생각해요. 예상 독자층이 대개 죽이 맞는 이들, 현실에서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날 선 코멘트가 나올 리 없고, 그러니 두려움 없이 (퇴고 없이!) 막 써제끼기 쉬운 구조지요.

    말 잘못하면 폭격 맞기 좋은 곳에 글을 써버릇해야 글이 좀 더 늘 텐데 말이죠. 그러니 트위터 같은 건 그만두고 다들 홍차넷을 해야..
    Ben사랑
    ...저는 그래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데는 거의 보지 않고, 홍차넷 같은 소규모 커뮤니티만 돌아다닙니다. 이른바 "작전 세력"이 없을 것 같은 곳만..;;

    1할의 꽃을 얻기 위해서 9할의 배설물을 보기가 싫어요. 그 정보가 꽃인지 배설물인지 자체가 분간이 안되죠.
    재미있는 블로그 있으면 좀 소개해 주세요. 영화나 책을 보고 나서 '아 잼있다 다른 닝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고 구글링을 해보면 그럴듯한 해석을 해주는 블로그를 금방 만나곤 해서 굳이 북마크를 해놓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국어 검색 1, 2면에 뜨는 것들은 다 이상한 광고블로그;; 구글 검색이 너무 힘들어욧 나만 그런가
    기아트윈스
    제가 들락거리는 블로그들은 대개 제 전공과 관련된 곳들이라 보시기에 재미 없을 거예요 -_-;; 그래도 몇 개 꼽아보자면

    리벤델의 창고
    http://blog.naver.com/emblemata

    꽤 수준 높은 독서리뷰를 해요. 틈날 때 가서 읽어보면 괜히 책 한 권 읽은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김영민 교수 홈페이지
    ... 더 보기
    제가 들락거리는 블로그들은 대개 제 전공과 관련된 곳들이라 보시기에 재미 없을 거예요 -_-;; 그래도 몇 개 꼽아보자면

    리벤델의 창고
    http://blog.naver.com/emblemata

    꽤 수준 높은 독서리뷰를 해요. 틈날 때 가서 읽어보면 괜히 책 한 권 읽은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김영민 교수 홈페이지
    http://polisci.snu.ac.kr/kimym/main.html

    저랑 같은 분야 종사자신데 예전에 영화리뷰로 신춘문예에 당선된 전과가 있는 분이에요. 요즘은 긴 글을 안올려서 아쉽.

    김시덕 교수 블로그
    http://hermod.egloos.com/

    여긴 임진왜란 전공하신 분 블로그. 글보다는 짧막한 코멘트나 업계 동향(?) 읽으러 가요.

    정종모 박사 블로그
    http://blog.naver.com/jeta99

    대만에서 중국철학 전공하신분인데 여긴 진짜 전공서적 리뷰만 올라와요. 대신 길고 상세해서 역시 읽고 나면 책 한권 해치운 듯한 뿌듯한 기분이 들어요 ㅎㅎ
    아 고마워요 꾸벅! x 2 x 4
    김시덕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뵌 적이 있고 다른 분들은 처음 뵙네요. 김영민 교수님은 철학하시는 김영민 그분인 줄 알았...
    한자를 많이 쓰시는 분은 아무래도 자주 뵙기 힘들 것 같은 ㅠㅠ
    구밀복검
    예전에도 몇 번 소개한 적 있는데, OECD의 측정 결과로는 한국인의 문해력(읽기)은 OECD 평균 수준이고, 노년층은 최하위권(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와 더불어 바닥), 청년층은 최상위권(일본, 네덜란드, 핀란드와 더불어 3~4위권)이었습니다.

    http://www.oecd.org/site/piaac/Skills%20volume%201%... 더 보기
    예전에도 몇 번 소개한 적 있는데, OECD의 측정 결과로는 한국인의 문해력(읽기)은 OECD 평균 수준이고, 노년층은 최하위권(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와 더불어 바닥), 청년층은 최상위권(일본, 네덜란드, 핀란드와 더불어 3~4위권)이었습니다.

    http://www.oecd.org/site/piaac/Skills%20volume%201%20%28eng%29--full%20v12--eBook%20%2804%2011%202013%29.pdf
    이게 원 자료고

    http://imgur.com/RRzFa3W
    274페이지의 결과 요약이죠(위는 문해, 아래는 수리)

    한 마디로 한국인의 세대에 따른 문해력의 격차는 세계적 수준이고, 문해력과 합리적 사유의 관계를 인정한다면 한국의 청년층의 교양 수준이나 논리력은 월드 클래스이며, 최소한 부모/조부모세대와는 현격한 격차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습니다. 놀라운 결과도 아닌 것이 애초에 성장 환경부터가 후진국이었던 쪽/중진국이어던 쪽/선진국이었던 쪽의 명확한 차이가 있고, 정보의 교환과 충돌의 속도가 연대가 지날수록 지수적으로 향상되었으니까요. 미국이 인종 멜팅팟이라고 한다면 한국은 학력 멜팅팟인 것이죠. 덧붙여 제 경험으로 볼 때에, 중장노년층이 주류를 이루는 커뮤니티들의 글들은 대체로 구성과 전개가 단순하고 범박해서 종종 성인 커뮤니티가 아닌 것 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또한 10~15년 전 인터넷의 글들이나 과거의 편지들을 보고 현 세대가 '오그라든다'고 평가하곤 하는데, 그건 정서적인 격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논리적 격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감정적 유대와 공감을 유도하고 낭만적 수사를 지향하며 분석과는 거리가 먼 '친목 지향'의 글들이 많았던 것이 그 시절 글들이 오그라드는 원인이니.

    오히려 기성세대들이 유청년 층의 언어 능력을 지적할 때는 보통 쓰기가 빌미이지 않나 합니다. 표준어법이나 관습적 표기법에 무지하여 나오는 표현들이 워낙 많으니까요. 현상적으로만 보면 개판으로 보이죠. 형식에 관대한 시대가 되다보니 텍스트 내부의 내용적인 설득력은 올라갔더라도 얼핏보면 문맹이 쓴 글 같으니까. 언어 능력에 대한 지적이 사실 능력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예법에 대한 것이고 나아가 지적 권력에 대한 헤게모니 투쟁의 일환이라고도 볼 수 있지요.
    Ben사랑
    기성세대가, 현재 청년들이 한자를 안 배워서 독해가 안 된다느니 하는 푸념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군요. 사실, 어떤 용어의 뜻을 알려면, 그 용어의 어원을 알기보다는, 그 용어를 둘러싼 컨텍스트나 그 용어를 정의 및 지정하는 세상지식 그리고 이론을 알아야 하죠. 정보의 교환과 충돌의 속도가 빠를수록 독해력도 올라갈 겁니다. 인지발달과 언어발달은 별개가 아니죠.
    기아트윈스
    헐 다름아니라 며칠 전에 다른 경로로 이 자료를 접했어요. 그리고나서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이 글을 쓴건데 하필 여기서 똭 인용해주시니 기분이 묘하네요.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거의 다 동의해요. 하지만 한 가지, 연령대별 능력차에 대한 해석은 제가 연구조사방법론을 (조사문항이라든가) 확인해본 게 아니라 판단을 유보했던 부분이에요. 연령대별로 다른 문항을 줬을 가능성도 있고, 문항설계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언어권별 문해력 차이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조사문항 같은 걸 찾아보려고 했는데 해당 보고... 더 보기
    헐 다름아니라 며칠 전에 다른 경로로 이 자료를 접했어요. 그리고나서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이 글을 쓴건데 하필 여기서 똭 인용해주시니 기분이 묘하네요.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거의 다 동의해요. 하지만 한 가지, 연령대별 능력차에 대한 해석은 제가 연구조사방법론을 (조사문항이라든가) 확인해본 게 아니라 판단을 유보했던 부분이에요. 연령대별로 다른 문항을 줬을 가능성도 있고, 문항설계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언어권별 문해력 차이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조사문항 같은 걸 찾아보려고 했는데 해당 보고서엔 없더라구요 (맞나? 여튼 제가 찾아봤을 땐 없었어용). 뭐 물론 아무리 문항설계가 문화권/언어권의 차이에 영향을 받았다고해도 세대별로 저정도로 큰 차이가 난 이상 구밀복검님의 해석의 타당성을 해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별개로 중장노년층 커뮤니티에 가서 다시 한 번 체험을 해보고 싶은데 몇 군데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구밀복검
    주로 무협 관련 커뮤니티나 다음/네이버 등지에 있는 까페들...커뮤니티 명을 거론하는 것은 저격이 될 것 같아서 쪽지로 보내겠습니다.
    기아트윈스
    감사합니다. 방금 가봤는데 아찔하네요. 10~15년 전에 웹질할 때 보던 모습 그대로예요.
    히익 중장노년층이 주류를 이루는 커뮤니티=홍차넷 아니에요??!!
    아니라면 저도 쪽지 좀 주시옵소서...굽실굽실
    그리고 궁금한 게, 구밀복검님이 보시기에 퍼블릭하게 공개된 글쓸러 중에 모범적으로 괜찮게 쓴다 싶은 개인이나 집단이 있나요? 디게 까다로우실 거 같긴 한데;; 예전에 즐겨 읽던 필자들이 대부분 망가;;지는 바람에 읽을거리가 확 줄었어요.
    구밀복검
    쪽지 드렸습니다.

    퍼블릭하게 공개된 필자 중에서 모범적인 이..는 잘 모르겠어요. 각 학문 분야의 이야기야 그냥 전공서와 강단 학자들의 이야기를 보면 되겠죠. 결국 '명망 있는 필자'의 존재의의는, 작금 이 시점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터라 현재적인 쟁론의 영역에 있어 학문적으로 정리될 수 없는 정치/사회/문화/엔터테이닝 등의 대중 이슈에서 찾을 수 있을 텐데, 명망 있는 필자를 요청하는 대중 쟁론 그 자체가 특정인이 모든 담론을 정교하게 컨트롤 할 수 없게 만든다 싶어요. 추측컨대 모이라님께서 즐겨 읽던 필자들이 '망가진' 이유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고요. 그 어떤 신성이라도 커먼웰스를 상대로는 ... 더 보기
    쪽지 드렸습니다.

    퍼블릭하게 공개된 필자 중에서 모범적인 이..는 잘 모르겠어요. 각 학문 분야의 이야기야 그냥 전공서와 강단 학자들의 이야기를 보면 되겠죠. 결국 '명망 있는 필자'의 존재의의는, 작금 이 시점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터라 현재적인 쟁론의 영역에 있어 학문적으로 정리될 수 없는 정치/사회/문화/엔터테이닝 등의 대중 이슈에서 찾을 수 있을 텐데, 명망 있는 필자를 요청하는 대중 쟁론 그 자체가 특정인이 모든 담론을 정교하게 컨트롤 할 수 없게 만든다 싶어요. 추측컨대 모이라님께서 즐겨 읽던 필자들이 '망가진' 이유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고요. 그 어떤 신성이라도 커먼웰스를 상대로는 무력한 법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신뢰할 만한 특정 필자를 찾기보다는, 그저 그때그때 담론 양상을 보고 이해하고 넘어가며 각각의 발화를 내놓는 이들이 베충이든 메갈러든 망가진 이든 간에 제가 쓸만하다 싶은 걸 추려내고 끝내요. 어차피 공론장에서 무수히 많은 군중과 무수히 많은 말을 하다보면 억견이 섞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런 노이즈를 뺀 상태에서 살려 쓸만한 포인트를 따져보는 것이 본인에게 이득이다 싶어요. 듀나를 예로 들면, 최근 들어 문예외적으로 발언의 빈도를 늘리면서 흰소리도 그만큼 잦아졌고, 문예내적으로도 사실 특정 소재나 장르나 기호에 대한 편애도 엿보이는, 소위 '망가진' 필자에 속하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거부하진 않는 것이, 어차피 영화 글 이거저거 뒤적이다보면 만나게 되고, 읽다보면 쓸만한 구석이 분명 있다 싶거든요. 특히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배제한 상태에서 그 정도로 작품과 소재와 코드가 가지는 문예사적 맥락을 캐치해내면서 작품 가이드를 양산해낼 수 있는 영리함을 갖춘 이는 뭇 블로그 유저 중에서도 극히 드무니까요. 대충 이런 식으로 판단하고 절충적으로 끝냅니다. 최근 몇 년 간 스스로 그런 쟁론에 대해 관심이 줄어든 탓도 있고요. 어차피 내가 크게 의미를 두는 분야도 아니고 필연성 있는 논의가 될 수도 없는 것이라면 각각의 주장에 동원되는 디테일에 대한 정교하고 섬세한 분석이 필요없고 대략적인 이해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굳이 한 사람 거론하자면 명망은 없지만 제가 오래 보아 온 유저가 있어요. 대충 07-08즈음부터 봤으니 9년 쯤 보았네요. 제가 온라인 커뮤니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본 유저 중 가장 영민한 축에 들지 않나 싶은데...오래 전에는 철학 쪽을 탐독하더니 그 다음에는 경제와 사회과학으로, 그 다음에는 법학으로 이행하더군요. 대중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고, 각 입장의 표층이 아닌 심층적 근인과 전제를 보기를 좋아하며, 관찰자 시점에서 논의를 잘 정리해요. 그 와중에 논의 참가자들에 대한 조소도 엿보이지만 유쾌한 수준에서 그치기에 그것이 오히려 해학으로 연결되고요. 예시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http://pgr21.com/?b=8&n=54744

    필자의 태도와 스킬도 쓸만하다 싶지만, 그보다도 소재가 더 두드러지지 않나 싶어요. 해당 필자가 논쟁을 보며 추출해낸 포인트가 바로 '그 어떤 현명한 이라도 망가지게 만들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 대중 쟁론에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걸 추출해내기 위해서 여러 '망가진 필자'들의 메시지를 실용적으로 검토했으니까요. 그리하여 본인 스스로는 망가진 필자가 되는 것을 교묘하게 피했죠.
    아 꼭 명망(?) 있는 필자를 원한 건 아니었어요. 퍼블릭하다는 건 공개된 블로그나 1인 미디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뜻에 가까웠고요. 소개해 주신 필자분의 글 감사히 잘 읽어볼게요. 근데 닉으로 검색을 해보니 2014, 15년에만 활동하셨네요.. 다른 글은 숨어 있나 보당.
    필자들. 진짜로 그래서 망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족집게다. 대중에게 테러를 당하거나, 대중에게 아부하거나, 대중과 스스로를 괴리시키면서 망가졌지요.
    듀나에 대한 코멘트에도 90% 정도 동의하고요. 흰소리는 예전부터 많았는데;; 필자로서 현재 망가졌는... 더 보기
    아 꼭 명망(?) 있는 필자를 원한 건 아니었어요. 퍼블릭하다는 건 공개된 블로그나 1인 미디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뜻에 가까웠고요. 소개해 주신 필자분의 글 감사히 잘 읽어볼게요. 근데 닉으로 검색을 해보니 2014, 15년에만 활동하셨네요.. 다른 글은 숨어 있나 보당.
    필자들. 진짜로 그래서 망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족집게다. 대중에게 테러를 당하거나, 대중에게 아부하거나, 대중과 스스로를 괴리시키면서 망가졌지요.
    듀나에 대한 코멘트에도 90% 정도 동의하고요. 흰소리는 예전부터 많았는데;; 필자로서 현재 망가졌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워낙 많이 망가져서 그런가?) 씨네21에 쓰는 평론 같은 건 꽤 좋은 글들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페미니즘 글 생산에 몰입하고 있는 것 자체도 나쁘지 않고요. 오히려 그 전에 쓰던 글들의 방향성이 모호했죠. 저는 예전엔 평론가로서나 작가로서나 듀나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영화평론가로선 신뢰하는 편이에요. 무엇보다 내가 매기는 별점과 점수가 거의 항상 일치...
    제가 읽을 만한 글쓸러를 찾는 거... 그건 그때그때 검색하는 일이 물리적으로 힘들어진 게 큰 거 같아요. 아 요새 왜 이렇게 구글링이 힘들죠? 시간도 없고 체력도 딸리고 머리도 딸리는데 검색도 안 돼서 미치겠어요. :ㅇ
    구밀복검
    소개해드린 유저는 포모스 유저였는데, 대부분의 글들은 현재 유실되어서 찾을 수가 없을 거에요. 온라인의 자료들은 오프라인보다 보존성이 나빠서 수명이 짧죠.
    듀나의 경우, 페미니즘이나 특정 담론에 천착하는 비평을 해서 그런 건 전혀 아니에요. 지금조차도 그런 식의 '평론'에 비하면 훨씬 가볍죠. 그보다는 훨씬 단순한 건데, 특정한 소재나 코드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를 절제하지 않은 평가를 할 때가 많으니까요. 예컨대 매력적인 소녀 캐릭터의 극적 비중이 높으면 작품 전체적인 구성상의 단점도 어느 정도 묵인해준다든가. 어차피 개인적인 글을 개인 자격으로 올리는 것이니 객관성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여하간 엄격한 비평적 입장에서 서술하진 않지요. 딱 그 정도 의미...
    링크해주신 글 하나 일단 읽어봤어요. 되게... 독특하네요? 당사자가 없는 데서 이런 폭력적인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아니 없으니까 하는 거지만, 휙 납치해 오고 싶네요. 드론으로 콕 찝어서 ;;
    이런 글(댓글도)을 읽으면 유머가 지성의 영역이란 걸 확신하게 돼요. 고마워요!
    구밀복검
    아, 생각해보니 제가 정말 신뢰하는 필자라면 껍질인간이 있어요. 게임에는 관심이 없으실 것 같아 의미가 있을까 싶은데, 저도 '게임 그까이거 소일거리일 뿐이지'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이 사람의 견해들을 접하고 개안했던 터라 소개해봅니다. '원초적인 놀이'들이 어떻게 '전자게임'으로 이식되었는지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갖고서 엔터테이닝을 초극한 지적 예술로서의 'PC게임'의 미를 추구하는 사람인데, 제가 접한 온라인 군상 중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따지자면 손꼽히지요. 아쉽게도 최근에는 블로그 활동이 뜸합니다. 댓글에서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많은데 악플러와 안티가 많아 논의가 흐려지는 것이 흠이... 더 보기
    아, 생각해보니 제가 정말 신뢰하는 필자라면 껍질인간이 있어요. 게임에는 관심이 없으실 것 같아 의미가 있을까 싶은데, 저도 '게임 그까이거 소일거리일 뿐이지'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이 사람의 견해들을 접하고 개안했던 터라 소개해봅니다. '원초적인 놀이'들이 어떻게 '전자게임'으로 이식되었는지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갖고서 엔터테이닝을 초극한 지적 예술로서의 'PC게임'의 미를 추구하는 사람인데, 제가 접한 온라인 군상 중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따지자면 손꼽히지요. 아쉽게도 최근에는 블로그 활동이 뜸합니다. 댓글에서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많은데 악플러와 안티가 많아 논의가 흐려지는 것이 흠이에요.

    비디오 게임은 예술이 될수 있는가? http://deadly-dungeon.blogspot.kr/2012/02/blog-post_25.html
    -> 이건 맛뵈기용이에요.

    서양RPG와 일본RPG 차이는 자유도? http://deadly-dungeon.blogspot.kr/2011/09/rpg-rpg.html
    -> 이건 게임에서의 '자유'와 '자유에 기반한 서양식 RPG'가 무엇인지 논하는 글이에요. RPG 게임이 어떠해야하는지 필자의 관점이 잘 드러나고요. 제가 어릴 때 '장르문학'에 가까웠던 일본 RPG 및 일류日流였던 한국RPG들을 재미있게 플레이하면서도 어렴풋이 느꼈던 위화감과 공허감과 패배감의 원인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지적해서 놀랐어요.

    PC게임의 역사 시리즈 http://deadly-dungeon.blogspot.kr/2016/06/pc-1.html
    -> 제목은 PC게임의 역사지만 현재는 원시게임-콘솔게임까지만 서술되어 있어요.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게임, 게임을 창조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의 원관념 등을 계보적으로 다루는 게 매우 흥미로워요. 이 블로거가 쓴 글 중 가장 '평론'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개별 작품 리뷰를 제외하고).

    과연 3대 RPG는 죽었는가? 시리즈 http://deadly-dungeon.blogspot.kr/2011/02/3-rpg-1.html
    -> 실질적으로 PC게임의 역사에 대해 시리즈물로 다룬 것은 이것 뿐이에요. 1부와 2부만 읽어보아도 Computer Role Playing Game의 성립 과정과 그것만의 고유성에 대해 파악할 수 있어요.

    스탠리 패러블 http://deadly-dungeon.blogspot.kr/2013/12/stanley-parable.html
    -> <스탠리 패러블>이라는 게임에 대한 리뷰에요. 플레이어와 게임 그 자체에 질문을 제기하는 메타게임이라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띠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지요. 저도 이 게임은 해봤는데 리뷰가 참 적실했어요. 다만 리뷰를 보고 게임을 하면 감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단점..

    이렇게 추켜세우긴 했지만 저 자신부터도 저 블로거가 추천한 게임을 중 해본 것이 거의 없어요. 청소년기 이후로는 게임에 매력을 못 느껴서요. 근데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문학이나 음악이나 영화나 만화 같은 분야에서 저 정도의 전문성을 갖춘 필자를 접한 적이 없다는 것이죠(고전으로 남은 이들을 제외한다면야). 만약 접했다면 사이트 앤 사운드니 뉴요커니 다 둔재들 모임이라고 깠을 거에요.
    아, 껍질인간 이분 블로그 꽤 오래 전에 방문한 적 있었어요. 플레인스케이프토먼트 리뷰를 검색하다가 발견했는데 토먼트 평가를 박하게 하셔서 조금 슬펐던 기억이... (림 림에 대해서 한줄도 안써주셨엉 ㅜㅜ)
    저야 뭐 게임 해본 것도 몇 개 없고 게임의 형식미를 논하는 방식이든 창작, 수용과정의 역사든 아는 것이 거의 없어서, 초등학생이 '한국문학의 최고봉은 이문열이죠 깔깔' 하는 수준인데요. 디테일은 거의 인지하지 못했지만 저분의 고민의 방향 자체는 꽤 친숙하게 다가오긴 했어요.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는 과정 중에 있는 서브컬처를 어떻게 예술의 범주로 인식하도록 만들 것인가(즉 어떻게 시장의 구심력에서 자율성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의 역사는 꽤 보편적인 거잖아요. 만화를 예술로 만들고 싶어했던 사람들도 그랬죠... 이것도 잘 읽을게요!
    이런들저런들
    토먼트는 아마 선형적 서사라서..한때 JRpg를 멸시했던 기억이 나는데..결국 게임 시장에 들어가는 자본이 커지고 구현해야 되는 세계가 커지면서 생기는 필연적 결과라고 납득하게 되었죠. 과거 울티마 7에서 게임 진행은 커녕 시작한지 10분만에 캐릭터가 굶어죽어서 끝나는 경험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그런 방식으로는 도저히 시장을 넓힐 수가 없고, 비록 전통 텍스트와 구별되는 게임 서사의 잠재적 가능성을 포기하더라도 타협을 해야 하는구나...라고 그냥 스스로 납득을. 코아아아아 어렵게 만들면 안살꺼면서 코아아아ㅏ아!!
    그래도 이렇게 미학적 논리적 완벽성을 포기하지 않고 정연하게 추구하시는 분을 보면 약간의 질투를 느끼네요. 비록 토먼트는 명작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들저런들 님// 아 울티마.. 이거 안해 보고는 RPG 이야기에 끼어들 자격이 영원히 없을 듯한 느낌적 느낌의 울티마에요. ㅜㅜ
    질투 같은 감정을 느끼신다니 게이머?시군요. 저는 게임에 정체성까지 건드리는 자의식이 그닥 없어서 그냥 오오~~하고 마는데 말예요.
    그리고 토먼트는 명작 (진지)
    저는 오래 유학생활한터라 한국어 글쓰기는 배운적도 없고 ㅠㅠ.... 한글책은 더더욱 안 읽는 1인인데... 근데 아무래도 first language라 그런지 읽는 속도는 영어보다 한글이 월등히 빨라서 웹서핑하고 이런거는 한국어로 하게되서 지금 이 정도 쓰는 것 같아요;;... 어쩔땐 영어 에세이 쓰는 형식 그대로 한국어로 쓰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님 가족이랑 이야기 할때 쓰는 말투 고대로 나오는 것 같아요. ㅠㅠㅋㅋㅋㅋ 격이 팍 떨어집니다 ㅋㅋㅋ
    지금이 쓰기시대 였군요 ㅎㅎ
    저는 먹기시대인줄 알고 살아 왔는데 ㅋㅋ
    세계구조
    맞춤법도 틀렸고 슬랭도 많은데 필력 지리는 글들이 많고 주식은 못 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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