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9/21 19:06:57
Name   기쁨평안
Subject   다윗왕과 밧세바 이야기 구약 시대의 가장 큰 섹스 스캔들
안녕하세요. 눈팅족에 가까운 회원입니다.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종교적인 방황을 하다가, 군 제대후 개신교인이 되었고 신앙안에 정착을 했습니다.
성경에 대해서도, 교리에 대해서도 나름 치열하다면 치열한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한국 교회에 대한 비판과 비난, 조롱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해서 그냥 넘기는 편입니다만,
최근 들어 거의 한달마다 유명 목회자의 성추문이 발생하는데도 이제는 교단도 사회도 인터넷 커뮤니티도(!!)
'그려려니' 하면서 무덤덤해지는 수준까지 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참담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죄와 회개와 구원"에 대해 실제로 성경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해 조금 나눌까 합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정확하게 모르시는 분들이 상당히 있습니다.
해서, 이 주제에 대해 사실 예전부터 조금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사실 인터넷 커뮤니티 특성상 파이어되기 쉽고 저도 그럴 경우 수많은 물량을 상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냥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어쩌면...어쩌면 홍차넷에서는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시도를 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이 글이 쓸데 없는 분쟁으로 발전하길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약 특정 종교에 대해 평소 미움과 분노가 많이 있는 분들이 계시다고 해도, 
굳이 이 글의 댓글에서 드러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서 일일히 답변을 달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피드백이 부족해도 양해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려고는 합니다. 여러분과의 이야기를 통해 부족한 이 글의 내용이 보완되길 바랍니다. 
그럼 시작하죠.

---------------------------------


다윗 왕입니다. (아...아름다운가요?) 다윗과 골리앗의 바로 그 다윗이죠. 

키가 3미터에 가까웠다는 거인 골리앗의 대갈빡에 짱돌을 박아넣은 소년 다윗은 이후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의 질투와 미움을 사 온갖 죽을 고생을 하며 도망다니게 됩니다. 이후 도망자들, 부랑자들을 모아 일종의 외인부대 군단을 형성한 그는 여러지역을 돌아다니며 어지러워진 민심을 규합하며 세력을 불리다가, 사울왕이 죽자 서른 살의 나이로 이스라엘의 두번째 왕으로 추대를 받게 됩니다. 
이 후 이스라엘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여러 전투에 승승장구를 하고 나라는 부강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동안 전투에 항상 앞장서던 다윗도 전쟁이 벌어지는 중에도 이제 수도에 머물며 통치를 하게 되죠. 
그러던 중, 다윗은 저녁에 왕궁을 거닐다가 멀리 떨어진 건물("우리아"라는 장수의 집) 옥상에서 우리아의 부인 "밧세바"가 목욕을 하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램브란트가 그린 '밧세바'>

이 모습을 본 다윗왕은 눈이 뒤집혀 밧세바를 잡아오게 한다음 동침을 합니다. (위력에 의한 강간) 남편인 우리아를 포함하여 상당수의 인원들이 전장에 투입된 터라 그냥 두 사람의 관계는 일회성으로 끝날 것으로 보였지만, 이 날의 관계를 통해 밧세바가 임신을 해버립니다. 
충격과 공포의 임신 소식을 들은 다윗은 다급히 우리아를 수도로 불러들입니다. 
그래서 전쟁의 현황과, 군대의 상태를 물어보는 척 하고 집으로 돌아가 쉬도록 "휴가"를 줍니다. 
휴가 뿐만 아니라 음식물까지도 하사합니다. 오랫만에 집에 돌아가서 먹고 마시고 부인과 거사(?)도 치르도록 유도를 한거죠. 

그런데, 이 충성스럽고 우직한 우리아는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왕궁 문에서 부하들과 잠을 잡니다. 
애가 타기 시작한 다윗 왕은 우리아를 불러 말합니다. 
"오랫만에 나갔다 들어왔는데, 왜 집으로 들아지 않느냐?"
눈치없는 우리아는 아직 전쟁 중이고 동료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어찌 집으로 가곘느냐며 고집을 부립니다. 
이에 다윗왕은 우리아에게 하루 더 강제 휴가를 주고 왕궁에 데리고 있다가, 
저녁때에 같이 식사를 하면서 술을 먹여 취하게 만들어 내보냈는데, 그래도 그는 집으로 가지 않고 부하들과 잠을 잡니다. 

결국, 초조해진 다윗은 해서는 안될 짓까지 저지르게 되는데, 전투를 지휘하고 있는 총사령관 요압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씁니다.
"너희는 우리아를 가장 격렬한 전투에 선두에 두게 하고 뒤로 물러나서 그를 죽게 해라."
그리고 잔인하게도 그 편지를 우리아의 손에 들려 보내면서 우리아로 하여금 전선에 복귀를 시키죠. 

이 편지를 본 사령관 요압은 편지대로 우리아를 최전선에 내보내어 죽게 합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 총사령관은 패전 사실을 보고하고자 전령을 보내면서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만약 네가 왕에게 패전의 소식을 전하여서 왕께서 분노하거든, '왕의 신하 우리아도 죽었습니다.' 라고 말해라."

전령은 위와 같이 지시받은 대로 다윗왕에게 보고하였고 다윗왕은 더이상 이 사실을 문제삼지 않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밧세바는 "그의 남편을 위하여 소리내어 우니라."(사무엘하 11장 26절) 라고 기록될 만큼 슬퍼했지만, 
결국 다윗왕에 의해 왕궁으로 들어가고, 아들을 낳게 됩니다. 

이상의 내용이 바로 사무엘하 11장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11장은 다음과 같이 끝맺고 있죠. 

"다윗이 행한 그 일이 여호와 보시기에 악하였더라."


구약에는 여호와의 메세지를 대신 전한다고 여겨지던 "선지자"들이 있었습니다. 
다윗 왕 시절 선지자들 사이에서 메인 급으로 활약했던 자는 나단이라는 사람이었는데, 그가 다윗왕에게 가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합니다. 

"어느 마을에 양과 소가 많은 부자가 있고 가난하여 양한마리만 겨우 키우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가난한 사람은 자기의 양을 마치 딸처럼 품에 안아 키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자는 자신의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서 자기 소유의 양을 잡지 않고 이 가난한 자의 양을 빼앗아다가 접대를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다윗 왕은 분노하여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여호와의 살아계심을 두고 맹세하니, 이 일을 행한 그 부자는 마땅히 죽어야 할 자다! 그리고 가난한 자에게 네 배로 갚아줘야 할 것이다!"

그러자 나단이 말합니다. 

"당신이 바로 그사람이오!"

그리고 계속해서 쏟아냅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고 계시오. '내가 너에게 온 이스라엘을 맡겼고, 만일 그것이 부족하였을 것 같으면 내가 네게 이것 저것을 더 주었으리라! 네가 나를 업신여기고 우리아의 아내를 빼앗으므로 네 집에 칼이 영원토록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셨소!"

"또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와 네 집에 재앙을 일으키고 내가 네 눈앞에서 네 아내를 빼앗아 네 이웃들에게 주리니 그 사람들이 네 아내들과 더불어 대낮에 동침할 것이다. 너는 은밀히 행하였으나 나는 온 백성들 앞에서 대낮에 이 일을 행하리라!' 하셨습니다."

이렇게 매우 무시무시한 징벌을 예고하게 되지요. 


<패기 돋는 나단>


이 말을 들은 다윗은 그 즉시 "회개"를 합니다. (내가 여호와께 죄를 범하였노라!-사무엘하 12장 13절)

그 당시 왕정시대에 왕의 범죄사실을 만인 앞에 적시했음에도 다윗 왕은 나단 선지자를 죽이거나 가두거나 하지 않고 바로 잘못을 인정하며 회개를 한 사실을 신자들 사이에서는 매우 높게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역시 회개만 하면 장땡이냐!!'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런 빠른 GG에 나단 선지자는 다시 말합니다.

"여호와께서도 당신의 죄를 사하셨나니 당신이 죽지 아니하려니와(빠른 회개와 빠른 용서), 당신이 낳은 아이가 반드시 죽으리이다."


그리고는, 실제로 그 아이가 7일 동안 앓다가 죽습니다. 
그 7일동안 다윗왕은 아무것도 먹지않고 땅에 엎드려 계속 용서를 구하지만, 결국 아이는 죽게 되었죠. 
아이가 결국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다윗왕은 몸을 추스리고 씻고 의복을 갈아입고 경배한 뒤 음식을 먹습니다. 

그리고 다윗은 밧세바를 위로하고, 또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뒤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는데, 
그 아이의 이름이 바로 그 유명한 "솔로몬"입니다. 

<출신이 비천했던 솔로몬. - 위기피디아에서 가져왔는데 좀 찐따같은...>


자 여기까지가 성경에서 말하는 섹스 스캔들의 전말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범죄 -> 회개 -> 용서"의 기독교 대표적인 싸이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목회자가 성범죄를 저지르고 난 다음, 스스로를 면피하고자 가장 많이 언급하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위와같은 자기합리화를 접할 때마다 어이없음을 느끼곤 합니다.
왜냐면 성경에서 말하는 "회개"는 그렇게 만만하게 아니기 때문이지요. 

다윗이 저지른 위력에 의한 강간(으로 인한 간음)과 살인교사는 매우 큰 죄 입니다. 
요즘 시대같으면 최대 사형까지 가능한 중범죄죠. (물론 그 시대에 왕이었다면 무죄인 것 같지만)
하지만 다윗은 "회개"를 합니다. 그리고 용서를 받습니다. 
많은 분들이 분노하는 지점이 이 지점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 여기서 용서는 "죽이지는 않는 용서"입니다. 
즉, 용서가 되긴 된건데, 이건 정말 말 그대로 죽이지만 않은 용서인거지 그에 대한 댓가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이후에 다윗이 겪게되는 상황을 짤막하게 요약을 하자면, 
다윗의 아들들 사이에 소위 '왕자의 난'이 일어나 한 아들 압살롬이 나머지 형제들을 모조리 죽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이 압살롬이 반란을 일으켜 겨우 목숨만 부지해서 도망가게 되고, 
이 압살롬이 다윗의 후궁들을 대낮에 사람들 보는데서 강제 동침을 합니다. 
다윗은 거의, 거의 죽을 뻔한 위기에 처했다가 정말 천재일우의 기회로 반란을 진압하게 되고 이 압살롬마저 죽게 됩니다.
(앞서 말한 예언이 다 이뤄지죠. 솔로몬을 어려서 살아남음)
 
그리고 이러한 댓가가 이렇게 외적인 환경에서만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다윗의 내면에도 범죄에 대한 징계가 일어나는데, 그 내용은 그 당시 다윗이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시(시편 51편)에서 엿볼수 있습니다. 

(시 51:10) 하나님이시여, 내 속에 깨끗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확고한 정신을 새롭게 하소서.
(시 51:11)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고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시 51:12) 나에게 주의 구원의 기쁨을 다시 주셔서 기꺼이 주께 순종하게 하소서.

여기 문장을 잘 뜯어보면, 다윗의 내면 상황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우선,
1. 여호와 앞에서 쫓겨나지는 않았습니다.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고) 그리고,
2. 성령이 거두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그런데, 3. 구원의 기쁨이 사라졌습니다. (나에게 주의 구원의 기쁨을 다시 주셔서...)

이 부분은 사실 신앙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에 가장 큰 온도 차가 발생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만, 
사실 신앙이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이게 가장 큰 형벌입니다. 

기독교인의 삶에 대한 입장은 영원 불멸한 삶을 꿈꾸고, 이 땅에서의 삶은 스쳐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거든요. 
그런데 구원의 기쁨이 없다는 것은, 
"(구원은 받았으나) 영원한 시간 속에 수 많은 기뻐하는 영혼의 무리 가운데 홀로 아무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영원히 있어야 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죠.

물론 성경에서 말하는 영원한 불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말이죠. 

----------------------------
업무시간 틈틈히 쓰느라 사실 구성이 좀 뒤죽박죽인데요. 제가 하고싶었던 진짜 이야기는,
성경에서 말하는 "회개"라는 것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 저도 "어떤 죄를 저질러도 회개만 하면 구원받느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 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그 "회개"라는 것이 여기서 말하는 "회개" 이라는 표현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물론 전적인 용서가 있습니다. 사실 다윗의 저지른 범죄는 정말 용서받지 못할 죄이지만, 용서가 있습니다. 
이러한 용서가 없으면 살아남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용서가 없다면 인간의 삶이 너무나 절망적이지 않을까요? 
우리가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저질렀던 크고 작은 수많은 실수들, 어리석음들, 무능함들과,
또 크고 작은 범죄와 죄악에 가까웠던 것들, 또는 그것을 보고도 모른 척 했던 것들,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철저한 인과응보를 치룬다면, 인류에게 희망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성경에서 말하는 용서는 사실 "회복"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속죄와, 원상복구와, 화해와, 그와 연관된 총체적인 개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회복을 위해서는 정말 기나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기독교는 먼저 용서를 합니다. 무조건적인 용서지요. 
그것을 받아들이면, 그 뒤에 숨어있는 죄악들과 그에 대한 속죄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이 후의 삶에서는 그것을 이뤄내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진정한 기독교 정신입니다. 

물론 사람들은 그러면 분노할 수 있죠. "어떻게 저러고도 용서를 받을수 있느냐?!!!!" 

다 댓가를 치룹니다. 시간의 선후가 존재할 수는 있겠지요..

많은 분들이 성경에서 말하는 회개와 용서의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셨으면 하는 바램에서 주제 넘게 몇글자 적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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