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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8/31 18:29:26
Name   피아니시모
Subject   내가 무인시대를 좋아했던 이유


오늘 좀 심하게 달리는군요
좀있다 일이 있어 이게 마지막글이 될 거 같습니다 도배해서 미리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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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이 말은 지금도 굉장히 좋아하는 말중 하나입니다 ㅋㅋ 사실 무인시대에서 처음 해준 말은 아니고 정확히 누가 먼저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무인시대를 통해 알게된 말중 하나입니다. (아마 KBS홈페이지에서 무인시대 소개글로 써놨던가 그랬을겁니다.)

그리고 저 주제에 부합하는 드라마를 제대로 만들어냈죠. 물론 중간중간 미화된 부분도 있고 극 전개를 위해 다소 역사와 다르게 보여준 면도 없자나 있었습니다만 저 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지켜낸 드라마였습니다.

무인시대는 군상극(?)형태로 진행됩니다. 시대의 집권자들이 조연을 시작으로 주인공이 되어 극에서 하차는 형태로 이어집니다.
이의방 - 정중부 - 경대승 - 이의민 - 최충헌으로 이어지는 집권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저 인물들이 어떤 대의명분을 갖고 일어났고 그들이 내세운 대의명분이 현실속에 어떻게 박살이 나는가 권력을 잡은 그들이 어떻게 난신적자가 되어 나라를 좀먹는지(..) 어떻게 백성들을 괴롭히는지를 어떻게 그 혈기왕성하던 장군들이 부패하게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여기에서 유일한 예외는 경대승 한사람 뿐입니다만 집권기간이 매우 짧죠)

그들이 처음 보여주는 이상과 대의는 정말로 그럴듯합니다. 잘만 하면 어떤 대통령이상으로 미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요
하지만 결국 역사대로 그들은 타락하고 타락한 이후 그들에 대해 작중의 여러 장치를 통해 그들을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대부분 꿈이나 환상을 통해서 비판합니다.)
  
이는 첫번째 집권자인 이의방부터 최충헌까지 정중부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이런 장치를 통해 비판받으며 심지어 그나마 미화된 경대승조차 그것을 피할수는 없었습니다.
(정중부의 경우 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단 경대승의 경우 그 직후 다시 또 한번 미화된 모습이 더 나옵니다.)

글로 하나하나 설명하려니 복잡하고 글도 못 쓰는데 너무 힘들군요 영상으로 한번 대체해보겠습니다.



보면 알겠지만 이의방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권력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장면을 넣었습니다. 여기서는 나오지 않으나 이후에 어떻게든 도망가 동굴속에 피신하긴합니다만 거기서 꿈(혹은 환상)속에서 자신이 죽였던 이고에게 난신적자라를 비난을 받으며 또한 지난 젋은 시절 자신이 어떤 이상을 갖고 그들과 함께했는지를 나타내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은 이의방이 어떻게 얼마나 타락해 죽었는지를 확 와닿게 해주는 장면입니다. (근데 영상에선 안나옵니다..ㅠㅠ)




정중부의 최후와 그에 대한 간략한 설명
정중부는 작중 내내 노회한 노장으로 간사함과 노련함이 동시에 묻어나옵니다. 다른 집권자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이미 간사한 사람으로 등장했던 인물이지만 최후에 가서야 그가 젋은 시절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물론 이게 딱히 미화시키려는 건 아니고 인종이 그를 총애했다는 걸 토대로 설명해주는 것정도?그 이후 그가 어떻게 권력을 잡는지 그리고 어떻게 최후를 맞는지 깔끔하게 설명해줍니다. (물론 적절한 각색이 들어가긴 합니다)




경대승의 최후

경대승은 이 작품내내 엄청난 주인공보정을 받으며 미화됩니다. 사실 경대승이 그나마 무신집권자중에 유일하게 반역자 명단에 들어가있지 않기도 합니다만 그가 비판받을 부분이 그렇다고 없던 것도 아닙니다. 그 스스로는 청렴결백했으나 그의 호위부대이자 당시의 권력의 중심이었던 도방은 백성들의 재물을 약탈하는 등 문제가 없던 게 아니었고 실제로 드라마상에서도 그런 부분을 잘 조명합니다.

또한 드라마에서는 그가 지나친 이상주의자로써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을 적절하게 지적합니다. 지적하는 대상이 정중부라는 것도 재밌고요




이의민의 최후

이 드라마에 나오는 집권자중에 가장 처절하게 죽는 이의민의 최후장면입니다.
이 장면 이전에 이의민은 그동안 자기가 해왔던 일들에 대해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만 그렇다고 그걸로 면죄부처럼 퉁치려는 건 아니고 훗날의 최충헌과 함께 가장 처절하고 안습하게 죽는 모습으로 그려줍니다.





최충헌의 최후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이유중에 하나입니다. 이 장면이야말로 무인시대가 얼마나 잘 만든 작품이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래 좀 더 긴 영상이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못찾겠네요. 대신 이때의 전체 대사를 퍼왔습니다..(..)

늙은 최충헌 : 누...누구냐....?
젊은 최충헌 : 문하시중, 날 알아보시겠소이까?
늙은 최충헌 : 아..아..아.. 아니, 넌...? 넌..?
젊은 최충헌 : 그렇소, 내 황실의 권위를 바로세우고 난신적자들의 전횡을 척결하여 기울어가는 고려의 국운을 바로잡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하고자 거병을 하였던 최충헌이오.
늙은 최충헌 : ...당치도 않다! 내가 최충헌이거늘, 네놈이 어찌 나를 참칭하는 것이냐?
젊은 최충헌 : 노인장께서는 최충헌이 아니오이다.
늙은 최충헌 : 뭐..뭐라? 내가 최충헌이 아니라면 대체 누구란 말이냐?
젊은 최충헌 : 노인장은 한 줌도 안되는 권세를 움켜쥐려는 야심 때문에 거병의 대의를 배신한 후안무치한 죄인이오이다. 두 분 황제를 창검으로 폐위시킨 대역죄인이오이다. 조정과 군부를 움켜쥐고 황실을 겁박한 난신적자이오. 고통받는 백성들을 무참히 짓밟은 탐욕스런 권신이오이다. 나라의 존망이 위급에 처한 전란 중에도 자신의 권세만을 지키려던 소인배이오이다! 노인장은 최충헌이 아니라 이 나라 황실과 백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늙은 난신적자일 뿐이오이다.
늙은 최충헌 : 다..당치도 않다! 내 구국의 결단으로 금강야차를 척살하지 않았다면 이 나라는 금강야차의 반역에 무너졌을 것이다! 내 나라를 위한 대의멸친의 피를 토하는 충정으로 충수, 진재를 다 베었다!최충수, 박진재: 개소리 집어치우시오! 또한 내 지난번 전란 중에 황도를 지키지 않았다면 이 나라의 황실과 사직은 오랑캐의 말발굽에 짓밟혀 진작에 망했을 것이다. 네놈이 어찌, 네놈이 어찌 나를 질타하는 것이냐!
젊은 최충헌 : 임종을 앞두고도 스스로의 죄를 깨닫지 못하다니 참으로 가련하구려.
늙은 최충헌 : 뭐..뭐..뭐라...?
젊은 최충헌 : 노인장, 금강야차 삼부자를 척살하였을 때 최충헌을 환호하던 백성들의 뜨거운 함성을 잊으셨소이까? 내 그 때 황실과 조정을 모조리 도륙내고 스스로 황제의 용상에 앉았어야 했소이다! 나 최충헌이 황제가 되었다면 거병의 초심을 내던져버리고 충의로 결의를 맺었던 거병의 동지들을 무참히 참살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내 문신귀족들과 결탁하여 황실을 겁박하고 굶주린 백성들, 만적이 같은 천노들의 열망을 짓밟는 더러운 난신적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오이다. 비록 천명을 거역한 대역죄인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처형을 당했을지언정 권세의 단맛에 취한 병약한 늙은이로 죽어가지는 않았을 것이오이다!
늙은 최충헌 : ......!
젊은 최충헌 : 내 세월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스스로 황제에 올라 거병의 대의를 이룰 것이거늘...... 참으로, 원통하구려... 원통하구려... 참으로 원통하구려...


처음부터 끝까지 이 드라마는 인간이 이상을 어떻게 품고 그 이상이 현실속에 어떻게 짓밟히고 권력을 갖은 자가 어떻게 타락하는지를 정말 잘 보여줍니다. 중간중간에 가미되는 미화는 (경대승같은 특급보정을 제외하곤) 마지막 그들이 맞이하는 최후의 장면의 연출을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줍니다. (즉 미화를 하고 한방에 와장창 하고 까대는 건데 그게 제대로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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