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8/24 10:48:51
Name   모모스
Subject   기면증과 Modafinil ( 왜 감기약을 먹으면 졸릴까?)
기면증 (Narcolepsy)
영화에서 보면 일상생활 중 갑자기 쓰러져서 자버리는 사람들이 나오죠. 저희들도 전날 밤늦게까지 음주가무를 즐기고 난 후나 열심히 일하거나 또는 공부하고 나면 다음날 픽픽 쓰러지기는 하는데 이와 달리 전날 밤에 충분히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일상 시간에 제어할 수 없는 졸음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수면이 발작처럼 발생하여 "수면발작"이라도 불리우며 기면증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입니다. 수면발작이 대표적인 증상이나 환자마다 증상의 강도나 빈도 등이 상이하게 나타나고 편의상 모두 기면증환자로 분류하지만 역시 보통 다른 뇌질환처럼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고 그 원인 자체도 불분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기면증에 사용되는 약물도 여타의 정신치료약물들과 비슷하게 효과는 탁월하지만 그 작용 기전이 모두 밝혀지지 않았고 일부는 불분명한 경우도 많습니다.  

REM (Rapid Eye Movement) 수면
수면단계는 1. 얕은 수면 - 2. 비REM수면 - 3. REM수면 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REM수면이 중요한데 깨어 있는 것에 거의 가까운 얕은 수면과 비슷하며 심지어 REM수면시 실제 뇌의 신경 활동이 깨어 있을 때랑 거의 비슷합니다. 수많은 기억들이 REM수면 동안 재구성되어 통합되기도 하고 끊임없이 수많은 신경자극들이 발생하여(정밀기계가 부팅후 자가 점검하듯이) 뇌발달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뇌 발달이 활발한 신생아는 절대 수면시간도 많지만 수면시간 중 80%이상이 REM수면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비율이 줄어가는데 성인들은 전체 수면 중  20~25% 정도가 REM수면이라고 합니다.)  


프로비질 (Modafinil)
기면증 환자들은 REM수면 비중이 커서 일반인들과 달리 잠에 들면 곧바로 REM수면에 돌입합니다. 수면시간 중에 뇌의 활동성이 큰 REM수면 비중이 커서 잠을 충분히 자고 나서도 실제 뇌의 휴식이 부족하고 이로 인해 일상시간에 뇌가 순간순간 기절현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바로 이것이 수면발작의 원인이라고 추측합니다. 따라서 기면증 환자들은 일상시간에 수면 발작을 일으키지 않게 항상 뇌를 자극하여 잠에 들지 않게 각성하도록 일정 시간동안 효과가 있는 신경흥분제 (Psychoactive stimulant) 를 투여해 주기도 합니다. 이에 일상 시간에 잠들지 않았던 뇌가 그에 대한 보상효과로 밤에는 정상적인 수면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실제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과 구조가 비슷한 암페타민 (필로폰류) 등의 마약성 신경흥분제 (Psychoactive stimulant) 들이 기면증에 사용되기도 했으나 의존성 때문 현재는 많이 사용하지 않고 중독성도 적고 효과도 좋으며 작용시간도 적당한 Modafinil (프로비질) 이 많이 사용됩니다.  

프로비질 (Modafinil) 역시 정확한 작용기전을 다 설명할 수는 없으나 알려진 바만 간단히 소개하면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dopamine, norepinephrine, glutamate, GABA 등과 매개하는 시스템과 연관이 있고 앞서 말씀드린 REM수면, 비REM수면, 깨여있음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인 Orexin/Hypocretin and Histamine Systems라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도 모두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기면증은 이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Orexin receptor (OX1R, OX2R) 관련된 전달 시스템이 자가면역질환으로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수면을 억제하는 Orexin시스템이 이상이 생기면 깨어있음에서 비REM수면으로 또 REM수면으로 신속하게 이행하게 됩니다. 따라서 기면증 환자들은 잠을 자도 신속하게 REM수면에 빠지고 또 일상생활 중에 갑자기 잠을 자게 되는 것입니다. 프로비질 (Modafinil) 이 Histamine 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Histamine이 Orexin시스템을 자극해서 잠에 들지 않게 만드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코감기약이나 종합감기약에 많이 함유된 diphenhydramine 같은 항히스타민제들을 먹으면 Histamine 분비가 억제되고 Orexin시스템도 활성화되지 않으니 졸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


기면증 환자들은 매일 먹어야하는 약으로 1알에 3000원 가량 하는 매우 고가의 약입니다. 다만 기면증으로 확진이 나면 보험적용뿐아니라 희귀병질환 및 본인부담특례코드가 나와서 실제 1/10 이하로 구매가능합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392 사회기자는 세계를 어떻게 왜곡하는가 8 dolmusa 22/12/13 2603 10
    1653 일상/생각기인 큰아버지 15 까페레인 15/11/29 5076 1
    4374 문화/예술기원전 1500년 경 이집트의 시 43 눈부심 16/12/14 5178 6
    10211 과학/기술기업의 품질보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3 Fate(Profit) 20/01/22 5222 17
    2279 일상/생각기업윤리와 불매, 그리고 라면 38 Raute 16/02/23 4444 1
    587 의료/건강기억하지 못하는 놈에게 자비란 없다... 24 Neandertal 15/07/14 7318 0
    3797 일상/생각기억의 단편, 어린시절 내가 겪은 트라우마 (完) 7 피아니시모 16/09/29 4102 8
    3793 일상/생각기억의 단편, 어린시절 내가 겪은 트라우마 (4) 피아니시모 16/09/29 3256 1
    3791 일상/생각기억의 단편, 어린시절 내가 겪은 트라우마 (3) 3 피아니시모 16/09/28 3207 1
    3783 일상/생각기억의 단편, 어린시절 내가 겪은 트라우마 (2) 3 피아니시모 16/09/27 3501 0
    3779 일상/생각기억의 단편, 어린시절 내가 겪은 트라우마 (1) 2 피아니시모 16/09/27 3478 0
    1273 영화기억에서 사라진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8 눈부심 15/10/16 8154 0
    9426 일상/생각기억... 5 o happy dagger 19/07/11 5095 28
    5721 기타기아 자동차 스포츠 세단 '스팅어' 13 싸펑피펑 17/05/31 4835 0
    2291 일상/생각기숙사령부 이야기 1 No.42 16/02/25 4554 2
    1343 기타기수열외... 현실은 픽션보다 더 끔찍하다. 67 블랙이글 15/10/26 12164 0
    1175 과학/기술기생충에 대한 또다른 인간의 방어법 IgE 8 모모스 15/10/05 11029 0
    188 기타기생충 한마리에 숨겨져 있던 인류이야기 5 개평3냥 15/06/03 12609 0
    1183 기타기생충 이야기 7 모모스 15/10/06 10362 2
    1772 창작기사님, 북창동이요 1 王天君 15/12/15 6168 0
    3185 의료/건강기분을 먹고 사는 어떤 장내세균 23 눈부심 16/07/04 4639 2
    10502 기타기부이벤트 총선 스코어 맞추기 결과 발표. 21 Schweigen 20/04/16 3391 33
    3569 의료/건강기면증과 Modafinil ( 왜 감기약을 먹으면 졸릴까?) 3 모모스 16/08/24 5473 0
    12282 일상/생각기면증 환자로 살아남기 - 1 4 BriskDay 21/11/18 4125 19
    13030 일상/생각기록하는 도구에 대한 욕망… (2) 30 *alchemist* 22/07/27 3579 1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