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6/29 00:20:12
Name   헤베
Subject   [조각글 32주차] 무기 아래 인간.
주제 _ 선정자 : 마스터충달
연재글의 1화 분량을 써주세요.
새 연재글도 좋고, 이전에 썼던 글에 이어서 쓰셔도 됩니다.

제 선정 이유
글을 쓰다보면 항상 어두워져서, 이런 절 벗어나고싶어져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분량 제한
A4용지 0.5~1.5 사이

합평 방식
합평방식은 자유롭게 댓글에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맞춤법 검사기
http://speller.cs.pusan.ac.kr/PnuSpellerISAPI_201504/

[권장 과제 - 필사하기]
불참하시는 분들 중에서 가급적이면 권장해드립니다.(의무는 아니에요)
자신이 좋아하는 글귀를 최소 노트 반장 분량의 글을 써주세요.
필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나 표현등을 익히기에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글쓰기가 어려우신 분은 필사를 통해 천천히 시작하시는 방법도 좋은 방법입니다!
시도 좋고 소설도 좋고 수필도 좋습니다.
혹시 꾸준히 작성하실 분은, 일정한 분량을 잡고 꾸준히 진행해나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글을 쓰신 분들 중에서 원하신다면 필사 과제를 추가로 더 작성하셔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생긴 '타임라인 게시판'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합평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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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평 받고 싶은 부분


하고싶은 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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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저녁놀이 밤안개로 뒤덮이더니 사라져버렸다. 정박해 있던 선박들도 신기루처럼 그 거대한 모습을 감췄다.
가로등 불빛마저 안갯속으로 숨어들어 나른해지고, 시름에 잠긴 사람들은 부랑자 꼴이 되어 거리를 헤매다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부두 주변에서 어물거리던 안개는 영역을 넓혀 도시의 건물들을 침묵으로 잠식해나갔다.
온 도시가, 내려앉은 그 정적 속에서 숨을 고르며, 같은 처지의 경찰관 A와 B는 안갯발 아래 수면을 바라보며 상심에 잠겨 있었다.
안개에 실려 온 해풍이 그들의 푸석푸석한 얼굴을 훑고 지나가자 B는 코끝이 얼큰해졌다.
"젠장, 우린 언제쯤 다릴 뻗고 이 한 몸 편히 뉘일 수 있을까!"
발끝으로 바닥을 탁탁 찼다. 자갈 더미가 바닷물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이어 깊은 한숨을 내쉬던 A는 이마주름 사이로 물기가 스며드는 걸 느꼈다.
그는 푹 눌러쓴 고동색 야구모자가 불편했는지 벗다 쓰기를 반복하다 불현듯,
"분명한 건, 오늘은 아닐 테지. 우린 배가 들어올 때까지 날밤을 새워야만 해."
그는 손등으로 이마를 훔쳤다.
"그쪽에 연락을 취해봐야 할 것 같은데."
A가 입술을 잘근 씹으며 한 참 만에 대답했다.
" 눈이 있으면 안개들 좀 보라고. 만약 그들을 채근하였다가 좌초라도 된다면……. 이보다 더 복잡해졌다간……."
"축하주라도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B가 다소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말을 끊었다.
그는 한쪽 입꼬리를 추어올리고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일관하던 A가 당장에라도 쥐어팰 듯 그의 얼굴 앞으로 주먹을 들이밀었다.
모자가 드리운 그늘 속에서 그의 눈매가 제법 사나워졌다.
"말조심하라고 친구, 이 상황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말이거든."
B를 물끄러미 노려보자 입을 다물었다.
A는 다시금 이마가 촉촉해졌는지 손등을 대보았다.
B가 뚱해진 표정으로 그런 뜻은 아니었다-며 말했지만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B는 멀쭘히 서 안개에 삼켜지는 거리를 바라보다 그의 옆에 주저앉았다.
물 먹인 솜 더미 같은, 안개가 드리운 장막 속에서도 그들의 입술은 자꾸만 말라갔다. 그들은 자신의 입술을 말리는 게 막연히 해풍 탓만은 아니라 생각하며 덥수룩한 턱수염을 나란히 매만졌다.
물 품은 이끼처럼 촉촉하고 까슬해져 있었다. 이제껏 농밀한 안개가 가랑비처럼 그들을 적시고 있었으니, 점점 몸이 무거워지는 듯한 착각도 거짓은 아니었다.
A는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 혹시 온몸에서 물이 쏟아지지나 않을까 이따금 옷자락을 털어내며, 바다인지 안갯속인지 분간이 서지 않는 곳을 주시하였다.


안개가 더욱 짙어져 부두 위 사람들의 형상이 망령처럼 땅 위로 떠오르다 사라졌다.
녹슨 계선주에 앉아 묵묵히 안갯속을 관망하던 B는 오래 묵힌 한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도무지 답이 안 나와. 호텔로 돌아가 연락을 취해야겠어."
그는 녹 부수러기가 묻은 바지를 신경질적으로 털어냈다.
"아예 빠져 버릴 작정이라면 횟감이나 잡아오는 게 어떤가? 우리보단 싱싱할 텐데."
B의 조롱에도 A는 바다를 바라보고 굳어버린 사람처럼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문득 B는 그가 정말로 굳어버리진 않았을까 생각하던 차에, 그가 무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누가?"
"우리보다 더 조급한 사람이겠지."
"아, 그렇군, 그래서? 이쪽으로 모시고 올까?"
그의 목소리가 한층 격앙되었다.
"가마라도 태워 와야 하나? 높으신 지체시니 말이야!"
그가 소맷자락과 모자챙을 어루만졌다.
"단지 조심하자는 것뿐이야."
그가 몸을 일으키다 휘청거렸다. 마치 이곳의 모든 안개가 어깨와 등에 얹혀져 있어 온몸이 땅에 눌어붙을 듯하였다.
그가 재킷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었다. 안주머니의 권총의 질감이 안감 사이로 느껴졌다. 생각보다 싸늘하여 손가락이 움츠러들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방아쇠를 찾으려 하였으나, 안감에 막혀 허사였다.
A가 말했다.
"돌아가자고."
B는 이미 안개를 휘저어 내며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이내 A도 부둣가를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안개가 쉽사리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파도 소리가 그들이 떠난 자리를 메웠다. 갈 곳 잃은 갈매기 하나가 허공을 맴돌다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호텔 앞에 도착한 A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다.
여러 차례 눈을 끔뻑이고 비벼봐도, 창가에 암막을 쳐둔 자신의 객실에서 가느다란 빛줄기가 새어 나오는 광경은 사라질 리 없었다.
'어째서 불이 켜져 있는 걸까.'
호텔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B에게 넌지시 말했다.
"불이 켜져 있는 거 같은데."
"자네 친구가 근사한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지."
그가 꽁초를 내던지고 대수롭지 않은 듯 로비로 걸어 들어갔다.
A는 어느새 엘리베이터를 내리고 있는 B와 불 켜진 객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손, 발끝이 저릿해지고 땀인지 모를 것이 눈썹을 적시며 눈가로 흘러들었다.
'종업원이라면 뭐라도 봤겠지.'
A가 로비로 들어서며 카운터의 졸고 있는 아가씨를 깨웠다. 그녀가 졸린 눈을 부비적 거리며 A를 쳐다보았다
그때 호출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성큼 올라타려는 B를 급히 불러 세우며 종업원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누가 호실을 묻거나 우리 방 열쇠를 달란 적이 있었나?"
그녀가 순진한 목소리로 답했다.
"제가 10분 전에 교대해서요, 10분 동안 다녀가신 분은 손님들이 유일하시네요."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되물었다.
"그사이에 그렇게 피곤해진 건가? 10분 사이에?"
"죄송해요. 손님, 방금 남자 하나를 받고 와서요. 영 졸리네요."
A는 말문이 막히며 붕어처럼 입술을 벙긋거렸다.
"믿을 수가 없군……."
그가 말끝을 흐리며 뒤로 물러섰다.
"얼마나 받은 거지? 아, 이제 알겠네. 내가 아는 그 남자와 몸을 섞은 게로군! 당장 네년을!"
그가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카운터 위 화병의 물이 흔들렸다. 종업원은 겁에 질려 카운터 아래로 몸을 숨기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겨, 경찰을 부, 부를 거에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그녀가 카운터 아래서 손을 뻗어 간신히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A의 표정이 마치 성난 맹수처럼 일그러지며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려는 찰나에,
줄곧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던 B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만하면 됐네, 불은 내가 켜놓고 나온 것이니 적당히 하라고."
그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어두운 건 딱 질색이라니까. 그나저나 아가씨, 우리가 경찰인데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가 A의 망연해진 눈길을 곧이곧대로 받아내며 말했다.
"그 대목에선 조금 웃겼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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