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6/27 09:12:17
Name   nickyo
Subject   [조각글 32주차] 깜짝 피에로

제목 : [조각글 32주차] (☜ 말머리를 달아주세요!)

[조각글 32주차 주제]

연재글의 1화 분량을 써주세요.
새 연재글도 좋고, 이전에 썼던 글에 이어서 쓰셔도 됩니다.

합평 방식
분량은 자유고 합평방식은 자유롭게 댓글에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권장 과제 - 필사하기]

불참하시는 분들 중에서 가급적이면 권장해드립니다.(의무는 아니에요)
자신이 좋아하는 글귀를 최소 노트 반장 분량의 글을 써주세요.
필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나 표현등을 익히기에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글쓰기가 어려우신 분은 필사를 통해 천천히 시작하시는 방법도 좋은 방법입니다!
시도 좋고 소설도 좋고 수필도 좋습니다.
혹시 꾸준히 작성하실 분은, 일정한 분량을 잡고 꾸준히 진행해나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글을 쓰신 분들 중에서 원하신다면 필사 과제를 추가로 더 작성하셔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생긴 '타임라인 게시판'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맞춤법 검사기

http://speller.cs.pusan.ac.kr/


합평 받고 싶은 부분
ex) 맞춤법 틀린 것 있는지 신경써주세요, 묘사가 약합니다, 서사의 흐름은 자연스럽나요?, 문체가 너무 늘어지는 편인데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글 구성에 대해 조언을 받고 싶습니다, 맘에 안 드는 것은 전부 다 말씀해주세요, 등등 자신이 글을 쓰면서 유의깊게 봐주었으면 하는 부분 등등을 얘기해주시면 덧글을 달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

시험이 끝나서 소설을 한편 써 봅니다. 완결을 낼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글쓰는 욕구는 들쭉날쭉 하니까..
합평해주시면 좋습니다.

본문


시험장에는 어울리는 소리가 있다. 펜이 책상을 긁는 소리, 콧물이 훌쩍이는 소리, 감독관의 발자국소리, 낡은 의자의 삐걱임, 다리를 떨 때 들리는 옷깃소리, 시험지의 사각거림.. 충현은 그 중에 콧물이 훌쩍이는 소리와 낡은 의자의 삐걱임 정도를 맡았다. 시험준비를 한답시고 한껏 뚱뚱해진만큼 의자가 비명을 지른다. 채울건 머리였는데 왜 배가 이렇게 딴딴하게 채워진걸까. 아차, 하고 다시 시험지에 고개를 박는다. 코를 한번 훌쩍인다. 어제 저녁부터 감기기운이 있더라니.. 남에게 피해가 될 까 싶어 살금살금 코를 들이마셔 본다. 잘 넘어오질 않는다. 휴지가 없다. 가방에서 미리 빼둘걸. 내년 시험에서는 꼭 그러리라 다짐한다. 벌써 내년을 생각한다. 머리보단 배를 채운 사람의 양심이다. 코 끝으로 약간의 비린내가 느껴진다. 어? 콧물이 아니라 코피인가? 충현은 당황한다.


쿠당탕


시험장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적막을 깬다. 진웅은 소리를 쫒아 고개를 들었다. 바로 앞 사람이 책상을 부둥켜안고 쓰러졌다. 책상에 앉아있던 수험생들은 잠깐 고개를 들더니 이내 다시 시험지를 향한다. 5분이 아쉬운 시험이다. 나도 그러려고 했다. 감독관이 내 앞에 앉은 수험생에게 다가오고, 쓰러진 이의 목 아래로 붉은색 피가 흘러나오는걸 보지 않았다면 말이다. 쓰러진 이의 등이 바르르 떨린다. 여자 감독관은 짤막한 비명을 내지른다. 수험생들의 고개가 거북이 목처럼 쓰윽, 올라온다.


"이봐요!"


시험 감독관은 2인 1조이다. 여자 감독관이 놀라서 당황한 사이에 남자 감독관은 입에서 피를 웅큼 쏟아내는 이를 붙들고 괜찮냐고 흔든다. 그제서야 수험생중 누군가는 비명을, 누군가는 욕지거리를,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시험지를 향해 각자의 의식을 돌린다. 누군가가 말한다. 구급차 불러서 빨리 내보내요. 시험봐야하니까. 묘한 이질감이 뒤통수를 서늘하게 쓸어올린다. 피흘리는 사람을 보고 할 소린가? 하지만 문득, 나 처럼 대강대강 시험을 준비한 사람이 아닌 정말 이 시험을 위해 생을 다 바쳐 준비한 이들에게는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도 들었다. 두 감독관은 이내 쓰러진 이를 겨우 끌어내어 교실 문 밖으로 향했다. 옷에 쓸린 핏자국이 교실에 빨간 길을 만들었다. 얼마의 웅성거림조차 없이, 수험생들은 다시 시선을 책상 앞으로 돌린다. 자살일까? 아픈걸까? 아 씨바, 오늘 시험 망쳤네. 어떡해.. 시험시간 다시 줘야하는거 아냐? 아 이게 뭐야 미친.. 다들 예상조차 하지 못한 사고에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다시금 시험지를 펄럭거린다. 넘어진 책상을 흘낏 보았다. 피투성이다. 이윽고 한 감독관이 피 묻은 손으로 교실에 들어와 덜덜 떨며 말했다. 시험은 그대로 치시면됩니다. 시험시간은 조정되지 않으니 시험에 집중해주세요. 몇몇 이들 사이에서 씨발, 하는 욕이 나온다.


시험이 끝나는 타종이 울리고, 처음 왔던 감독관과는 다른 두 사람이 들어와 손을 아래로 내리라고 외쳤다. 오엠알카드를 붙든 이들에게 불호령이 떨어졌다. 부정행위로 간주합니다! 손 내려놓으세요! 아 사고가 있었잖아요! 부정행위자로 처리하겠습니다. 아 내릴께요 내린다고! 여기저기서 원망과 슬픔, 탄식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그 중 누군가가 해선 안될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뒤질꺼면 곱게 뒤질것이지.. 병신같은게... 나도 모르게 고개를 휙 돌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 때 였다.


"당신, 지금 말 다했어? 미친거 아냐?"

한 여학생이 벌떡 일어나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그 시선 끝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눈매가 날카롭게 째져있고 덩치가 큰, 팔뚝에 문신이 있는 남자였다. 함께 한소리 해 주려던 마음이 살그머니 가라앉았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는게 좋겠어. 음음. 남자는 황당함 반, 어이없음 반이 뒤섞인 표정으로 손가락 하나를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지금, 나한테 그런거니? 여학생은 한술 더 떠서 그에게 몇 걸음 더 다가가 따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실려나가는데 그게 할 소리냐고. 할말이 있고 못할말이 있지!"

"아나 씨바.... 야, 어디서 반말이야? 내가 못할말 했어? 어?"

"그럼 그게 할 말이니? 미친 새끼가.."

"뭐? 미친 새끼? 미친? 나 참, 이봐요 학생들! 내가 못 할말 했어? 어? 못할말 했냐고! 일년에 딱 한번 있는 시험에 인생걸고 온 사람들 아냐? 내가 못할말 했냐고! 실려간새끼 하나 때문에 오늘 여기서 인생 여럿 망친거야 그걸 몰라? 엉?"

여기저기서 수근거림이 시작된다. 맞아, 그건그래. 아 시끄러워 나가서 지랄하든지. 그래도 그건 좀. 충현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둘을 바라봤다. 여자는 니가 인간이냐며 쏘아붙였고, 남자는 위협적인 자세로 여자에게 다가가 어쩔거냐고 윽박질렀다. 당장이라도 손찌검이 벌어질 듯 했다. 슬그머니 걸음을 옮겨서 둘 사이에 껴들었다.

"저.. 저기, 그러지 마시고.. 진정들 하세요."

"넌 또 뭐야?"

충현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남자가 벌컥 화를 낸다. 충현은 등을 굽혀 약간 굽신대며 말했다.

"일단 시험도 끝났고.. 지금 이런다고 뭐가 바뀌는것도 아닌데.. 두분 다 진정하시고.."

그러자 여자가 충현의 어깨를 손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미안한데요, 나 아직 할말 안 끝났어요."

"할 말? 뭔 할말이 또 있는데? 이봐, 내가 못할 소리한거야? 어?"

남자는 갑자기 충현에게 말을 돌린다. 충현은 당황한 나머지 바보처럼 네? 하고 되묻는다. 두 남녀의 시선이 그에게 꽂힌다. 아니 잠깐만.. 충현은 숨이 턱 막혀왔다.

"어.. 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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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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