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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6/06 12:01:54
Name   이젠늙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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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인도, 진짜 매력적인 여행지


안녕하세요.

아직 시차도 적응하지 못했고 황열병 예방주사 후유증으로 으슬으슬 몸살을 앓고있는 와중에 내일 드디어 북미대륙 로드트립을 떠나기 직전입니다.

삼개월여간 네팔, 인도, 태국, 라오스, 일본 그리고 한국을 여행했습니다. 그 중에서 한달간 인도에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달이라는 시간은 인도를 진짜로 경험하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인도는 뭐랄까, 꼭 지구에 있는 나라가 아닌것 같았어요.

인도사람들은 참 특이합니다. 공무원에서부터 릭샤꾼까지 외국인 관광객을 속이려 하더라고요. 지나가는 행인들까지도 이런 사기 행각을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아주 짜증났지만 나중엔 그런 상황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여행 종반에는 이젠 여유있게 그들의 귀여운 사기행각을 즐기게까지 되더라고요. 물론 각자 다른 열 개의 손가락이 있듯이 모든 인도인이 그런것만은 아니고요(정확히 그들이 해준 얘기입니다. 그것도 여러 인도인에게 여러번 들은 얘기죠) 유쾌하고 좋은 인도인도 많이 만났습니다.

인도는 참 불결해요. 진짜 더러워요. 상상을 초월하게 더럽습니다. 인도인도 더럽고 인도소도 더럽고 인도개도 더럽고 인도원숭이도 더러워요. 하지만 물갈이를 몇 번 하고 이런 더러움에 익숙해지면, 아니 자포자기 해버리면 더러움 조차도 포용해 버리는 인도만의 매력이 다가옵니다. 여기저기 오물이 묻은 거대한 소들과 골목을 나란히 하며 걸을 수 있게 되는 거죠. 물론 파리쫓는 소꼬리에 맞아가면서, 길바닥의 소똥과 개똥 사이를 조심히 디디면서요.

이런식으로 쓰면 끝이 없겠네요. 요약하면 제가 경험한 인도의 매력은 긍정적인것과 부정적인걸 포괄하는 인도인들의 행태, 여러 볼거리들, 기막힌 사회 인프라들,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마치 다른 별에 온듯한 불결함 등입니다. 이 중에서 여기선 볼거리만 잠깐 말하고자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인도인들이 힌두교도입니다만 역사적으로 많은 종교들이 인도에서 흥망성쇠를 이뤘습니다. 불교와 자이나교가 힌두교로부터 파생되었고 회교도가 오랫동안 인도를 지배했으며 힌두교와 회교가 믹스되어 시크교가 생기고 근대에는 프랑스와 영국으로부터 천주교와 개신교가 전래되기도 했죠. 그래서 인도의 유적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뉴델리의 꾸뜹미나르, 후마윤의 묘, 아그라의 타지마할, 아그라 포트, 파테푸르 시크리 등등은 회교도 유적입니다. 정말 규모가 어마어마 하죠.
뉴델리의 그루두와라 방글라 사힙은 시크교도 사원인데요, 거기서 나눠주는 터번 대신의 머리가리개를 쓰고 맨말로 돌아다니는것도 참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아우랑가바드의 아잔타 석굴은 석굴암보다 훨씬 규모가 큰 석굴이 20여개가 사람의 기를 빨아들입니다. 고대 불교 예술품들이 질, 규모, 양에서 사람을 압도하는데 나중엔 지치더라고요. 그리고 그 다음날 간 엘로라 석굴에선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가 짬뽕이 되어서 관광객을 몰아붙이는데, 와~ 정말 입을 다물수가 없더군요. 저는 타지마할 보다는 엘로라 석굴, 특히 16번 힌두교 석굴 사원에서 100배 이상의 충격을 겪었습니다. 제가 어찌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그저 고대 인도인들이 막 존경스러웠습니다.

이런 여러 유적중에서 저는 특히 힌두교 사원들이 좋았습니다. 4억명 이상의 신이 있다는 힌두교 답게 갖가지 형상의 신이나 신화들을 내외부에 조각한 힌두교 사원은 미치 미로의 비너스급 예술품들을 재료로 삼아서 건물을 세운것 같았습니다. 때로는 그로테스크하고 때로는 코믹하고 때론 에로틱한 조각들로 둘러쌓인 힌두교 사원에 서면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겠더군요. 델리의 스와미나라얀 악샤르담, 카주라호의 사원군, 마말라뿌람의 해변 사원 들이 이런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별 기대 없이 시작한 인도 여행이었는데요, 일정때문에 30일만에 인도를 떠날 때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언젠간 돌아오게 되리라는 걸요. 다음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말이죠.

여행을 좋아하시는분께 정말 추천드립니다. 인도, 믿을수 없을 만큼 좋은 여행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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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RIFixation
    갔다온지 10년이 됐지만 아직도 생각이 나네요. 요새는 또 얼마나 변했을까요
    인도 다녀온 사람은 반하거나 학을 뗀다던데 정말 잘 맞으셨던 모양이네요.
    눈부심
    저는 갔다온지 거의 17년 되는데 2달 계획하고 갔다가 한 달 반 있다 왔어요. 불결함에 관한 말씀 너무 공감. 아 진짜 정말 열심히 정열적으로 더러워요.
    인도인들이 아시안을 자주 못 보는 모양이었는지 저더러 사진 같이 찍자고 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식당에선 우유에 바나나 갈아서 주는 거 맛있었던 기억이 나고 대부분은 고생만 했었던..
    어딜 가나 반갑게 속일 생각을 했었어요 ㅎ.
    저는 학 뗀 편에 속해서 별로 안 가고 싶어요.
    이젠늙었어
    아직도 사진 찍습니다. 괜히 찍어달라는 사람도 많고, 그렇다고 사진을 달라는것도 아니면서, 괜히 같이 찍자는 가족도 많고, 몰래 도촬하는 젊은이들도 많고 그렇더군요. 그냥 뚫어지게 바라보는 사람도 많고, 외국인이 신기한가봐요. 나중엔 같이 사진찍어주고 '어이~ 돈내놔~' 하고 역으로 협박하며 놀았습니다.
    우유에 바나나 갈아넣은건 바나나 '라씨' 라는 걸겁니다. 맛있죠.
    인도는 정말 극과 극이더군요. 다시 가고 싶다거나,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거나.. 저희 형님은 인도에서 오자마자 신던 신발을 쓰레기통에 버리시더라는..
    이젠늙었어
    하하. 바라나시에서 호텔방에 들었는데 한동안 신발과 카트 바퀴에 뭍어온 똥냄새가 빠지지 않아 고생한 기억이 나네요.
    최종병기캐리어
    제 여친은 두번다신 인도는 바라보지 않겠다고... 올 여름에 터키 가자고 했더만 인도랑 비슷할거 같아서 싫다고 하더군요...
    글만 보면 완전 싫어야 할 것 같은데 좋아하시네요. ㅋㅋ
    ArcanumToss
    대학 3학년 때 배낭 여행을 다녀왔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제게도 인상이 깊었습니다.
    타지마할도 참 멋지더라고요.
    유적지 답사 목적으로도 방문할 만한 곳이지만 그냥 고아 같은 해변에서 한적하게 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인도 사람들이 겉늙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진짜 나이를 말해줘도 당췌~ 믿지를 않더군요.
    Beer Inside
    인도 다음에 중앙아시아를 가셧어야지요....

    언제든지 갈 수 있는 미대륙횡단을 가시다니....
    인도..올해 세번째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갈 때마다 너무 바껴서 항상 놀라요. 또 뭐가 얼마나 바뀌었을지. 제가 좋아하는 풍경이 사라져가는 게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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