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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6/10 08:48:46
Name   한아
File #1   스크린샷_2015_06_10_오전_8.26.47.png (375.0 KB), Download : 10
Subject   웹드라마 편집실입니다.


(사진은 저희 현장이 아닙니다. 타 영화 메이킹 스틸입니다.)

10일만에 글을 올리나요? 사실 10일동안 눈코뜰새 없이 바쁘진 않았습니다.
중간에 갑자기 부하가 걸려서 편집실에서 숙직하고, 출근한지 60여시간 뒤에 퇴근한적이 있긴한데...

그간 제가 했던 주 업무는 현장에서 찍은 촬영분이 들어오는대로, 각 에피소드별, 씬별로 나누어 정리하는 일입니다.
옛날엔 이야기 순서대로 찍는 경우도 있었고, 그런게 가능하다고 들었지만, 요즘에는 그런 경우가 아예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기덕 감독이 순서대로 찍는다고 소문이 나있는데, 정확한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촬영을 위해, 장소가 같다면 1화 오프닝와 3화 엔딩을 배우가 옷만 갈아입고 돌아와 같은 날에 찍기도 하는데요,
영화나 드라마 제작과정을 잘 몰랐던 분들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업계종사자 입장에선 굉장히 당연한 작업방식입니다.

거기에 제 경우는 생방으로 찍어서 그때그때 방송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사전제작이니,
정말로 10화와 1화를 동시에 찍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덕분에 매일매일 편집실로 들어오는 촬영본이 이리저리 난장판입니다.
이걸 편집 조수가 잘 정리해줘야, 편집기사가 다른데 신경쓰지 않고 온전히 본 편집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는거죠.

영화에서는 이 작업을 위해 슬레이트를 쳐줍니다.
슬레이트의 기능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촬영기사가 녹화버튼(REC)버튼을 눌렀을때 녹화되는 영상이, 영화 내에서 어느 위치에 해당하는지 기록하기 위함과 동시에,
일부러 인위적으로 생길수 밖에 없는 "딱"소리를 내어 동시녹음하게 되는 소리와 슬레이트의 두 면이 맞닿는 포인트가 찍힌 영상에 정확한 싱크를 맞추기 위함입니다.
요즘에야 동영상 녹화되는 카메라에 소리까지 꽤나 괜찮게 녹음되지만,
예전에는 카메라는 화면만, 녹음기는 소리만 따로 따야했기 때문에, 이런작업이 없으면 싱크를 맞추기 매우 어렵거든요.
근래에는 한 대 이상의 카메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카메라끼리 싱크를 맞추는 경우에도 사용합니다.
슬레이트 치는 것 자체는 간단한 작업이긴 한데, 이것도 아마추어가 아닌 실력자가 하면 좀 많이 다르더라구요.

그런데, 드라마는 이 슬레이트가 없어요.
저는 영화 쪽 작업만 하다보니 스텝이 부족하거나 까먹어서 안칠정도로 아마추어들로 이루어진 학생 영화 아니고서는
슬레이트가 반드시 들어간 촬영본만 다뤄왔는데, 방송 드라마는 보통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영화같은 경우엔 이 촬영본 정리 작업을 슬레이트에 달려있는 번호만 보고 할 수 있는데,
드라마의 경우에는 스크립터가 적어주는 대본스크립에 의지해서 일일히 다 틀어볼 수 밖에 없더라구요.

제가 일주일간 받은 분량이 씬으로 보면 60씬정도 되는데, 저희 촬영팀은 B카메라(두번째 카메라)까지 돌리고 있으니, 대략적으로 100씬정도는 받은 것 같습니다.
용량으로 따지면 1테라정도 되는 2K 촬영 원본이 있네요.
그리고 저는 거의 1테라 분량의 거의 모든 클립을 다 봤어요... ㅠㅠ
제가 아직 초짜라 그런것도 있고, 두배속, 네배속으로 돌려본 경우도 많아서 그렇게 지옥같지만은 않았습니다만,
중간에 한번 부하가 걸리니, 다음날엔 어김없이 다음날 촬영본이 들어오고, 그렇게 자꾸 작업해야 될 분량은 하루에 100기가~200기가씩 쌓여가고...

저는 고작 러닝타임 10분짜리 10화가지고 이러는데,
60분짜리 드라마하는 방송국은 촬영 원본 분량이 압도적일 것 같더군요.(물론 그쪽 편집실은 인원이 더 많아서 저처럼 혼자 하진 않겠죠.)

이것도 노하우가 생기면 모든 클립을 다 볼 필요가 없어진다고 하네요.
대본 미리 숙지 하고, 현장에서 적어준 스크립을 보고, 클립 첫화면 보면 대충 각이 나와서, 확인하는 정도로만 틀어보고...

오늘도 현장에선 열심히 촬영을 하고 있고, 저는 어제 촬영분을 열심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편집조수가 하는 몇가지 일이 더 있긴한데, 다음에 더 소개해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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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드
    익숙해지지 않으면 한 자리에 앉아서 뭘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역이더라고요. 고생하십니다. 예능에서 보는 슬레이트 치고 가실게요- 그게 일종의 펀집점을 잡는거군요. 신기.. 담에도 기대하겠습니다. 재밌어요-!
    보통 카메라가 녹화 버튼 눌러놓고 10시간 20시간 끊지 않고 촬영하는게 불가능하니(메모리 때문에 안되죠. CCTV 화질로 찍을거 아닐바엔.)
    \"테이프 갈고 갈께요~\"라고 할때 출연자가 박수를 치던, 슬레이트를 치던 하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요즘 예능은 카메라가 8대~10대씩 돌아가니까 카메라끼리 어느정도 싱크를 맞출수 있는 지점을 찾아놓지 못하면, 정말 괴로울 겁니다.
    게다가 리얼 /관찰버라이어티들은 적어도 하루에 20시간이상 촬영할텐데, 카메라가 10대라면 200시간 분량...
    다루게 되는 촬영본 분량이 드라마/... 더 보기
    보통 카메라가 녹화 버튼 눌러놓고 10시간 20시간 끊지 않고 촬영하는게 불가능하니(메모리 때문에 안되죠. CCTV 화질로 찍을거 아닐바엔.)
    \"테이프 갈고 갈께요~\"라고 할때 출연자가 박수를 치던, 슬레이트를 치던 하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요즘 예능은 카메라가 8대~10대씩 돌아가니까 카메라끼리 어느정도 싱크를 맞출수 있는 지점을 찾아놓지 못하면, 정말 괴로울 겁니다.
    게다가 리얼 /관찰버라이어티들은 적어도 하루에 20시간이상 촬영할텐데, 카메라가 10대라면 200시간 분량...
    다루게 되는 촬영본 분량이 드라마/영화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데, 1시간 가량으로 다 잘라내야되죠.
    요즘에 개발된 편집툴들이 자동화가 잘 되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고역일 겁니다.
    천무덕
    생생 뭐시기같은 시장정보 프로그램에서 가게 홍보하라고 방송에서 15초정도 나오는걸 찍어준다고 해서 아버지가 찍으셧던 적이 있었는데 와 진짜 그 15초를 위해서 몇시간을 시달리셨는지.. 똑같은 대사 똑같은 장면 똑같은 포즈를 그날 한 10번은 넘게 했었나봐요. 장사 하는 와중에도 손님 잠깐 없으면 카메라맨인지 pd인지 와서 큐 하고 아버지는 쉬지도 못하시고 찍으시고 또 손님오면 손님 받다가 가면 또 찍고. 그 이후로 아버지가 방송일 하시는사람들 굉장히 힘들게 하신다고 인정하시더라고요. 원체 누굴 잘 인정하지 않는 분이신데도 인정하시는... 더 보기
    생생 뭐시기같은 시장정보 프로그램에서 가게 홍보하라고 방송에서 15초정도 나오는걸 찍어준다고 해서 아버지가 찍으셧던 적이 있었는데 와 진짜 그 15초를 위해서 몇시간을 시달리셨는지.. 똑같은 대사 똑같은 장면 똑같은 포즈를 그날 한 10번은 넘게 했었나봐요. 장사 하는 와중에도 손님 잠깐 없으면 카메라맨인지 pd인지 와서 큐 하고 아버지는 쉬지도 못하시고 찍으시고 또 손님오면 손님 받다가 가면 또 찍고. 그 이후로 아버지가 방송일 하시는사람들 굉장히 힘들게 하신다고 인정하시더라고요. 원체 누굴 잘 인정하지 않는 분이신데도 인정하시는거 보면 굉장히 힘들었다 싶습니다.

    하물며 이런걸 편집하는 사람들은 그 프로그램의 포맷에 맞게 편집하고자 하는걸 얼마나 돌려보면서 얼마나 핵심을 집어내야할지..
    아무튼, 고생하십니다. 편집하는걸 본적은 없지만 촬영부터 시작해서 방송일이라는게 진짜 보통 어려운일이 아니예요.
    큰 틀에서 보면 방송이건 영화건 비슷해보이지만, 정말 다르기도 한 게 방송/영화인것 같습니다.
    영화야 확장성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자유도가 있어서 그런지, 그에 따라 제작기반도 맞춰가는 편인데,
    방송은 워낙 제한되는 부분도 많고, 촌각을 다투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 파급력은 영화보다 강력할 때가 많으니,
    제작에 참여하는 인원들은 정말 피를 말리며 고생하는 것 같아요.
    또 여기서 광고쪽으로 넘어가면, 완전 다른 신세계가 펼쳐지구요. 같은 형제자매인줄 알았더니... 전혀 다른...
    요즘 예능에서도
    슬레이트는 아니지만 박수 치는 장면으로 씬(?)을 구별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더라구요 크크
    어렸을 때는 저 슬레이트 탁 치는 사람이 뭔가 가장 중요한 왕초쯤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선명한 탁 소리가 나는게 신기했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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