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5/04 21:34:55
Name   묘해
Subject   [24주차 조각글] 말해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F군은 다정했다. 그는 매일 밤 내 머리맡에 누워 머리칼을 쓸어주곤 했다. 불면증으로 지독한 나날을 보냈던 나에겐 작은 위로였고 큰 애정이었다. 낮 동안의 시끄러움이 두개골을 두드리다가 쓰다듬으로 잦아들면 이윽고 나는 잠들었다. 그것은 그 시절 우리만의 의식이었다. F군과 나 사이의 우리 둘만의 일과.


그런 그가 떠났을 때 나는 F군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별은 으레 마음의 준비 없이 닥쳐오는 것이라 며칠을 멍하게 보냈던 것 같다. 그가 지나쳤을 복도를 계단을 골목길을 주차장을 되밟아 보았던 기억이 난다. 계절이 바뀌어 눈이 소복이 내렸을 때가 돼서야 기다림을 그쳤다.


그날 밤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차에 치이진 않았을까. 무서운 사람에게 해코지 당하진 않았을까. 그리고 마침내 나 자신에게는, 아마도 좋은 사람에게 발견되어 귀염받으며 지내고 있으리라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뇌다 보면, 그날 닥친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라 주문을 외웠다.


지금도 그와 닮은 묘옹을 보면 가만히 이름을 불러본다. F군은 사춘기령에 접어든 수컷 고양이였고 우리는 단란한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면 조용히 다가와 내 무릎을 탐냈던. 컴퓨터 화면 속 등장인물을 질투하며 솜방이로 때리던. 내 어깨와 머리끝에 올라앉아 갸릉거리며 벽지무늬를 관찰하던. 밤마다 내 한숨을 먹으며 작은 혀로 머리카락을 하염없이 핥아줬던. 그리고 말랑말랑 묘족으로 사람보다 능숙하게 대문 잠금쇠를 따고 가출을 강행했던.


F군이 졸던 방바닥을 쓸면 형용사만 수북 쌓이고 그 자리는 식어만 간다. 왜 집을 나갔을까. 외출을 했으면 집으로 돌아와야지. 왜 우리 집에 나만 두고 나간 거야.


그 후 어떤 고양이를 만나도 그의 안부를 물어본다. 그런데 어떤 고양이도 답을 주지 않는다. 왜 우리집을 떠난 걸까. 왜 매일밤 내 머리칼을 핥아줬을까. F군에게 나는 우리는 무엇이었을까.





1


    얼그레이
    \"야옹\"하고 그들이 울때면 나는 무심코 따지고 싶어지는 것이다. 말해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고양이 F군과의 이별에 대해 묘해님의 감성이 묻어나오는 글이었습니다. 기본 필력도 있으시고 섬세한 표현이 두드러지는 것이 묘해님 글의 특징이자 장점인 것 같습니다.

    1차 수정글이 불필요한 문장을 과감히 없애고 다듬은 흔적이 보여 훨씬 좋게 읽혔습니다. 다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야기 흐름에 대한 구조를 과감히 바꾸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흐름을 F군이 사라짐-> 멍했음->F군의 흔적을 따라 주차장을 되밟아 감-> ... 더 보기
    \"야옹\"하고 그들이 울때면 나는 무심코 따지고 싶어지는 것이다. 말해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고양이 F군과의 이별에 대해 묘해님의 감성이 묻어나오는 글이었습니다. 기본 필력도 있으시고 섬세한 표현이 두드러지는 것이 묘해님 글의 특징이자 장점인 것 같습니다.

    1차 수정글이 불필요한 문장을 과감히 없애고 다듬은 흔적이 보여 훨씬 좋게 읽혔습니다. 다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야기 흐름에 대한 구조를 과감히 바꾸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흐름을 F군이 사라짐-> 멍했음->F군의 흔적을 따라 주차장을 되밟아 감-> F군에 대한 걱정->시간이 지나 기다림을 멈춤-> 이별 받아들이는 주문 외움-> 존중하고 싶었지만 -> 여전히 그리운 F군의 형식으로 흘러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두번째 문단에서는 F군이 집을 나간 이유를 존중하고 싶은 것으로 시작했으나 그 뒤에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담담한 모습을 그려내 내용이 자연스레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두번째 문단에서 각 표현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문장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수식이 지시대명사로 과하게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그가 지나쳤을~\' 등에는 \'그가\'를 빼거나 \'F군이\'라는 주어를 명확히 밝혀주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표현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전개도 중요한데 두번째 문단은 이별을 수긍하는 것과, 수긍하지 못하는 자신, 그를 회상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보다는 나열되듯 이어져서 시간을 조금 더 두고 부드럽게 풀어 나가는건 어떨까 싶었어요.

    좋은 글 감사했습니다.
    다음글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세련되고 감각적인 문체가 돋보였어요.

    서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덕분에, 요즈음 나오는 책들을 볼 기회가 가끔 있는데 묘해님 문체가 지금의 문체 경향과 비슷한 거 같아요.

    본문중

    『그리고 말랑말랑 묘족으로 사람보다 능숙하게 대문 잠금쇠를 따고 가출을 강행했던.』

    이 문장 좋았습니다. 문법적으로 설명할 재주는 제겐 없습니다만, 읽었을 때 머릿속에서 문장이 유려하게 흘렀어요.말랑말랑......
    이 문장의 마지막에 쓰인 단어는, 비슷한 단어라도 미묘하게 다를 수 있을 것을..... 잘 읽었어요.
    하루키도 냥덕인 ... 더 보기
    세련되고 감각적인 문체가 돋보였어요.

    서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덕분에, 요즈음 나오는 책들을 볼 기회가 가끔 있는데 묘해님 문체가 지금의 문체 경향과 비슷한 거 같아요.

    본문중

    『그리고 말랑말랑 묘족으로 사람보다 능숙하게 대문 잠금쇠를 따고 가출을 강행했던.』

    이 문장 좋았습니다. 문법적으로 설명할 재주는 제겐 없습니다만, 읽었을 때 머릿속에서 문장이 유려하게 흘렀어요.말랑말랑......
    이 문장의 마지막에 쓰인 단어는, 비슷한 단어라도 미묘하게 다를 수 있을 것을..... 잘 읽었어요.
    하루키도 냥덕인 걸로 아는데...ㅎㅎ
    f군, 정말 왜 그랬어요 ㅠㅅㅜ

    아파트 정문에 사는 저희 치즈이지만,
    치즈가 갑자기 사라진 상황을 그리면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에요.
    우리 c군은 저와 끝까지 함께 해줬음 :)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895 창작[27주차]그래비티 2 에밀리 16/05/25 4594 0
    2890 창작[조각글 27주차] 야간비행 4 선비 16/05/25 3255 0
    2888 창작[27주차]우울증이거나 알코올 중독이거나 외로운 거겠지. 4 틸트 16/05/25 3763 0
    2874 창작[조각글 27주차] 곱등이 3 헤베 16/05/24 4354 0
    2862 창작[단편] 쓰레빠 13 마스터충달 16/05/22 4544 4
    2856 창작[26주차] 죽는 건 꽤 억울한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1 틸트 16/05/22 4056 3
    2834 창작[27주차 주제발표] 사물들의 일상 1 얼그레이 16/05/18 3360 0
    2833 창작[조각글 26주차]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6 우너모 16/05/18 5489 1
    2831 창작[26주차] 순간에서 영원까지 14 에밀리 16/05/18 4242 0
    2830 창작[26주차] 해설피, 나무, 뻐꾸기. 2 헤베 16/05/18 4130 0
    2822 창작[조각글 26주차][팬픽] 검은 사제들 2 : 곡성(哭聲) 11 마스터충달 16/05/16 5189 1
    2820 창작 [조각글 26주차] 두 사람이다 12 묘해 16/05/16 5171 2
    2817 창작가입기념으로 올려봅니다 6 탐닉 16/05/15 4523 11
    2791 창작[26주차 주제] 두 명이서 어디론가 가는 이야기 2 얼그레이 16/05/13 3508 0
    2778 창작[조각글 25주차] 뒷담화 3 우너모 16/05/11 3636 0
    2772 창작[조각글 25주차] 그는 어디에서 오는가 5 에밀리 16/05/10 4372 0
    2766 창작조각글 25주. 무제 5 지환 16/05/09 3645 1
    2764 창작[조각글 25주차] 제 3자의 섹스 11 nickyo 16/05/09 4115 0
    2745 창작[25주차 주제]부끄러움에 대하여 3 얼그레이 16/05/04 3608 0
    2744 창작[24주차 조각글] 말해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3 묘해 16/05/04 3589 1
    2728 창작[마감완료] 조각글에 참여하실 멤버를 찾습니다! 9 얼그레이 16/05/02 3318 0
    2726 창작[조각글 24주차] 기도문. 4 헤베 16/05/01 3809 0
    2723 창작[24주차]-하얗고 까만 5 제주감귤 16/05/01 3692 0
    2720 창작[24주차] 구차한 사과 2 얼그레이 16/05/01 4196 2
    2710 창작[조각글 23주차] 희나리. 3 헤베 16/04/29 4265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